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인물] 팽목항엔 참사의 진실이 잠겨 있다
  • 전남 진도=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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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 사회 숙제로 남은 세월호 문제들

11월11일 세월호 선체 수색이 전면 종료됐다. 진도 현장에서 사고 수습과 가족 지원을 총괄하기 위해 구성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역시 11월18일 해체됐다. 진도에 머무르던 희생자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일부 가족들은 차마 진도를 떠나지 못했다.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한 뒤 팽목항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했다. 이들의 총 여덟 가족 중 세 가족만이 팽목항에 남았다. 이곳에 남은 세 실종자 가족을 제외하고도, 이미 혈육을 찾은 가족들 중 상당수가 수시로 팽목항을 찾고 있다. 팽목항에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사랑하는 자녀를 떠나보낸 자리에 서서 그 흔적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12월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특별조사위원 인선 둘러싸고 ‘진통’ 계속

희생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로 여긴다. 더 이상의 선체 수색이 사실상 어려워진 지금, 희생자 가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체 인양이다. ‘온전한 선체 인양’만이 선체 안에 남아 있을 실종자를 수습하고 아직 규명되지 않은 참사의 진실을 정밀하게 밝힐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12월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아직 인양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양을 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 관련 논의 과정에 희생자 가족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세월호 인양의 기술적 가능 여부 확인을 위해 해군과 해경, 선박·인양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팀이 활동 중이며 내년 2월께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12월17일 팽목항에서 만난 고 안주현군의 삼촌 김지한씨는 “참사를 겪으며 진상규명이나 실종자 구조 등에 대한 정부 및 공무원들의 의식이 굉장히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말했다. 참사의 현장이었던 팽목항에서마저 가족들이 철수해버리면 정부의 참사 관련 대응이 더욱 소극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족들 사이에 팽배하다.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 역시 속도가 더디다. 지난 11월7일 정치권의 합의를 바탕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조사위는 총 17명으로 구성된다. 희생자 가족들이 3명, 여야가 각 5명, 대한변호사협회가 2명, 대법원장이 2명의 위원을 추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추천한 5인의 후보를 둘러싸고 자격 논란이 일었다. 이들 후보자 상당수의 전력을 검토할 때 진상규명 의지 및 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새누리당은) 무슨 기준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이들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향후 조사위가 구성된 뒤에도 각 조사위원 간의 입장 대립 및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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