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관피아’ 파내기 우리보다 훨씬 세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4.07.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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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공직자 특혜 취업 철퇴…퇴역 지도자 예우도 줄일 방침

박근혜정부가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다짐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과감하고 신속한 관피아 척결 성과에 비하면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한참 먼 느낌이다. 7월16일 중국의 대표적인 티타늄 제조사인 바오타이(寶?)는 “첸구이징(錢桂敬) 독립이사가 사직했다”고 발표했다. 첸구이징은 1969년 대학을 졸업한 후 쓰촨(四川)성 내 국유기업에 근무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1991년 중앙정부로 발탁돼 국가경공업국에서 일했던 테크노크라트다. 차관급인 국유중점대형기업감사회 주석을 역임하고 2009년 3월 관직을 떠났다.

그러나 첸구이징은 곧바로 민간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중국경공업연합회 상무부회장과 중국제지협회 이사장으로 ‘재취업’했다. 2011년 9월부터는 기술 관료를 지냈던 경력을 앞세워 바오타이의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이런 첸구이징이 임기 만료 3개월을 남겨두고 바오타이를 떠난 이유는 중국판 ‘관피아’ 척결 바람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10월 ‘국무원 18호 문건’을 공표해 “당·정 지도자나 간부가 기업의 독립이사나 독립감사가 되려면 퇴직 후 3년이 지나야 한다”고 규정했다.

ⓒ 일러스트 김세중
지난해 10월 이후 공직자 출신 260여 명 사임

독립이사는 우리의 사외이사와 유사한 제도로 2001년 도입됐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인 기업 경영을 견제하고, 소액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중국 내 모든 증시 상장기업은 의무적으로 독립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제도 도입의 목적과 전혀 달랐다. 대다수 상장사가 정부와 관시(關係)를 맺거나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퇴직한 고위 관료를 영입하면 정부에 로비를 하거나 압력을 넣기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은퇴 공직자의 입장에서도 독립이사는 매력적인 자리다. 한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면 되고, 기업 경영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에 반해 대가는 많아서 적어도 20만 위안(약 3300만원) 이상의 연봉을 꼬박꼬박 탄다. 민영 은행인 민성(民生)은 무려 100만 위안(약 1억6500만원)의 연봉을 독립이사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면서 독립이사를 ‘합법적인 로비스트’ ‘외풍을 막아주는 먼선(門神·수문장신)’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4월 신화통신은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퇴직 공무원이 독립이사직을 차지한 곳이 41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가총액과 매출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에너지(10개사)와 금융(15개사) 관련 기업 대부분이 은퇴한 공직자를 독립이사로 영입했다. 2012년 상장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이사로 활동하는 퇴직 관료는 모두 642명으로 파악됐다.

‘18호 문건’의 하달은 이런 관행에 철퇴를 가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관할했던 지역이나 맡았던 업무 범위 내의 기업에 재취업하거나 담당 업무와 관련된 영리 활동을 못하도록 했다. 이전과 달리 까다로운 제한 규정을 두어 공무원이 퇴직 후 곧바로 기업으로 갈아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사직한 퇴직 공직자 출신 독립이사는 무려 26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는 첸구이징을 비롯한 29명의 장·차관급 출신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독립이사뿐만 아니라 기업체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은퇴 공직자에 대해서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6월8일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감찰부는 “지린(吉林)성 부성장 3명이 지위를 이용해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뒤 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월 퇴직하자마자 동북증권 이사장에 취임한 자오정중(矯正中) 전 부성장과 동북중소기업신용재보증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뉴하이쥔(牛海軍) 전 부성장이 해임됐다. 지린은행 이사장을 맡았던 톈쉐런(田學仁) 전 부성장은 재직 시 뇌물 수뢰 혐의까지 더해져 지난해 11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한 발짝 더 나아가 퇴임한 지도자들에게 주는 예우와 혜택마저 줄이려고 한다. 중국은 1979년 제정한 ‘고급 간부 생활대우에 관한 당과 국무원 규정’과 그 후에 마련된 관련 규정에 따라 은퇴 지도자들에게 주택·경호·교통편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퇴임 지도자들은 국무원 자산관리청이 제공하는 최고급 저택과 호화 별장에서 살고, 중난하이(中南海) 퇴임 당원 의전국에서 파견한 비서와 경호원을 거느린다. 개인 요리사, 요리 보조원, 가정부까지 배정받고 현역 재직 때 좋아했던 요리 재료도 공급받는다. 이들은 중국 전역에 있는 영빈관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고, 방중(訪中)하는 외국 국가원수들이 묵는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도 평생 이용할 수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은퇴 지도자들이 누리는 예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열린 양회(兩會)에서 일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처음 거론한 뒤, 최근 들어 예우 규정을 수정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퇴직 직전 한몫 챙기기’ 비판 거세

이처럼 다방면에 걸쳐 나타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여론의 호응을 받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다. 마오서우룽(毛壽龍) 중국인민대학 공공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인민논단’에 기고한 글을 통해 “퇴직한 고위 관료가 기업에 재취업하는 이유는 직무 능력을 인정받고 관시가 두텁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업계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공직에서 쌓은 능력을 사회로 환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퇴직 후 일할 곳이나 돈 벌 기회를 막아버려 부패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중국은 퇴직 연령이 남자 60세, 여자 50세다. 개발도상국으로는 이례적으로 노령화가 빨리 진행돼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가 이미 2억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14.8%를 차지하는 숫자다. 이에 반해 사회보장제도는 미비하고 노인의 재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은퇴한 공무원은 우리처럼 연금을 받지만,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쥐꼬리만 하다. 이 때문에 퇴직 직전에 한몫 챙기려는 ‘59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퇴직한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에 제재를 가하고 과도한 혜택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을 외쳤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두 나라는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인맥을 통해 일을 추진하는 풍조가 사회 깊숙이 남아 있다. 여러모로 비교가 되는 두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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