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압수수색한 검찰, 지금 뭐 하고 있나
  • 조해수·엄민우·김지영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0.0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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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사 중” 되풀이…불법 유통 몸통 밝히는 데 수사력 모아야

 말레이시아는 지난 2010년 담뱃값을 7.5% 인상했다. 그러자 밀수·위조 등으로 불법 유통되는 블랙마켓(암시장)이 전체의 약 40%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됐다. 영국 역시 큰 폭의 담뱃세 인상 이후 30%가량의 담배가 블랙마켓에서 유통됐다. 캐나다는 담뱃값 인상 후 불법 담배가 급증하면서 1994년 오히려 담뱃값을 50% 내려야만 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으로 국내 담배 블랙마켓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담배 블랙마켓에서 유통되고 있는 담배는 대부분 면세담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블랙마켓에 깔린 면세담배는 금액으로 따지면 40억9200만원, 2012년 32억7500만원에서 지난해 436억9000만원, 올해 들어 7월까지 1255억9600만원으로 폭증했다. 

지난 8월25일 인천지검에서 이진동 외사부 부장검사가 면세담배 불법 유통 일당 적발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법 유통되는 면세담배는 담뱃값 인상 이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안 자체가 세금을 주로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면세담배와 시중 가격 차이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중에서 2만5000원에 거래되는 담배 1보루의 면세점 가격은 25% 저렴한 1만8600원이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더라도 면세점 담배 1보루 가격은 2만원 수준인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4만5000원으로 2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면세담배 유통이 지하경제 ‘활성화’ 주범

그런 면에서 최근 검찰 등 사정 당국의 움직임은 이목을 끈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인천세관과 공조해 지난 6월 말께 군납용 면세담배 불법 유출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서울 용산을 비롯한 전국 미군부대를 전면 압수수색했다. 이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에 담배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상훈유통 본사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상훈유통 사무소가 미군부대 내에 있기 때문에 영장 집행 마지막 단계에서 미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보도 직후인 8월25일 가진 인천지검 면세담배 밀수입 수사 결과 발표에서 미군부대와 상훈유통에 대한 부분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인천지검 측은 “그 건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발표할 단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 석 달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진행 상황이 알려지지 않고 다만 수사 선상 주변에서 소매업자를 구속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뿐이다.

미군부대에 공급되고 있는 국산 면세담배는 2013년 기준으로 13종, 2700여 만 갑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검찰은 국내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면세담배의 상당량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내년 1월 담뱃값 인상을 앞두고 블랙마켓에서는 벌써부터 물량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유출한 면세담배를 쟁여두었다가 내년 1월 이후 물량을 풀어 폭리를 취하겠다는 속셈이다.

불법 담배를 근절하지 못할 경우 흡연 인구 감소나 세수 확보 등에 차질을 빚고, 오히려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천지검의 수사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면세담배 불법 유출은 수십 년간 고착화된 문제다. 담배는 현금과 다름없기 때문에 공모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고서는 ‘윗선’을 밝혀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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