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퇴원 임박했나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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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동 자택에 ‘병원용 엘리베이터’ 설치…9월5일 준공검사 단독 확인

벌써 네 달이 넘었다.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VIP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실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하지만 그의 병세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서울 이태원등 자택 내에 ‘병원용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가 마무리됐고, 한 달 전인 9월5일 준공 검사까지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자택 내에 설치된 병원용 엘리베이터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제품이다. 이 회장의 퇴원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수 있는 정황이다.

엘리베이터 공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장이 입원한 5월 이후 이태원동 자택에 병원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초 삼성 비서실에서 갑자기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다음 다시 “엘리베이터 공사를 서두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서둘러 공사를 재개했고 추석 연휴 직전인 9월5일 준공검사를 마쳤다. 이 공사는 이건희 회장 비서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에스원 등 5곳에서 함께 감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태원동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 ⓒ 시사저널 최준필
엘리베이터 5대 설치된 것으로 확인

지난 7월 초에 갑자기 공사를 중단시킨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이 회장의 병세가 악화돼 자택에 병원용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다고 판단해 공사를 중단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은 공시지가 149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집이다. 2013년 130억원이었던 공시지가는 1년 만에 19억원 올랐다. 2층짜리 단독주택이며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돼 있다. 대지 면적은 2142.6㎡(648평), 주택의 연면적은 3423㎡(1035평)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1층은 611.27㎡(185평), 2층은 360.65㎡(109평), 지하 1층은 1270.71㎡(384평), 지하 2층은 1174.65㎡(355평)로, 지상보다 지하 면적이 2.5배 넓은 구조다. 주차장은 50여 대의 차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원래 이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 내부에는 다섯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이 가운데 한 대를 철거하고 병원용 엘리베이터를 다시 설치한 것이다. 병원용 엘리베이터는 일명 ‘환자용 엘리베이터’다. 휠체어를 탄 환자나 침대를 이용해 이동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설계됐다. 양쪽으로 열리는 일반 엘리베이터와 달리 침대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한쪽으로만 열리는 게 특징이다. 일각에서 ‘휠체어 거동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장 개인 주택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자택은 철통 경비다. 감시 카메라 3대가 집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담벼락 앞엔 초소도 설치돼 있다. 기자가 10월2일 이태원 자택에 접근하자마자 초소 안에 있던 사람이 나와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 물었다. 담벼락도 주변의 다른 단독주택보다 높다. 주변에 고층 건물도 없어 내부를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다.

올해 73세인 이 회장은 1999년 폐 림프암을 앓은 뒤 호흡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암세포의 최초 발생 부위를 찾지 못해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고 그 후 암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폐렴을 자주 앓는 등 호흡기 질환에 시달려왔다. 이 회장이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 하와이·일본 등 기후가 따뜻한 지역에 머무르면서 요양하는 것도 호흡기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2009년 3월에도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나흘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열리기로 예정됐던 삼성그룹 경영 20주년 만찬 행사를 두 번이나 연기해 한때 ‘위독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28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간의 만찬 행사와 9월9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 1월2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건강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회장은 “좋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1월11일 경영 구상과 건강상 요양을 위해 출국했다. 이 회장이 돌아온 것은 4월17일. 이 회장은 “보시는 대로 건강하다”고 얘기했지만, 미처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인 5월10일 밤 급성 심근경색으로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괴사하는 병이다. 심장이 제대로 뛸 수 없고 심하면 심장이 멎기도 한다. 주치의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자택 인근의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당시 이 회장의 상태가 급박했음을 시사한다. 이 회장은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과 기관지 삽관 시술을 받은 후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 입원했다.

지난 4월17일 이건희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측 “퇴원 가능성 대비해 공사했다”

그 후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스텐트 삽입 시술(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해 하는 혈관 확장술)을 받았다. 시술 직후 삼성서울병원 측은 “초기 응급치료를 매우 잘했고, 시술도 성공적이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소견을 밝혔다. 다만 예상 입원 기간에 대해서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중환자실에서 저체온 치료와 진정 치료를 마친 후 5월19일 일반 병실 VIP병동으로 이동했다. 입원 한 달째이던 6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이 혼수상태에서 회복됐으며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에는 삼성그룹 측이 “심폐 기능도 정상을 되찾았다.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쳐다보면 눈을 맞추는 등 간단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에는 더 호전된 상태를 전했다. “의사소통을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10월1일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 역시 사장단 회의 이후 “여러 가지로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고, 의료진도 지속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병세나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10월2일 본지 인터넷판 보도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퇴원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공사를 한 것은 맞다. 그러나 퇴원시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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