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담배 카르텔, 그 끝은 어디인가
  • 엄민우· 조해수·김지영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8.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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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주한미군·국방부·상이군경회까지 불똥 튈 수도

면세 담배가 시중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쉬쉬’했을 뿐,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래서 일부 신고가 들어가도 경찰은 도·소매업자들이 면세 담배를 취급하는 곳에서 몰래 몇 박스씩 밖으로 빼내는 정도의 행태에 대한 적발에 그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된 것처럼, 현재 인천지검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수사는 분위기가 다르다. 미군부대 내부 압수수색을 위해 직접 들어갔는가 하면, 그 대상 또한 용산 한 곳이 아닌 전국 미군기지에 걸쳐 전 방위적·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KT&G에서 담배를 받아 미군부대에 납품하는 유통업체인 상훈유통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거대한 불법 유통의 카르텔을 건드리는 것 같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 수사를 수개월째 벌이고 있는 인천지검은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남아 있어 순차적으로 확인된 것부터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시사저널 역시 이번에 면세 담배 불법 유통 실태를 취재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대규모 불법 유통 카르텔 구조에 접근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의문은 여러 부분에서 남는다.

8월20일 오후 용산 미군부대 출입문. ⓒ 시사저널 최준필
■ 일반 재래시장 유통이 전부일까    

면세 담배 수사를 진행해온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해마다 반복되는 면세 담배 유출 규모는 최대 수천만 갑에 이른다. 일반 재래시장 등에서 유통되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하게 유출된 면세 담배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국내는 물론 해외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실제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컨테이너 단위로 면세 담배들이 중국 등으로 건너간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담배가 더 많다는 것이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단속망이 점점 강화되고 있고, 또 면세 담배 이용자가 거의 노년층 위주라는 점에서 음성적인 국내 유통의 폭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직접 접촉한 면세 담배 취급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면세 담배 불법 유통의 정점에는 이른바 ‘큰 상인’이 있다. 큰 상인은 컨테이너 단위로 불법 유출된 면세 담배를 관리한다. 이 큰 상인을 통해 전국 각지로 뻗어나간다. 컨테이너 보관은 해외 유출이 그만큼 용이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면세 담배를 단속했던 사정기관 관계자와 소매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 내국인의 접근이 안 되는 곳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상훈유통. ⓒ 시사저널 최준필 여의도 보훈회관 건물에 위치한 대한민국상이군경회. ⓒ 시사저널 이종현 KT&G 삼성동 본사. ⓒ 시사저널 박은숙
■ KT&G는 문제가 없을까

면세 담배 유출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담배 제조회사의 연루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사정기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급원인 담배회사 관계자의 비호 없이는 면세 담배의 불법 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은 몇 달 전 국내에서 담배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들의 공장을 방문해 몇 가지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 일부 업체의 경우는 그 정황이 드러났고 몇몇 업체는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국산 담배 생산을 도맡고 있는 KT&G도 면세 담배 판매와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면세 담배 불법 유통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담배 밀수업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KT&G 인천공항지점장 ㄱ씨를 구속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불법 유통되는 면세 담배는 수출용으로 둔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출하는 것처럼 세관에 신고했다가 실제로는 해외로 보내지 않고 국내에 유통하는 수법이다. 지난 4월 검찰은 KT&G로부터 외항선원용 면세 담배를 수출용으로 구입한 뒤 중국으로 수출한다고 신고하고 실제로는 국내에 불법 유통시킨 일당을 구속했다. 이들은 면세 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보이도록  ‘DUTY FREE’란 표시를 지우고 재포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KT&G 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어떻게 담배를 수출용 컨테이너에 싣지 않고도 단속되지 않고 불법 유통했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KT&G 인천공항지점장이 금품을 받고 이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ㄱ씨는 국산 면세 담배를 수출용으로 둔갑시켜 국내에 유통한 업체들로부터 에쿠스 차량 리스료를 대납받는 등 1억3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 그 대가로 따로 출장조사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에게 금품을 건넨 한 업자는 관련 재판에서 금품을 건넨 이유에 대해 “면세 담배 구입 등과 관련해 ㄱ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군부대·상이군경회 등은 연관성이 없나

검찰의 미군부대 압수수색으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성역이나 다름없는 주한미군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하는 점이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미군부대는 영내에 있는 한국인 소매업자를 수사하는 데 협조하는 차원에서 ‘GATE’(문)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이번 불법 유통 수사에 미군부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미군 당국도 영내에 들어와야 할 담배가 트럭째 외부로 빼돌려지는 것에 대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영내에서 60년 이상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데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눈감았다면 방조한 것이 된다.

미군부대 면세 담배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상훈유통은 상이군경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이군경회도 이 사업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상이군경회는 국가보훈처 산하 단체다. 미군부대 면세 담배라는 점에서 국방부도 연관된다. 이번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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