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문자 주범, 알고 보니 KT·LG유플러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07.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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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발송의 80~90% 차지…중소 부가통신사업자 고사 우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휴대전화 액정에는 ‘대출’ ‘대리운전’ ‘카지노’ 등 달갑지 않은 단어들이 찍힌다. 낮엔 그나마 낫다. 한밤중에도, 새벽녘에도 울리는 문자 알림 소리로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스팸 메시지는 진화하고 있다.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번호로 보내는 것은 예사다. 사진·그림 등 이미지로 변신하기도 한다. 악성 코드가 들어 있거나,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발신 번호를 수신 차단 번호로 등록하지만 다음에는 다른 번호로 같은 스팸 메시지가 날아온다. 

대다수 스팸 메시지는 ‘기업용 문자메시지 발송 서비스’를 통해 전달된다. 기업의 컴퓨터에서 사용자의 휴대 단말기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해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스팸 메시지 중 KT·LG유플러스 두 이동통신사에서 발송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방송통신위원회가 6개월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스팸 유통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KT와 LG유플러스 서비스로 발송된 스팸 메시지 비중이 전체 조사 대상 스팸 메시지 발송 건수의 80~90%에 이른다. 2013년 상반기에는 두 이통사에서 발송된 스팸 메시지가 9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스팸 메시지 발송업체가 고객들에게 보낸 ‘스팸성’ 내용이 이통사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통사가 기업용 메시징 발송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사를 통해 발송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필터링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 피해를 이통사에 가입한 고객들이 떠안는다는 것이다.

ⓒ 일러스트 서춘경
이통사 “스팸 발생 자체를 막는 건 힘들다”

이통사가 메시지를 발송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이통사가 직접 영업을 통해 발송하는 방식과 기업용 메시징 사업을 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망을 임대해주는 방식이다.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이통사의 메시지 플랫폼과 회선을 빌려 기업용 메시지를 발송한다. 망을 임대해주는 이통사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스팸 발송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제공한 망을 통해 발송된 스팸 건수가 일정 비율 이상 올라가면 제공 회선을 줄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문자메시지 차단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스팸 메시지를 차단하지 못해 생긴 틈을 이용해 스팸이 난무했던 것”이라며 “현재는 4월에 구축을 마친 실시간 차단 시스템이 작동해 스팸의 양이 경쟁사 대비 20%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U+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 출시, 스팸 문자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서버 ‘스팸캅’ 용량 증설 등 스팸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지난 1월 하루 평균 4만5000건이던 스팸 신고가 하루 평균 600건 수준으로 98.7%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KT 측은 “‘후후’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기본 데이터베이스에 고객들의 제보를 더해 스팸을 차단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스팸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힘들다. 사후 신고에 의해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통사가 불법 스팸 문자 필터링해야”

캐나다에서는 7월1일부터 스팸 방지 법안(CASL)이 시행됐다. 수신자의 동의 없이 홍보나 광고성 메일 등을 대량 발송하는 사업자에게 최대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법이다. 누구든지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따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신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들에게만 광고를 재전송할 수 없도록 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다.

 스팸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이통사의 역할이 강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월 발의했던 ‘불법 스팸 방지 법안’이 6월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메시징 사업자가 이통사 서비스를 통해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는 경우 이통사가 망 임대를 거부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필터링 등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상일 의원실 측은 “불법 스팸 문자를 이통사가 자체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통사가 직접 기업용 메시징 영업을 하는 경우 소비자 측면에서는 가격이 저렴해진다. 반면 대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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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LG유플러스 등이 중소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시지 플랫폼과 회선만 제공해온 SKT와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2005년부터 직접 문자를 발송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 주자로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기업용 메시징 중소 사업체들이 모여 결성한 ‘기업 메시징 부가통신사업자협회’는 KT·LG유플러스 등 대기업이 저가 영업으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해 8월 탄원서를 냈다. “정부 당국의 노력과 메시징업계의 자정 노력에도 스팸과 스미싱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스팸 메시지 발송 비중이 높은 이통사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조사를 마무리 짓고 이통사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T 측은 “아직 공정위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전달되지 않았다”며 “탄원서를 낸 근본적인 이유가 부가통신사업자가 메시지를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이통사가 대형 고객과 직거래해 중소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자 제공 주체가 달라도 상관없으며 중소기업에만 적합한 업종으로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이통사와 부가통신사업가 간 마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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