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해의 인물] 마왕의 날카로운 ‘독설’ 잠들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12.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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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거침없는 발언으로 이슈 중심에 섰던 뮤지션

10월27일 오후 8시19분.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다. 다른 사람 일이었다면 그는 또 예리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사회를 향해 독설을 퍼붓던 ‘마왕’ 신해철은 10월 마지막 주, 마흔여섯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비보는 특히 30~40대의 마음을 울렸다. 10대부터 신해철의 음악을 듣고 자라온 세대다. 그들은 다음카카오가 마련한 신해철 헌정 페이지에 ‘당신의 26년, 그리고 내 39년 삶 중 반 이상 당신과 함께한 나의 26년’ ‘흔들리는 20대 때 큰 결정을 할 때마다 넥스트 2집을 들으며 용기를 냈다’ 등 댓글을 남기며 그를 추모했다.

신해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요계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의료사고’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이 일었다. 그의 사인은 소장 및 심낭 천공에 의한 패혈증. 수술 이전까지는 없었던 심낭 천공이 사망 경과에서 발견됐다는 점으로 미뤄 ‘수술 과정에서 심낭 천공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해철을 수술한 병원 원장과 유족은 사망 원인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10월28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의 신해철 영정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끊임없이 도전하는 아티스트

신해철의 49재가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진행됐다. 신해철이 평소 “내 장례식장에 울려 퍼질 곡”이라 얘기했던 <민물장어의 꿈>이 추모관 내 하늘중앙공원에서 합창됐다.

웅장한 키보드 전주가 특징인 <그대에게>로 대학가요제를 경악하게 했던 신해철은 데뷔 이후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내 마음 깊은 곳에 너> 등 발라드 곡을 통해 톱스타로 등극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도전하는 아티스트’였다. <마이셀프>(1991년)로 ‘신해철의 음악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구축했다. 2014년 내놓은 <리부트 마이셀프>는 그의 ‘사회 비판성’과 넥스트의 ‘실험성’을 모두 담은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찰적이고 깊이 있는 가사를 통해 세태를 꼬집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회적 이슈가 일어났을 때 신해철은 과감한 발언을 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는 생전에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사회·정치 전반에 걸쳐 소신 있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간통죄 폐지, 동성동본 결혼 허용 주장을 비롯해 특정 대선 후보 지지까지 ‘정치적 음악인’의 행보를 그치지 않았다. 그런 그의 행동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고, 통쾌하다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마왕’은 떠났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싶어 한다. 신해철의 팬클럽 ‘철기군’은 일명 ‘신해철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신해철법’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으로 피해자가 의료조정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기관의 동의와 상관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월 24일에는 신해철이 생전에 쓴 글을 모은 유고집인 <마왕 신해철>이 발간된다. 신해철이 이끌던 밴드 ‘넥스트’는 12월26일 ‘2014 KBS 가요대축제’에서 추모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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