박상은 비리 의혹 담긴 ‘X파일’ 있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6.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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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존재 확인… 의혹 파일 검찰 손에 들어간 듯

이른바 ‘박상은 스캔들’이 여의도 정치권과 인천 지역 정·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운·항만업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동·옹진, 재선)을 겨누며 전 방위 수사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는 단순한 해운 비리 차원을 넘어 지방선거 관련 공천 헌금, 불법 정치자금 조성 등 개인 비리로 방향을 트는 형국이다. 또 현실 정치의 어두운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측근 인사들의 고발과 폭로가 이어지는 데다, 박 의원 주변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폭발력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이 박 의원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을 연이어 벌이는 등 고강도 압박을 가해오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 의원도 검찰과의 전면전에 대비하는 등 양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상은 스캔들 수사의 향배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박은숙
“X파일은 우리를 음해하려는 증거”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송인택 1차장검사)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수사에 돌입하면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박상은 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검찰이 해운·항만업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인천 지역 해운업계의 ‘마당발’로 알려진 박 의원을 내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시간만 끄는 것 같았던 검찰의 박 의원 관련 수사는 운전기사인 김 아무개씨(38)가 박 의원의 차량에 있던 3000만원의 현금 다발을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자진 신고하면서 물꼬를 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오래전부터 박 의원과 관련한 비리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이 담긴 ‘X파일’이 실제 존재하고, 그것이 검찰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다.

기자는 박 의원과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해 취재를 하던 도중 소문으로 떠돌던 이른바 ‘박상은 X파일’을 확인했다. A4용지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이 문건은 박 의원과 지역 기업 간 유착 사례와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 10여 가지가 사례별로 정리돼 있다. 이 서류를 작성한 주체는 불명확하지만, 박 의원 주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가 취재 도중 만난 박 의원실의 전직 직원도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이 담긴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며 “정확한 출처는 알지 못하지만 최근 검찰이나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봤을 때 검찰로 흘러갔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의원 측도 X파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다. 박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확인되지도 않는 의혹을 정리한 (X파일 같은) 자료가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박 의원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악의적 의도에 따른 것”이라며 “정치인에 대한 전형적인 흠집 내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나 언론을 통해 이미 공개된 박 의원의 비리 의혹 사례뿐만 아니라, 박 의원의 은닉 재산 및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까지 담겨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검찰의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서는 X파일이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황상 박상은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향후 X파일에 담긴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박 의원 주변에서 속속 발견된 뭉칫돈의 출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6월12일 박 의원 차량에 있던 현금 3000만원과 각종 서류가 담긴 가방을 운전기사(수행비서) 김씨로부터 전달받은 이틀 뒤인 14일, 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학술연구원과 박 의원의 아들 자택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들 박씨의 집에서는 원화와 달러화, 엔화 등 현금 6억여 원이 발견됐다.

검찰이 한국학술연구원과 박 의원 아들 집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데는 운전기사 김씨의 증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 응하고 있지만, 언론과는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상태다. 하지만 정황상 김씨가 검찰에 단순히 불법적인 자금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3000만원의 출처와 함께 한국학술연구원과 아들 박씨가 불법적인 자금의 유통 경로라는 점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30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돈다발을 묶은 띠지가 함께 발견되면서 자금 출처 확인에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는 것이다. 일단 검찰 주변에서는 6·4 지방선거 직후인 6월8일쯤 이 돈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지방선거 당선자의 당선 사례금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아들 박씨 집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6억여 원 중 일부가 박 의원이 대표이사로 있던 대한제당 자회사인 삼성상호저축은행에서 인출된 것을 확인하고 19일 해당 저축은행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공천 헌금이나 기업으로부터 불법적으로 거둬들인 비자금일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업체 후원금 납부 현황’ 보고 문건 입수

