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의 선거
  • 김재태 편집위원 ()
  • 승인 2014.07.30 15: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0일. 진도 앞바다는 여전히 슬픔으로 차갑게 뒤척이는데, 이제는 달라지겠다고,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던 소리는 간데없이 모든 것이 제자리에 그대로입니다. 진실만은 꼭 밝혀달라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도 갈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있습니다. 정쟁(政爭)이 되어선 안 될 사안을 정쟁으로 만들어버린 정치권에 정녕 진상 규명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렇게 100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선거가 벌써 두 번째입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마당에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라고 해서 마냥 흥겨울 리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치러지는 ‘잉여’의 선거입니다.

정당들은 저마다 의석 하나라도 더 얻겠다고 온갖 달콤한 말들을 쏟아내며 경쟁하고 있지만, 빤한 잇속 챙기기라는 본질을 벗어나진 못합니다. 그러니 공천이 그처럼 너저분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요. 정치권에서 ‘미니 총선’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서로 자기네에게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할 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애써 외면되고 있는 ‘탄생의 비밀’ 탓입니다.

연원으로 따져볼 때 이번 선거는 결코 반가울 수 없습니다. 애초에 태어나선 안 될 비정상의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15개 선거구 중 5개가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형 또는 의원직 상실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 10개는 지방선거에서 말을 갈아타려고 자리를 내던진 의원들 탓에 치러지는 것입니다. 모두가 유권자들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벌어진 일입니다. 유권자들로서는 오히려 한 번 낸 세금을 다시 내야 하는 ‘이중 과세’ 식의 억울함을 느껴야 할 처지입니다.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두 번씩 수고를 끼치게 한 이번 선거의 부조리는 단지 번거로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15개 지역에서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림잡아 130억원이 넘는 혈세가 ‘잉여’로 투입되는 것입니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겠다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부정부패 사유로 재·보궐 선거가 발생하면 그 원인 제공자로 하여금 선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도 “부정부패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원인 제공자와 소속 정당은 당해 선거에 공천을 금지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국민 앞에 내놓은 약속은 지금 공허합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이 쓸데없는 돈 잔치를 벌이게 생겼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무능했던 대응을 비난하며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책임자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선거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정당들은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소연하기 전에 먼저 이 선거의 원죄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처럼 국가적 낭비를 초래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정치적 난센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확실하게 만들어내야 합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표만 달라고 하는 몰염치는 역겹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긴들 그게 이긴 것이겠습니까.


 [제3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참가]  [시사저널 페이스북]  [시사저널 트위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