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세상’ 절대 강자는 없다
  • 이진호│IT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8.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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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스마트폰 기능·디자인, ‘베끼기’ 수준 넘어서

중국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국내 스마트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이야기가 연일 이어진다.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 스스로 ‘위기’라고 불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와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 상승이 맞물리면서 드라마틱한 그림을 그려냈다. 과연 삼성은 위기일까, 중국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

삼성은 그동안 갤럭시S로 ‘세계 최고’ 이미지를 키워왔다. 제일 빠른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는 애플이 싫은, 혹은 안드로이드를 써야 하는 시장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시장이 원하는 곳으로 재빨리 움직였고 입맛에 딱딱 맞는 제품을 빠르게 찍어냈다. 갤럭시는 아이폰의 대항마라는 칭호가 연일 붙더니 이제는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원플러스의 모델 ‘원‘ ⓒ 시사저널 자료사진
하지만 이 시장을 계속 삼성전자가 독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MS(마이크로소프트)를 운영체제로 쓰는 컴퓨터 시장의 흐름과 매우 닮아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를 갖고 싶어 했고, 그 사이에 누군가 PC를 잘 만들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그 흐름은 한 회사가 계속해서 쥐고 있던 게 아니다. 고성능이 무기가 되던 시기도 있었고, 가격이 중요하던 때도 있었다. 직접 조립하는 PC가 시장을 지배하던 때도 있었다. AS가 제품의 판도를 바꾸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늦긴 했지만 LG전자도 비슷하게 따라잡았고, 팬택을 비롯해 소니, 모토로라가 어느 순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꼭 중국이 아니라 누구든 이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중국 스마트폰의 경쟁력 ‘제조와 내수’

내수가 받쳐주는 중국 시장은 짝퉁 폰으로 시작해 저가폰으로 컸지만 이제는 고성능 제품까지 손대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는 어떤 하드웨어에서도 잘 돌아가게 됐고, 스마트폰 부품은 평준화됐다.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갤럭시S5와 똑같은 스펙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기술 특허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비슷한 성능에 값이 싼 제품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게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샤오미로 표현된다.

중국 스마트폰에 대해 놀랄 수밖에 없는 건 언제 이렇게까지 따라왔느냐는 점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은 꼭 짝퉁 폰이 아니더라도 디자인과 고유의 특색보다는 100달러대로 가격을 낮추는 데 더 신경을 썼다. 싸게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기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로 대변되는 국산 스마트폰과 벌어진 간극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각변동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애플의 짝퉁을 자처한 샤오미는 지난해 Mi3를 내놓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3년 9월 출시된 Mi3는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퀄컴 스냅드래건800를 AP로 올렸다. 갤럭시S4와 비슷한 성능에 디자인도 세련됐다. 하지만 값은 327달러밖에 안 됐다. 메모리를 16GB에서 64GB로 올리면 400달러가 됐다. 중국 스마트폰이 시장에 가져올 가치 변화는 여기에 있었다.

지난 7월 출시한 Mi4는 메탈 소재 디자인을 하고 AP를 스냅드래건801로 올리는 등 이른바 ‘플래그십’이라고 부르는 스마트폰의 사양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값은 변하지 않았다. 40만원 정도면 최고급 제품을 손에 쥘 수 있다.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화웨이·원플러스·레노버 등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제품들은 두 가지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섰다. 일단 성능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하드웨어가 비슷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샤오미는 MIUI와, 원플러스는 사이아노젠이라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팀과 손을 잡았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좋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샤오미는 거의 매주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고 원플러스원은 ‘중국산’이란 느낌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의 조화가 가장 잘되어 있는 스마트폰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하나는 디자인 완성도다. 우리나라의 소비문화 중 하나는 제품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산은 창피해서 못 쓸 것’이라는 인터넷 기사 댓글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다. 브랜드 가치가 미치는 영향이 크겠지만 디자인이나 완성도도 이런 인식을 판가름한다.

과연 중국이 시장을 지배할까

단적으로 말하면 아직 중국산 스마트폰의 완성도는 썩 만족스러운 편이 아니다. 유명한 제품도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유격 없이 딱 들어맞게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 스마트폰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제품은 매우 품질이 좋다. 화웨이의 어샌드P7은 메탈 프레임을 써서 디자인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Mi4 역시 아이폰을 연상시키는 알루미늄 소재 가공이 눈에 띈다. 원플러스원은 플라스틱을 썼지만 소재를 정밀하게 가공했다. 이런 제품은 중국산이라는 딱지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제품 그 자체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당장 중국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신뢰 문제가 있다. 샤오미·화웨이 등의 제품이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만드는 제품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기 어렵다. 기술을 떠나 ‘디자인 센스’에 대한 간극이 여전히 남아 있다.

가격 문제도 지적된다. 가장 주목받는 샤오미 Mi4의 값은 400달러대다. 하지만 판매 대상은 중국권이다. 반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한 화웨이의 어샌드P7은 600달러에 이른다. 회사에 따라 가격정책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이 가격 차이는 브랜드 가치보다도 원가 상승이 이유다. 사실 정상적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특허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글의 심사 등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많아진다. 중국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의 면죄부가 주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을 싸게 할 수 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공포심은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오는 때부터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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