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은 누구? 삼성 vs 애플 ‘10월 대전’
  • 이진호│IT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9.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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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면’으로 맞짱 뜨는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올 10월엔 스마트폰 시장에 또 한 번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단말기 시장의 가장 큰 경쟁자가 비슷한 콘셉트의 새 제품을 거의 같은 시기에 내면서 맞붙었고, 국내 유통 시장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단말기 전쟁이 재점화된다는 점이다. 핵심은 큰 화면을 두고 벌이는 삼성과 애플의 다툼이다. 시작은 삼성전자가 했다. 삼성전자는 9월3일 독일 IFA(국제가전박람회)에서 갤럭시노트4를 공개했다. 4세대 주력 패블릿 제품이다.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재 가장 빠른 AP를 두뇌로 삼았고, 첫 갤럭시노트의 HD 해상도보다 4배나 촘촘해진 화면을 썼다. 펜도 발전을 거듭해 더 매끄럽고 예민하게 쓸 수 있게 만들었다.

9월3일 베를린 IFA에서 삼성전자 이돈주 무선사업부 마케팅실장이 갤럭시노트4를 소개하고 있다. ⓒ EPA연합9월9일 미국 쿠퍼티노에서 열린 아이폰6 발표회장에서 필 실러 부사장이 새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 AP연합
삼성은 경쟁사들이 쫓아오는 큰 화면에 대한 차별점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풀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 엣지를 출시하고 옆면을 쓰는 방법으로 화면을 더 넓게 쓰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삼성이 처음 꺼내놓았던 ‘패블릿’이라는 시장은 이제 시장의 거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안드로이드폰을 만드는 가장 기본 목표가 됐고, 더 이상 차별점으로 가져가기는 어렵게 됐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큰 화면을 어떻게 쓸까’라는 고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분할 화면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물론 그 화면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남아 있는 과제다. 결국 애플리케이션(앱)이 새로 생긴 화면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앱 개발사가 한 종류의 제품을 위해 따로 앱을 개발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쓴 기기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패블릿, 대형 스마트폰처럼 또 하나의 제품군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매년 커지던 화면 크기는 5.7인치에서 멈췄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이 정도면 다 키웠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화면 자체의 크기와 해상도는 이제 더 이상 늘어날 여지가 없다. 이미 5.7인치에 2560x1440 해상도면 한계치에 이르렀다. 배터리나 성능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소비자들은 더 이상 화면이, 기기가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고, 이 작은 화면에 TV보다 더 높은 해상도를 내는 데에도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작은 화면 고수하던 애플의 변심

큰 화면을 앞세우던 삼성 앞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애플의 아이폰6다. 애플은 그동안 작은 화면을 고집해왔다. 한 손에 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4인치 정도의 화면을 선보여왔다. 시장은 줄곧 큰 화면을 원했지만 애플은 그동안 뱉어냈던 말이 부담이 됐는지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화면 크기를 키웠다.

아이폰6는 4.7인치, 아이폰6플러스는 5.5인치다. 기존 4인치에 비해 엄청나게 커졌다. 삼성과 비교하면 조금씩 작긴 하지만 그동안 아이폰에서 가장 답답하고 가렵던 부분을 긁어주었다. 아직 국내 출시일은 언제가 될지 묘연하지만 아이폰 시리즈 6세대에서의 ‘혁신’은 화면 크기를 키웠다는 그 자체다.

공교롭게도 삼성과 애플의 신제품은 출시 시기도 10월 즈음으로 겹친다. 사실상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이 몇 가지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고성능 하이엔드 제품으로 꼽히는 것은 갤럭시노트4와 아이폰6 정도다. 삼성으로서는 올가을이 호락호락하진 않을 전망이다. 그간 삼성이 내세웠던 게 화면 크기와 배터리 부분인데 아이폰이 같은 얼굴을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첫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시작했다가 갤럭시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넘어갔다. ‘변심’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큰 화면이었다. 아이폰에서 전향한 이들 중 상당수는 만족하면서 쓰고 있지만, 또 적지 않은 숫자가 ‘아이폰을 쓰고 싶지만 화면이 작아서 못 쓰겠다’는 반응이었다. 벌써부터 커진 아이폰에 대해 4.7인치냐, 5.5인치냐를 두고 고민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처음 아이폰3GS가 들어왔을 때만큼의 반응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5~6% 정도로 꼽히는 아이폰 점유율에 큰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갤럭시노트4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를 한 개만 넣어 판매하기로 했다. 덕분에 출고가를 100만원 아래로 끌어내리긴 했는데 이렇게 되면 기본 배터리만 쓰는 대다수 이용자는 배터리를 분리하지 못하는 일체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로 쓰게 된다. ‘그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 명확하게 갈라지던 몇 가지 부분들이 결국 비슷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브랜드와 디자인 그리고 운영체제 환경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경쟁이라기보다 삼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장에 애플이 역습을 하는 모양새에 가깝다.

팬택 시장 누가 먹을지도 변수

올가을 스마트폰 시장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팬택도 그중 하나다. 팬택은 시장의 7~8%를 차지하는 회사다. 하지만 경영 악화로 인해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고는 쌓여 있지만 판매가 수월치 않다. 팬택이 재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팬택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누가 먹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 대목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단순 저가 시장으로 쏠릴지, 아니면 특정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 형식으로 나타날지도 흥미로운 대목인 것이다.

또 하나는 시장 그 자체의 변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월부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한다. 이 법안의 핵심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을 왜곡시킨 주범으로 꼽히는 보조금을 꽉 잡아 통신요금 인하를 꾀하는 것이다. 단말기 가격이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제외하고는 그 자체로 묶이기 때문에 추가로 가격을 내리거나 지원금을 얹어 판매를 이끌어내는 영업도 쉽지 않게 된다.

또 ‘대란’ ‘버스폰’ 같은 저가 판매가 사라지기 때문에 스마트폰 구매 시장 자체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단통법 시행 목표 중 하나가 단말기 과소비를 줄이자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전쟁의 주 대상은 2년 전 스마트폰을 구입했던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그리고 아이폰5 이용자가 될 전망이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다시 링에서 만난 두 경쟁자의 가을 전쟁,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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