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쟁의 수렁에 발을 들이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09.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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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붕괴시키기 위한 공습 선포…장기전 가능성 커

한때 ‘기자’는 전장에서 중립적인 존재였고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투를 벌이는 세력들은 정당성을 홍보하는 메신저로 종군기자를 활용했다. 그랬던 기자들이 이제는 참수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스티븐 콜 미국 컬럼비아 대학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어떤 무장 조직이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내보내고 싶은 정보를 알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존재 가치가 떨어진 전장의 기자는 정보 전달자에서 유용한 포로로 전락했다. 현재 IS(이슬람 국가)의 손에 억류된 기자는 2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첫 번째 희생자 제임스 폴리에 이어 IS의 손에 두 번째로 참수된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는 유대인이다. 2013년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이스라엘 시민이었다. 가자 지구나 리비아·시리아 등지에 들어가 그곳의 상황을 기록해 타임이나 포린폴리시 같은 매체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였다. 호텔에 머무르는 것을 싫어했고 현지 주민들과 접촉하며 침식을 함께하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실천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스라엘 언론 매체 ‘Ynet’에 따르면, 소트로프는 자신이 뛰어드는 지역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면서도, 그곳을 취재하고 기사화하는 일에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9월10일(현지 시각) 오바마 대통령은 “IS(이슬람 국가)를 분쇄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체하겠다”며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발을 디딜 것을 천명했다. ⓒ AP 연합
“시리아 공습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전문가들은 몸값이 IS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트로프 가족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트로프 가족 측근은 “IS가 애초에 몸값을 요구했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희생자였던 폴리의 경우 1억3250만 달러라는 구체적인 금액이 알려졌지만 소트로프의 경우 요구 금액이 얼마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몸값 지불 요구에 관해 유럽 국가들은 유연한 편이다. 몸값을 지불한 사실을 부정하거나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경우 정부가 몸값을 지불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4월 이슬람 과격파의 인질이 된 프랑스 민간인 4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몸값을 지불했는데,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직접 돈을 들고 전달 장소인 터키 앙카라까지 갔다. 물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 스페인 정부도 몸값을 지불해 스페인 국적의 민간인 2명을 구출한 전례가 있다. 스페인 외무부 대변인은 당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008년 이후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 조직에 유럽 국가가 지불한 몸값 총액은 1억2500만 달러(약 12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질 몸값이 무장 조직의 중요한 군자금이 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미국은 몸값 대신 전쟁을 택했다. 두 미국인의 죽음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진 일말의 망설임마저 없앴다. 9·11 테러 기념일 하루 전인 9월10일, 그것도 황금 시간대에 그는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자국민 2명의 희생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이날 IS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전략이 발표됐다. ‘IS를 궁극적으로 붕괴시키기 위해 시리아 공습을 승인하고 이라크 내 폭격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장기적 갈등을 피할 것이라고 누차 밝혔던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고집을 꺾어야 했다.

전투 병력은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번에도 고수했다. 하지만 군사행동을 확대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두 국가 안에서 안식처를 마련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전략이다. 공군력을 활용하며 시리아 내의 IS 세력을 끝까지 쫓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내에 자리 잡은 IS를 추격하길 꺼려 했다. 그 망설임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망설임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전황이 그렇다. 뉴욕타임스가 “일단 시리아 공습을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미국은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배웠다”며 군사작전 장기화의 우려를 드러냈을 정도로 이라크·시리아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미국 공습에 대비하는 IS, 주민들 속으로

“편집증이며 절대적인 충성을 강요한다”(찰스 리스터 브루킹스 도하 센터 연구원)는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중심으로 IS 상부에 포진한 10여 명의 지도자는 서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4년 전 지도자가 된 바그다디는 의심할 만한 지휘관들을 몰아내고 조직을 장악했다는 게 서구의 관측이다.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지만 의외로 유연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미 각료 회의와 주지사 위원회 등 행정 시스템을 갖췄다. 마이크 로저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최근 IS가 차지한 지역에서 에너지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석유부 장관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IS의 점령 지역 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치는 30억원을 상회한다.