이와 관련해 박 의원 측은 “차량에서 발견된 3000만원 중 2000만원은 변호사 선임비로 쓰기 위해 마련한 것이고, 나머지는 평소 쓰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돈”이라며 “변호사 비용을 뺀 나머지 돈은 정확한 액수를 기억하지 못해 경찰 신고 때는 2000만원만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뭉칫돈 6억여  원에 대해서는 “(박 의원이) 인천시 정무부지사와 대한제당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의 일부로 안다”며 “(박 의원이) 학술연구원 사옥 마련을 위해 1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점을 보면 이를 위해 마련해뒀던 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4~5곳의 해운·항만업체 등 지역 기업의 유착 관계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에 입성한 후 2009년 초부터 지역 해운·항만업체, 철강업체 등 지역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기업인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왔다. 하지만 당시 간담회가 지역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준다는 취지였지만, 사실상 후원금을 거두는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은 당연히 지역 기업의 민원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사의 뜻으로 준 후원금까지 문제 삼으면 문제가 안 될 지역구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 의원을 후원한 기업체가 임직원을 동원해 사실상 ‘쪼개기 후원금’을 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자발적인 후원금이란 해명이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시사저널은 인천 지역 해운업체인 S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를 단독 입수했다. 이 문건은 ‘2012년 국회의원(박상은) 후원금 부서별 납부 현황’이라고 명시돼 있고,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이 아무개씨를 포함해 임직원 35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해당 서류는 기업체가 박 의원 측 인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체가 굳이 박 의원 측에 후원금 납부 현황을 사후 보고까지 한 것은 자발적으로 후원했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자는 S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S사 임원실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인천 지역 선관위에서 지도·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업체가 후원금 현황을 사후 고지한 것만 보고 불법성이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자발성의 유무를 따져봐야 할 근거는 되는 만큼 (불법 후원금 모금 여부에 대한)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학술연구원이 비자금 모금 창구 구실을 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대목이다. 박 의원 측에 따르면 한국학술연구원의 한 해 예산 4억여 원 중 2억여 원은 대한제당이, 1억5000여 만원은 기업체 후원금으로, 나머지는 박 의원이 직접 충당해왔다. 검찰은 연구원으로 전달된 기업체 후원금에 대한 대가성 여부와 연구원의 자금을 박 의원이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정 해운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고문료 1억원의 성격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또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사례비를 챙긴 인천의 한 장례식장 대표 임 아무개씨를 6월20일 구속하고, 박 의원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월17일 박상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박 의원의 전 비서 장광훈씨가 의원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 5월 말 선관위도 압수수색 

검찰 수사를 통해 전직 보좌진들의 월급 기업체 대납과 후원금 강요 의혹도 밝혀질지 주목된다. 후원금 강요 의혹을 폭로한 장광훈 전 비서는 지난 5월21일 박상은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 전 비서는 “2012년 9월부터 국회비서로 일하면서 급여 중 일부를 후원금으로 내라고 강요받았고 작년 4월 비서를 그만둔 후에도 박 의원이 서류상으로 비서직을 유지하도록 한 뒤 8개월치  급여 2382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받아갔다”며 “권력을 이용해 불법을 일삼는 정치인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양심 고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전 경제특별보좌관 김 아무개씨(56)를 통해 2009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인천 계양구의 한 설비업체로부터 급여를 받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지역 기업과의 간담회를 추진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장 전 비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려고 한 것이었을 뿐 강요는 없었다. 구의원 공천에서 ‘다’번을 받자 불만을 품고 음해를 하는 것”이라며 “김씨의 월급 대납도 쉬는 후배에게 일자리를 소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 측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면서도 대응 전략을 짜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법무법인 바른 소속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을 변호사로 선임해 향후 검찰 수사에서 혐의를 모두 벗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말 동구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박 의원의 후원금 및 정치자금 관련 회계 문건을 통째로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와 관련 회계자료를 모두 가져가 열람할 수 없다”며 “검찰이 기관 협조 요청이 아닌 압수수색 형식으로 자료를 가져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을 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얼마나 예리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은돈’ 스캔들에 새누리당 ‘휘청’  


새누리당이 연이은 소속 의원들의 검은돈 스캔들에 휘청거리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유승우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 사건에 이어 박상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쓴 채 천막 당사에 의지했던 쓰라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6월19일 공천 헌금 논란이 제기된 유 의원을 제명했다. 하지만 곧바로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박 의원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확산될 경우,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은 유 의원 제명으로 의석이 149석에서 148석으로 1석 줄어들었다. 국회 과반 의석에 2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재보선 예상 지역이 야당이 우세한 지역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 박 의원은 7·14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에 나선 김무성 의원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당권 경쟁이 서청원 의원과 김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인 점을 고려하면 미묘한 파장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박 의원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 차원의 진상 조사를 실시하고 박 의원의 인천시당위원장 추대안을 부결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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