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당근 먹어도 살찐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8.28 14: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량 낮지만 당지수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 안 돼

주부 김순양씨(50)는 오랜 기간 다양한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저(低)열량이 화두였던 1980년대에는 단백질·원푸드·황제 다이어트 등을 따라 했다. 1990년대에는 육류보다 채식을 즐겼다. 2000년대 들어 식품 성분을 따져가며 저지방·저탄수화물·고단백 다이어트에 도전했다. 최근에는 열량이 낮은 옥수수·당근 등으로 끼니를 해결해도 체중을 빼지 못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다이어트 요법을 모두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당지수를 무시한 탓이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혈당 흡수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 상승→인슐린 분비 증가→체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며 “지나치게 분비된 인슐린은 몸이 이용하고 남은 혈당을 지방 형태로 몸에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콩류 당지수 가장 낮아, 감자·옥수수는 높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1999년 공동 조사를 한 뒤 심장병·당뇨병·비만 등 성인병 예방을 위해 당지수가 낮은 식품 위주로 식단을 구성할 것을 권장했다. 당지수는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당뇨 환자에게 친숙한 용어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일정량(50g 또는 100g) 먹었을 때 혈당이 올라가는 정도를 100으로 잡고 다른 식품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 상승치를 표시한 것이 당지수다. 55 이하는 저당지수, 70 이상은 고당지수, 56~69는 중당지수로 분류된다.

같은 열량의 식품이라도 당지수가 높은 것을 먹으면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고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예를 들어 당근은 열량이 34kcal로 낮지만 당지수는 75로 높은 편이다. 수박도 열량은 31kcal로 낮지만 당지수는 72여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갑자기 증가하고 그만큼 인슐린 분비도 많아진다. 인슐린은 남아도는 혈당을 몸에 축적하므로 체중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반대로 당분이 낮은 음식은 몸에서 천천히 분해되고 혈당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탓에 인슐린 분비도 적다. 서서히 오른 혈당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포만감도 오래 지속돼 다른 음식을 추가로 먹지 않게 된다.

당지수를 표기한 식품은 거의 없어 식사할 때마다 당지수를 따져가며 음식을 먹을 순 없다. 그렇다면 당지수가 낮은 식품군(표 참조)을 기억해두면 편리하다. 날것으로 먹는 음식, 딱딱한 음식,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은 대부분 저당지수 식품이다. 저당지수 식품을 곡류·육류·채소류로 나눠보면, 곡류로는 호밀빵·보리·메밀국수·흰죽 등이 있다. 육류로는 닭고기·돼지고기·소시지·굴·모시조개 등이 있고, 채소류는 시금치·콩나물·오이·양상추·표고버섯·부추 등이다.

콩류는 당지수가 가장 낮은 식품군이다. 어류와 육류는 당지수가 60 이하여서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는 않지만 조리 방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리할 때 요리당이나 설탕을 첨가하면 당지수가 높아진다. 채소는 대부분 당지수가 60 이하지만, 감자·당근·옥수수는 70 이상이어서 잦은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대체로 당지수가 낮은 과일은 생으로 먹는 편이 좋다. 통조림이나 설탕을 첨가하면 당지수가 높아진다. 유제품과 계란은 당지수가 낮아 자주 섭취해도 무방하다.

고당지수 음식은 태아도 뚱뚱하게 해

여러 사람과 식사할 때 당지수를 따져가며 음식을 섭취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음식 섭취 순서만 바꿔도 신체 내부의 당분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밥을 위주로 하고 반찬을 곁들이는 평소 식습관을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바꾸면 된다. 채소류를 먹은 후에 고기·생선을 먹고 밥·국수는 마지막에 먹는 식이다. 먼저 먹은 저당지수 음식으로 포만감이 생겨 고당지수 음식을 적게 먹을 수 있다. 강재헌 교수는 “고당지수 음식을 저당지수 음식과 함께 먹으면 체내 당지수를 낮출 수 있다”며 “저당지수 식사를 2주 동안 하면 체중 감소, 변비·피부 개선, 심리적 안정 등의 변화가 온다. 장기적으로 저당지수 식단은 운동을 적게 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저당지수 다이어트는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복부 비만이거나 기존 다이어트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시도해볼 만하다. 식사량을 줄여 배고픔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요요 현상도 없는 점이 특징이다. 특별한 다이어트 기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 자체를 개선하는 방법이다.

식품의 당지수는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 알렉스 에반 박사 팀은 최근 임신한 양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가 초콜릿이나 흰 빵처럼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신생아가 뚱뚱해질 확률이 높다.

체중 조절, 복부 비만, 혈당 조절 등 다양한 이유로 저당지수 음식을 선택할 때 열량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땅콩은 당지수(14)만으로는 체중 조절에 유익한 식품이지만 열량(569kcal)은 밥 두 공기에 해당한다. 같은 감자라도 구운 것(85)과 튀긴 것(57)의 당지수가 다르다. 당지수만 따진다면 튀긴 감자가 이롭지만 열량은 구운 감자보다 6배가량 많아 결코 체중 조절에 도움이 안 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