IS는 통치 방식도 남다르다. 영토를 확장하면서 대다수 행정적인 부분을 현지 관리들 책임으로 남겨둔다. 통치 지역 주민들은 변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소외감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 현지 부족과 동맹 관계를 맺으며 안식처를 제공받는 것도 효율적인 통치 방식이다. 미국 국방 매거진 ‘디펜스폴리시’의 제닌 데이비슨 선임기자는 “과격파 단체가 이처럼 큰 면적과 자원을 지배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영토에 포함된 유전 등은 재정의 풍부함을 가져다준 덤이다.

효과적인 영토 점령 전략은 ‘IS가 승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신병 모집에 효과적이다. 영국을 거점으로 하는 비정부기구(NGO)인 ‘시리아 인권감시단(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의 라미 압둘 라만 대표는 “7월에 새롭게 추가된 전투원은 6000명을 넘었는데 이는 IS(전신 ISIL 포함)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였다”고 말했다. 자발적 전투원도 있지만 점령 지역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발하고 있다. 자발적 전투원들은 “영토 확장은 전 세계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의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설득에 공감해 찾아온다. 그렇게 조직된 군사력은 강고하다. 이슬람 무장 조직의 상징과 같은 자폭 테러부터 조직적인 군사 전술을 IS는 병행한다. 가장 중요한 신병 모집 전략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만든 탱크를 몰고 퍼레이드를 벌이며 힘을 과시하던 IS는 요즘 달라졌다. 전투원들은, 나서기보다 지역사회에 숨어드는 방법을 택하며 전투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공습이 시작된 이래 이슬람 국가 전투원 대다수는 스스로가 ‘미군의 공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무장 차량을 버리고 주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는 모양새다. 이라크 모술에서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주민은 “그들이 이전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공습 대상이 되기 때문에 기관총을 사용하는 행동 등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08년 이라크에서 미군은 알카에다와 싸우는 일부 수니파 그룹과 밀접하게 협력했다. 미군에서 당시 훈련받은 수니파 중 일부가 지금은 IS와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그들은 미군을 알지만 반대로 미군은 까막눈에 가깝다. IS를 분쇄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승인했지만, 시리아는 미국 정보기관의 활동이 가장 빈약한 곳이다. 잘못된 정보로 공습할 경우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IS 공습을 위해 걸프 해역에 머루르고 있는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에 실린 F/A-18 호넷. © AP 연합
초당적 지지 없는 워싱턴 상황도 부담

실제 7월 초 달빛이 없는 어느 밤에 미 육군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 수십 명은 시리아 동부 석유 저장시설을 습격했다. 원래 계획은 감시자를 제거한 뒤 임시 수용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에서 미국 기자인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를 구출해 안전한 곳까지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작전 소요 시간은 20분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1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시리아 국외의 거점에 도착했다. 대열 속에 인질들도 없었다. 이미 며칠 전에 인질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지만 미국 정보 당국은 이를 알지 못했다. 그 인질들은 결국 얼마 후 참수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리아 현지에서 정보 제공자를 거의 확보하지 못해 인공위성 등으로 확보한 정보에서 생기는 구멍을 메울 수가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주변 아랍국들이 보조를 맞춰주길 원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요르단 등 주요 국가는 미국이 리비아·이집트·튀니지 등의 이슬람 무장 조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해주길 원한다. 반면 중동에서의 역할을 축소한 미국은 IS 하나만 잡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몇몇 아랍 국가 관계자는 “IS와 더불어 중동 지역의 다른 무장 집단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아랍 국가가 전투에 참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상군 투입 없는 공습만으로는 짧은 기간에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본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발표 직후 “IS를 완전히 격퇴하는 데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백악관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을 짧은 시간에 완결할 수 없는 이유가 중동에만 있지는 않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한목소리로 지지하는 데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같다. 반면 각론은 다르다. 공화당은 “더 많은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반대로 장기전에 대한 우려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라크에서 다시 지상군이 투입되는 전쟁을 해도 좋다는 백지수표를 대통령에게 주지는 않을 것”(마크 우달 민주당 상원의원)이라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대통령이 바라는 초당적 지지를 의회는 쉽게 내주지 않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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