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표 뚱딴지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4.09.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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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율을 내리면 세수가 늘어난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그러나 이 말은 정식 경제학자인 아더 래퍼가 한 말로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 경제학계를 풍미했던 말이다. 세율을 내리면 근로의욕이 늘어나고 그것이 소득을 매우 많이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실제 세수(=낮아진 세율×증가한 소득)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주장은 공급 측면 경제학의 중요한 명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이 말을 근거로 감세 정책을 펼쳤다. 그렇게 해도 재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열심히 지적했듯이 이 정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궤변은 궤변으로 끝나고 레이건 대통령 이후 미국 경제는 재정 적자만 떠안게 됐다.

#2.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가계부채 문제는 오히려 더 잘 해결될 수 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신종 뚱딴지다. 이른바 최경환표 경제정책의 표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도 빚을 얻은 가계가 소비를 늘리고 그것이 소득을 매우 많이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8월에 전월 대비 가계부채가 8년 만의 최대 폭인 5조원이나 급증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틀릴 경우에는 우리나라는 아마도 이 정부가 끝나기 전에 가계부채발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만일 가계부채가 정말 문제라면 어찌해야 하는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의 가장 일차적인 존립 의의는 물가를 일정 목표 범위 내로 안정시키는 것인데 지금은 실제 물가가 목표 범위보다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가를 목표 범위 내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한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금리 인하는 한편으로 물가 상승률을 자극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뜩이나 많은 가계부채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급증은 한은의 또 다른 존립 근거인 금융 안정과 양립할 수 없다. 그래서 문제다.

이 문제는 한은 혼자 힘으로는 풀 수 없다. 왜냐하면 한은의 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인데 한은의 정책 수단은 금리 조절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은 다른 경제정책 당국, 즉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과의 공조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물가 상승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지만 다른 경제정책 당국들은 가계부채 규모 축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가운데 객관적으로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개인 채무자들은 신속하게 법원의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절차를 거치도록 해 채무를 상환 능력 범위 내로 조정해주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에 대비해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주택을 빼앗기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하늘에 먹구름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서둘러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이 없다고 한탄해봐야 너무 늦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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