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권력에서 소외된 이들 목소리 담아야”
  • 사회·정리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11.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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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제8기 독자위원의 7개월 본지 리뷰 총정리 대담

시사저널 제8기 독자위원들이 지난 7개월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마지막 대담을 11월4일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20~30대로 구성된 제8기 독자위원들은 ‘젊은 독자’의 시각으로 시사저널 보도를 비평해왔다.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는 자리인 만큼 개별 기사에 대한 단평보다는 최근 보도 경향에 대한 총평을 중심으로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김성은·박성진·김필준 독자위원이 참가했으며, 김수지·정병천 독자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접한 시사저널 보도 중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김필준 : 미군 면세담배 유출 실태를 추적한 보도가 좋았다. 긴 분량의 기사를 읽어가는 맛이 있었다.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기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사였다.

김성은 : 나도 그 기사를 꼽고 싶다. 땀 냄새 나는, 기자의 숨결이 느껴지는 좋은 보도였다.

박성진 : 아기 물티슈 독성물질 의혹 보도도 기억에 남는다. 과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 떠오르는 등 안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게 했다.

11월4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독자위원들이 대담하고 있다. 왼쪽 끝에서 시계방향으로 김성은·박성진 위원, 이규대 기자, 김필준 위원. ⓒ 시사저널 박은숙
반면 다소 아쉬웠던 보도를 꼽자면.

김성은 :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아쉬움이 많다. 기사를 읽고 뭔가 정리된다는 느낌을 받거나, 사안의 핵심을 잘 짚어냈다는 느낌을 받는 기사를 볼 수 없었다. 밝혀내야 할 진실에 좀처럼 접근하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특별법을 둘러싼 세월호 정국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한 발짝 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필준 :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차세대 리더’ 등 전문가 설문조사를 활용한 보도들이 여러모로 아쉬웠다. 올해 조사 결과를 충실히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좀 더 입체적인 기획을 꾸몄으면 어땠을까.

박성진 : 세월호 참사,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일이 많았던 기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작지만 가치 있는 뉴스가 드물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뉴스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주간지를 집어 들게 되는 동기는 무엇인가.

박성진 : 세상을 보는 눈을 얻기 위해, 현상에 대한 이해력을 넓히기 위해서다. 매일 쏟아지는 보도는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할 수 있다. 월간지는 이슈 타이밍을 놓치게 되거나 지나친 심층성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확하면서도 깊이 있는 뉴스를 바라는 독자에게 시사주간지는 매력적이다.

김성은 : 쏟아지는 뉴스 가운데 소비자가 그 중요성을 판단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주간지는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김필준 : 소유하기에 가장 값진 뉴스다.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속보는 스크랩해두고 들춰보지 않는다. 주간지는 다르다. 얇고 넓은 정보가 아닌, 좁고 깊은 지식을 얻기를 기대한다.

그런 기대에 시사저널이 얼마나 부응했나.

김성은 : 시사저널에는 ‘기자가 참 고생했다’고 생각되는 기사가 많다. 대다수 기사에서 발로 뛴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이 주로 비리 고발에만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물론 감춰진 악을 들추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것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조망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사저널은 그에 대한 답을 잘 주지 않는다.

김필준 : 쏟아지는 정보를 종합해주길, 지금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 왜 일어난 것인지 설명해주길 바라며 주간지를 읽는데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인물, 특히 정·재계 권력자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다는 인상도 받는다. 주변을 보면 권력 암투나 유력 정치인의 비선 조직 등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김성은 : 인물과 사건의 단편적인 측면에 치중한다. 경쟁지의 경우 ‘어젠다’ 설정 시도가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히려 시사저널은 반대다. 거시적으로 사회 현안에 접근하고 분석하는 보도가 더 필요하다. 부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잘 다루지 않는 점도 아쉽다.

박성진 : 정치 위주의 매체라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정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다수 시민의 일상과 사회에 대한 얘기가 좀 더 풍부하게 다뤄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김필준 : 독자 입장에서 흥미가 가지 않는 단독 보도가 많은 듯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많이 느꼈다. 새로운 정보가 단독 보도 형태로 제시되는데, 이것이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기보다 의혹을 부추기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작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소홀히 다루게 된다는 느낌이다.

독자위원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시사저널에 당부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김성은 : 모든 기사가 항상 무거운 느낌이다. 읽는 맛이 있는 쫄깃쫄깃한 기사가 드물다. 스타일이 돋보이거나 폐부를 찌르는 문장도 보기 힘들다. 물론 뉴스 기사의 본령이 여기에 있진 않겠지만, 전달하는 방식을 좀 더 고민하면 좋겠다.

박성진 : 목표 독자층이 중·장년 남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느낌이다. 기사 내용, 디자인 등 변화를 통해 독자층을 넓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듯해 기대가 된다.

김필준 : 기사를 공급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창구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매체는 디지털에서 일단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시사저널은 아직 아날로그에 매몰된 느낌이다.

박성진 : 디지털 플랫폼을 잘 활용해 기사가 더 널리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기사가 묻히는 듯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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