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 롤 모델 - 이순신 ‘불멸의 리더십’이 그립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4.10.23 13: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량> 바람 타고 롤 모델 1위…노무현·반기문·스티브 잡스 순

2008년부터 정치·경제·문학·과학·종교 등 각 분야별 차세대 리더를 선정해온 시사저널은 올해부터 분야를 총괄해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을 꼽도록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본받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자는 목적에서다. 

올해 조사에서 롤 모델 1위로 꼽힌 인물은 4.7%의 지목률을 기록한 이순신 장군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선조 31년(1598년) 12월16일 명나라 연합군과 함께 노량 앞바다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가려던 왜군을 크게 무찌르고 적선을 추격하다 전사했다. 이순신 장군이 400년 넘는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4년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이순신 열풍’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 <명량>이 관객 1700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이순신 신드롬은 서점가도 강타했다. 영화 <명량>을 책으로 옮긴 김호경의 소설 <명량>과 유광남의 팩션소설 <이순신의 제국>이 나왔고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이 재출간되기도 했다.

이순신 장군이 올해의 롤 모델 1위로 선정됐다. 사진은 영화 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롤 모델 2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순신 장군의 부활은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드러난 리더십 부재에 대한 대중의 실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난세의 영웅이 부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2014년을 심각한 위기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순신 장군 다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0),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박정희 전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58), 프란치스코 교황(78), 김구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김수환 전 추기경, 세종대왕 순이었다.

안타깝게도 상위권에 오른 인물 중 생존해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62·공동 14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59·공동 14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52·공동 16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1·공동 20위) 등을 포함해 20위권에 단 7명만 이름을 올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의 지목률로 3위에 올랐는데 살아 있는 롤 모델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았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반 총장은 아프리카 등의 분쟁 지역과 재난 현장을 누비며 세계 평화 안착에 힘써왔다. 그가 2011년 6월 유엔 회원국의 지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한 것은 이런 노력이 빚은 결실이었다. 반 총장은 연임 수락 연설에서 “192개국에 달하는 유엔 회원국들은 제각기 본국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있다. 매번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회원국들 사이에서 다리를 만드는 자(bridge builder)의 역할을 하고자 힘쓰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행보에 감동

반 총장의 뒤를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6위·2.2%)과 프란치스코 교황(7위·2.1%)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 총장과 박 시장이 한국인 가운데 닮고 싶은 현존 모델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국인 가운데 가장 닮고 싶은 현존 인물인 셈이다.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짧은 방문 기간 동안 한결같이 낮은 곳으로 임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교황은 세월호 침몰 참사 유가족은 물론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까지 직접 만나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낮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 내민 손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차기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2017년 대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반기문 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각각 2위와 6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은 공동 16위와 공동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1936년생.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교황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