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허락도 없이 장성택 죽이고 핵실험 하나”
  •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
  • 승인 2014.07.31 11: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진핑, 김정은 좌충우돌 불만…북·중 관계 회복 난망

북·중 관계가 갈수록 틀어지고 있다. 북한은 7월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중국을 “줏대 없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7월17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유엔 안보리 성명에 중국이 동조한 데 따른 불만의 표시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직전인 6월28일에는 로동신문을 통해 중국을 “대국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비판이 날로 험악해지는 것은 중국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요약되는 북·중 관계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한 2013년 이후 과거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을 치른 혈맹 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의 일반 관계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171군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15일(현지 시각) 브라질에서 열린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 연합
김정은, 지재룡 등 ‘중국통’은 숙청 안해

우선 경제적 영역에서 중국의 대북 원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중국이 매달 5만톤씩 공급하던 원유 공급량이 올해 1월부터 ‘0’으로 떨어졌다. 북한이 한 해 소비하는 원유의 80%에 육박하는 50만~60만톤을 중국에 의존해오던 것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서는 충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 원유 공급뿐만 아니라 양국 간 교역량 또한 2012년 1분기 13억6800만 달러에서 2014년 1분기에는 12억7200만 달러로 줄어들었고,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 숫자도 2013년 1분기 9만9100명에서 2014년 1분기 9만180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3% 하락했다.

정치적 영역에서 북·중 간 특수 관계도 소원해졌다. 지난 7월3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시 주석은 현재 북·중 관계와 한·중 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었다. 시 주석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취임 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방문을 타진하고 있던 김정은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서울 방문이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7월21일 국방위원회 담화는 중국의 원유 공급 전면 중단과 시 주석의 한국 방문 등에 대해 참아왔던 불만이 폭발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북·중 관계가 시 주석 취임 이후 급변하게 된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 중 처음으로 ‘혁명 후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혁명 1세대인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은 물론이고 혁명의 마지막 세대인 후진타오(胡錦濤)에게도 북한은 공산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우방으로 전통적인 조중(朝中) 관계에 익숙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중국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태자당 출신의 혁명 후 세대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조중 관계보다는 국가 대 국가로서 일반 관계를 더 중시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둘째, 시진핑 주석을 무시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결정적이었다. 과거 1, 2차 핵실험 과정에서 중국을 고려하지 않는 북한의 일방적 태도에 불만이 있었던 시 주석은 지난해 3월14일 자신의 국가주석 취임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3월8일 중국은 이례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2094호에 즉각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전임자였던 후 주석이 1, 2차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그만큼 김정은에 대한 시진핑의 불신이 깊다는 의미다. 

지금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바로잡을 양국의 접촉 창구가 막혔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장성택 처형이다. 중국은 지난해 12월12일 중국의 오랜 대북 창구였던 장성택이 국가 전복 혐의로 처형되자 큰 충격을 받았다. 향후 장성택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믿을 만한 대북 창구가 없다는 사실이 더 당황스러웠다. 북한은 장성택을 숙청하는 데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장성택 처형의 근거였던 나선 특구를 외국에 팔아먹은 혐의는 바로 이곳에 투자한 중국을 지칭한 것으로, 시진핑-김정은 시대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김정은도 악화된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자 나름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룡해를 특사로 보내 전통적인 북·중 관계 복원을 요구했지만, 시 주석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말만 듣고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왔다. 북한이 장성택의 최측근들을 대부분 숙청했으면서도 주중대사인 지재룡과 국제부장인 김영일, 통전부장인 김양건 등을 살려둔 것은 이들이 중국통이기 때문이며,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6월10일 자신의 최측근인 마원춘 당 재정경리부장을 중국에 보내 7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의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이 북·중 관계 복원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의 고립, 되돌릴 수 없는 추세

북한은 악화된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다. 바로 러시아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 북·중 관계와 달리 한·중 관계는 ‘친척 방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까워지고 있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를 지켜보는 김정은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이 같은 불안감은 최근 남한에 대한 강온 양면 전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3일 한·중 정상회담은 향후 북·중 관계를 제약하는 의미 있는 정상회담이었다. 한·중 관계가 전면적인 전략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면, 북·중 관계는 비록 완충지대로서 전통적인 전략적 가치는 유지된다 하더라도 정치·외교·경제 영역에서의 전략적 부담 또한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북·중 관계의 이해 교차점이 언제, 어떻게 현실화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것이다. 북한은 북·러 관계와 북·일 관계 진전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이 또한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 틀어진 북·중 관계가 김정은의 불안감을 더욱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고립은 되돌릴 수 없는 추세이며, 전략적 고려 없이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숙청’을 밀어붙인 김정은의 운명도 되돌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3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참가]  [시사저널 페이스북]  [시사저널 트위터]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