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살림 나아지는데 제작비엔 인색
  •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4.12.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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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2013년 광고 매출 37.8% 증가…TV조선·채널A 제작비 줄여

지난 2011년 12월 개국한 종합편성 채널이 출범 3년을 맞았다. 이명박 정부가 야당과 언론단체, 그리고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날치기로 새로운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허가해준 종편은 방송 시장에 진입한 지 3년이 되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 광고 매출이 40%가량 증가하고, 시청률도 출범 초기 1%에도 못 미쳐 애국가 시청률에 비유되던 것이 이제는 1~2%대를 유지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종편은 지난 3년 동안 미디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방송 수준을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종편 출범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는 종편이 출범하게 되면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우리나라 방송이 글로벌 방송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종편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도리어 방송시장의 생태계가 종편으로 인해 붕괴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종편은 막말과 수준 낮은 방송 등으로 품위를 떨어뜨리고, 편파 방송으로 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공정성·객관성 위반 135건 제재

종편은 보수 정권인 정부와 여당 등 기득권 집단에 유리한 보도를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은 묵살하거나 막말과 저속한 표현을 통해 비난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편의 이러한 편파·불공정 방송 증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9개월 동안 심의를 통해 종편 프로그램에 대해 내린 제재와 행정지도 건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종편의 보도·교양 프로그램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방송법에 명시된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어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나 행정지도를 받은 건수는 총 135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TV조선이 66건으로 가장 많고, 채널A(35건), MBN(19건), JTBC(15건)가 그 뒤를 이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천한 위원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방심위가 ‘종편 봐주기 심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종편은 지난 3년 동안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려고 종편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시사 프로그램만을 집중적으로 제작해 방송해왔다. 지난해 종편의 보도·시사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살펴보면 TV조선 48.2%, 채널A 43.2%, MBN 39.9%, JTBC 14.2%로 종편이 방송국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했던 사업계획서 내용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의 프로그램 재방송 비율도 50~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방송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재방송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편의 이러한 보도·시사 프로그램 집중 편성 전략이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보수적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고 시청률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계기로 개국 초기 0%대 시청률에 머무르던 종편 시청률이 출범 이후 꾸준히 높아져 지난 12월1일 기준으로 MBN 2.24%, TV조선 1.76%, JTBC 1.38%, 채널A 1.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편은 정부 특혜로 출범 후 2년 동안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방송광고 영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되면서 모기업인 신문사를 통해 광고 영업을 해왔다. 2년이 지난 후에는 정부가 종편에 자체 미디어렙을 만들 수 있는 ‘특혜’를 줬고 종편은 자사 미디어렙을 통해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프로그램을 선발 라인업으로 해서 공격적인 광고 영업을 펼치고 있다.

12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종편 3주년, 현황 및 평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침체 속 광고 매출 신장

이런 이유로 방송광고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종편의 2013년 광고 매출이 전년보다 646억원 증가한 2355억원을 기록하면서 37.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매출은 5.3%, 케이블 PP의 광고 매출은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출범으로 인해 방송광고 시장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적자와 제작비 부족을 이유로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높였던 종편은 광고 매출이 37.8%나 늘어났음에도 이를 제작비에 투자하거나 원래 취지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시도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채널A와 TV조선의 2013년 광고와 협찬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153억원, 139억원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자체 프로그램 제작비는 244억원, 141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중에 제작비를 인상한 곳은 JTBC

(389억원)와 MBN(141억원)뿐이었다. 그동안 종편이 적자 경영 때문에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게 거짓이었던 셈이다. 광고 매출이 증가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종편이 여전히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있는 모습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 11월18일 MBN을 끝으로 출범 3주년을 맞는 종편 채널 4개사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을 받아 방송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종편 출범 당시 예측됐던 많은 문제점이 3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송을 계속 존속시키는 게 우리 사회에 어떤 유익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년 동안 종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 객관성, 명예훼손, 품위 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는 등 문제점을 노출했다. 더불어 시청자들에게 보수 편향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심는 도구가 돼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종편이 어떤 색깔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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