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가기 전에 연금저축 알아보세요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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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전 가입하면 400만원까지 세액공제…은행·생보사·증권사에서 취급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연말정산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의미다. 연말정산은 직장인들에게 ‘13번째 월급’으로 불린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또 하나의 절차일 뿐이다. 연말정산 때 비교적 많은 세금을 환급받고 노후도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 연금저축이다. 연금저축은 연간 4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해주는 대표적인 세테크 계좌다.

연금저축 상품마다 금리 및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1년간의 금리 차이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10년, 20년 쌓이면 엄청난 격차가 날 수 있다. 평생 유지할 수도 있는 초장기 상품이기 때문이다. 처음 가입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극적인 갈아타기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매년 4분기(10~12월)마다 급증하는 패턴을 보인다. 12월 말까지 가입한 뒤 일정액을 부으면 무조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연금저축 상품을 취급한다.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은행·증권사·상호저축은행 등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일러스트 송윤정
은행이 취급하는 상품은 연금저축신탁, 생명·손해보험사가 판매·운용하면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자산운용사)가 취급하면 연금저축펀드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선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 비중이 가장 높다.

연금저축의 세제 혜택은 많은 편이다. 연간 납입액 한도는 1800만원이며 이 중 400만원까지 세액공제(13.2%)가 가능하다. 매년 400만원을 넣으면 52만8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원금(400만원)에 대한  이자 효과만 감안해도 연 7.55%짜리 확정금리형 예금에 가입한 것과 같다.

중도에 계좌 해지하면 무조건 손해

과세이연도 장점이다.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당장 15.4%를 과세하지 않고 나중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까지 과세를 미룬다는 뜻이다. 최장 수십 년 후 세금을 내면 되니 그만큼 이익이다. 연금을 수령할 때의 연금소득세는 3.3~5.5%다. 매년 400만원을 초과해 납입한 금액에 대해선 이 연금소득세도 면제다.

따라서 해가 바뀌기 전에 연금저축 상품을 점검하는 습관을 가질 만하다. 계좌가 없다면 새로 만들고 공제 한도를 다 채우지 않았다면 금액을 추가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매달 10만원씩 연금저축에 납입해왔다면(연간 120만원) 연말에 한꺼번에 280만원을 넣어 내년 초 세액공제를 최대한도로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의 단점도 있다. 한 번 가입하면 최소 5년간은 유지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3월 제도 변경 전에는 의무납입 기간이 10년으로 훨씬 길었다. 원리금을 수령하는 방식도 정해져 있다. 만 55세 이후 10년 이상 장기간 분할해서 받아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했다가 중도 해지하면 손해가 크다. 국가에서 세제 혜택을 부여한 만큼 중도 포기하면 그동안 받은 혜택을 전부 환수해간다. 연금 수령 나이(55세)가 되기 전에 연금저축 계좌를 해지하고 한꺼번에 목돈으로 찾으면 원금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원금을 손해 보는 가장 큰 원인은 기타소득세다. 지방세를 포함해 22%나 된다.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저축을 해지할 때만 기타소득세가 조금 낮아진다. 이때의 기타소득세는 13.2~16.5%다. 지난해 3월 이전의 옛 연금저축 가입자가 부득이한 사유로 해지하면 16.5%를 내야 하며 그 이후 가입자가 같은 이유로 해지하면 13.2%를 토해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는 천재지변, 가입자 사망, 가입자 퇴직, 가입자 해외이주, 회사 부도(폐업), 3개월 이상 입원치료나 요양, 금융회사 파산 등이다.

연금저축을 중도 해지하면 세금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수수료 때문에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은행 및 증권사(자산운용사) 상품의 경우 초기의 운용 보수(수수료)가 중도 해지 때 원금 손실을 볼 만큼 높지는 않다.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훨씬 더 불리하다. 보험 상품은 수수료(사업비)를 선취하는 특징이 있어서다. 보험 사업비엔 고객 모집수당과 유지비, 관리비, 위험보증료 등이 포함되는데 가입 후 10년 내 해지하면 원금을 다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연금저축에 가입했는데 당장 목돈이 필요하거나 매달 납입하는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해지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다. 우선 연금보험료 감액 제도가 있다. 매달 납입액을 최대 절반까지 줄이는 것이다. 노후 수령액이 줄어들지만 세제상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된다. 연금저축신탁 및 연금저축펀드 계약자가 납입금액을 원할 때만 넣을 수 있는 자유납 방식이다. 꼭 목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잠시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적립한 연금액 중 일부를 인출하거나, 연금 담보대출을 받아도 된다.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도 일정 금액을 찾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연금 담보대출 금리는 아파트 담보대출보다는 높지만 신용대출보다는 낮은 게 일반적이다.

‘펀드 갈아타기’도 시도해 볼 만

현재 가입해 있는 연금저축의 금리나 수익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갈아타는 전략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장기간 붓고, 노후 생활비로 써야 하는 적립형 상품인 만큼 주저할 필요가 없다.

연금저축엔 ‘계좌이전’ 제도가 있다. 일종의 개인연금 리모델링 절차다. 연금을 중도 해지하지 않고 세제상 불이익 없이 사업자(금융회사)만 옮길 수 있다.

계좌이전을 하면 금융회사를 바꿔도 ‘해지’가 아니라 계약 유지로 간주돼 세제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똑같은 금융회사 내 연금저축 상품 간 계좌이전도 가능하다. 연금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증권사·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할 수 있지만 종신형 방식으로 연금을 이미 타고 있거나 압류가 설정된 계좌는 예외다.

계약이전을 하려면 연금 계좌를 옮기고 싶은 금융회사를 찾아 새 계좌를 트면 된다. 그런 다음 옛 계좌를 갖고 있는 금융회사를 찾아 새 계좌로 자금을 이전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모든 절차는 최장 일주일 안에 처리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런 절차를 더욱 간소화할 계획이다. 연금저축 가입자가 옮기려는 금융회사를 찾아 계좌이전을 요청하면 이 회사에서 알아서 다 처리해주는 식으로 바뀐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기엔 연금저축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장기간 적립하면 손실 위험을 낮추면서도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돼 있다. 연금저축펀드 판매사 중에서 연간 판매보수(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곳은 펀드온라인코리아의 펀드슈퍼마켓이다. 다만 처음 계좌를 이전할 때 우리은행이나 우체국에 한 번은 들러 본인 확인을 해야 하고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게 단점이다.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시원치 않다면 ‘펀드 갈아타기’를 시도해 볼 만하다. 연금저축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 혼합형, 해외투자형 등 다양하다. 연금저축펀드 내 편입펀드를 옮길 때는 횟수에 제한이 없다. 별도의 수수료도 들지 않는다. 국내외 주가가 상승할 것 같으면 주식형에 가입했다가 시장이 불안정하면 채권형으로 ‘피신’하는 식으로 연금자산 관리를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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