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넘긴 박상은 의원 비리 수사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7.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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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제보도 못 챙기면서 뭘 하나"…부실 수사 의혹 제기

자신의 운전기사와 측근 인사들의 폭로로 촉발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동·옹진)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비리 의혹 수사가 50여 일을 넘기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이 박 의원 주변에 대해 연이어 압수수색을 하며 수억 원대의 현금을 찾아내는 등 일부 수사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후 검찰 수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계속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의원의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해 발견한 6억여 원의 돈뭉치와 박 의원의 차량에서 운전기사 김 아무개씨가 발견해 검찰에 건넨 3000만원 등의 자금에 대한 출처 조사를 끝내는 대로 비리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검찰은 8월 중 수사를 끝낸다는 구체적 시한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가 늦어지면서 수사 초기 사건의 실마리를 풀 결정적인 제보를 놓치는 등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
“검찰, 박 의원 집 압수수색 제보 무시”

박상은 의원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는 박 의원의 운전기사인 김 아무개씨의 제보로 탄력을받았다. 인천지검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은 제보자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6월14일 박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학술연구원과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을 통해 박 의원 아들 집에서 원화·달러화·엔화 등 현금 6억여 원을 발견했다. 김씨는 앞서 박 의원의 차량에 있던 현금 3000만원과 박 의원과 관련된 자료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특히 김씨는 박 의원 차량에서 현금 3000만원 외에도 5000만원가량을 더 봤다고 진술하고, 당시 현금을 촬영한 사진도 검찰에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불법 자금으로 의심을 살 만한 돈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김씨는 최근 자신의 지인들에게 검찰의 초기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총 10억원가량의 돈이 한국학술연구원에서 박 의원 아들 집과 박 의원 집으로 옮겨졌다고 진술했다. 10억원 가운데 현금 6억여 원은 박 의원 아들 집으로, 나머지 3억여 원은 박 의원 집으로 옮겨졌다고 상세한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특히 박 의원 집으로 옮겨진 3억여 원이 10만원권 수표로 서류가방에 담겨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경우, 1순위는 박 의원 집이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학술연구원과 박 의원 아들 집은 압수수색했지만, 정작 김씨가 압수수색 대상 1순위로 지목한 박 의원 집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씨의 한 지인은 7월19일 기자와 만나 “김씨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중요한 단서를 놓치게 됐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수표는 현금과 달리 자금 출처와 용처 등을 확인하기가 용이하다. 만약 당시 검찰이 제보자 김씨의 말에 따라, 박 의원 집을 압수수색해 수표를 확보했다면,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검찰은 아들 집에서 발견한 거액의 돈뭉치가 현금으로 돼 있어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현금 6억3000여 만원에 대한 수사에서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그 돈은 박 의원에게 되돌려줘야 할 판이다.   

7·30 재보선 때문에 수사 속도 조절?

검찰이 박 의원에 대해 별도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부실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고, 박 의원이 특별한 사유 없이 해외로 출국할 경우 자신의 범죄 행위를 모두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출국금지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통상 민·형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해 수사 초기부터 출국금지를 하기도 한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 집과 본인의 차량에서 돈뭉치가 발견됐고, 불법 정치자금 가능성을 언급하는 제보가 있는 마당에 현직 의원이라는 이유로 출국금지를 하지 않은 점은 논란을 살 만하다.

특히 박 의원 주변에서는 박 의원 일가의 해외 보유 자산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과 가족이 해외의 한 특정 지역에 수시로 출입국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의혹을 부추겼다. 박 의원은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4일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현지에서 열리는 강연을 위해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불법 공천 헌금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수사는 피하고, 세월호 참사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권과 해운업계의 비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사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박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애초 박 의원 사건은 기업 유착 부분도 있었지만, 공천 헌금과 보좌관들의 임금 착취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박 의원 수사를 하면서 기업과의 유착 관계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해운 비리와 자꾸 연결 지으려 하다 보니 수사만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검찰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여당 정치인 수사에 부담을 느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박상은 의원 비리 의혹과 해운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체포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24일 전격 사퇴하면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지휘부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느린 걸음을 보이고 있는 박 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박 의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미실시 이유 등) 자세한 사안은 수사 중인 상황이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8월 중에는 (박 의원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규명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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