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당뇨·폐렴 사망 크게 늘었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12.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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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분석…고혈압·간 질환은 감소

30년 전인 1983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남자)과 뇌혈관 질환(여자)이었다. 2012년에는 남녀 모두에서 암이 사망 원인 1위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은 30년 동안 소폭이나마 감소해왔다. 그 사이에 자살·당뇨·폐렴이 과거보다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사망 원인으로 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1983년부터 2012년까지 30년 동안의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분석·연구해 최근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한 내용이다.

전체 사망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10대 사망 원인의 지난 30년간 변화를 살펴보니, 가장 급격하게 상승하는 사망 원인은 자살로 나타났다. 199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983년 자살한 사람은 3471명이었고, 2012년엔 1만4160명이었다. 30년 전후 인구 수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10만명당 기준으로 숫자를 환산해 비율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랬더니 남성은 17명에서 37명으로, 여성은 6명에서 18명으로 각각 두 배와 세 배 이상 자살 사망이 늘어났다. 고용 불안과 경제적 요인 등으로 과거보다 팍팍해진 삶이 자살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진행한 임달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정책본부장은 “자살 증가는 고용과 사회복지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여성의 자살이 2010년 이후 약간 감소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식생활 변화로 당뇨병 사망자 2~3배 증가

국민병이라고 부를 정도로 흔해진 당뇨병에 의한 사망도 30년 동안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성이 11명에서 21명으로, 여성은 8명에서 21명으로 2~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고지방·고단백 식단, 운동 부족, 체중 중가,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폐렴에 의한 사망률은 30년간 널뛰기하듯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감염성 질환인 만큼 독감 등의 유행 여부에 따라 폐렴 사망률이 요동친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엔 폐렴 사망률이 꾸준히 상승하며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폐렴으로 숨진 남성은 16명에서 18명으로 17% 늘어났고, 여성도 12명에서 18명으로 44% 증가했다. 노인에게 잘 생기는 병이라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폐렴으로 인한 사망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송인명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 책임연구원은 “인구의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과 간 질환에 따른 사망은 줄어들었다. 특히 고혈압은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 중 30년간 가장 눈에 띄게 감소한 질환이다. 고혈압으로 숨진 남성이 1983년엔 139명이었으나, 2012년엔 8명으로 94%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여성은 84명에서 19명으로 77% 감소했다. 임 본부장은 “고혈압성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 수가 급감한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 혈압을 약 등으로 조절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간 질환으로 숨진 남성은 30년 전 96명에서 20명(79% 감소)으로, 여성은 27명에서 5명(80% 감소)으로 줄었다. 임 본부장은 “B형 간염 백신의 보급과 폭음 등 무절제한 음주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간염→간경화→간암으로 넘어가는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풀이했다.

심장병, 뇌혈관 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천식ㆍ만성 기관지염ㆍCOPD 등)에 의한 사망률도 30년간 두 자릿수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다. 심장병으로 사망한 남성은 112명에서 52명으로, 여성은 92명에서 58명으로 줄어들었다. 1983년 여자 1위, 남자 2위 사망 원인이었던 뇌혈관 질환 사망은 1991~94년을 제외하면 감소하는 추세다. 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남성은 187명에서 45명으로, 여성은 149명에서 48명으로 뚜렷하게 감소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암과 심장병에 이어 남녀 모두 3번째 사망 원인이다. 만성 호흡기 질환 사망도 남성이 32명에서 17명으로, 여성은 26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들었다.

암과 자동차 사고 사망은 감소 추세

현재 남녀 모두에서 사망 원인 1위인 암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암 사망자는 1994년까지 증가하다 소폭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암으로 숨진 남성이 188명에서 171명(9% 감소), 여성은 103명에서 102명(1% 감소)으로 조금 줄어들었다. 자동차 사고 사망률도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남성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21명에서 18명으로 14% 감소했고, 여성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 없이 7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수가 급증했는데도 오히려 자동차 사고 사망자가 감소한 이유는 그동안 도로 기반이 잘 갖춰지고 음주운전 단속, 안전띠 인식, 에어백 장착, 과속 단속 등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한국인 사망률은 30년 동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983년과 2012년의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남성이 1666명에서 639명으로 62% 줄어들었고, 여성도 1203명에서 588명으로 51% 감소했다. 임 본부장은 “30년간 사망률은 꾸준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1990년대 말(1998?2001년)엔 예외적으로 약간 상승했는데, 1997년 말에 맞은 외환위기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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