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준·전정희·김정록 ‘좋은 법’ 만든 의원 뽑혀
  • 이승욱 기자·홍완식 한국입법학회 회장 ()
  • 승인 2014.12.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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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한국입법학회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정의화 국회의장 등 시상식 참석

1만2419건. 19대 국회가 2013년 6월 개원한 이래 2년 6개월 동안 발의한 법률안의 전체 숫자다. 이 가운데 94%가량인 1만1664건은 정부가 아닌 국회의원이 발의했다. 의원 1인당 무려 400건의 법률안을 발의한 셈이다. 의원 입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에 따라 법·제도의 수요와 보완 필요성이 커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법안 발의와 통과 건수를 의정 활동 평가 기준으로 삼는 정량적 의정 평가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실적 쌓기용’으로 의원 입법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언론사·시민단체 등이 해온 의정 평가 방식이 법안이 발의된 수나 가결 건수를 잣대로 하다 보니,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의원 입법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안이 남발되면서 ‘벼락치기 입법’ ‘이름 끼워넣기용 법률안’ 등이 횡행한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비판한다.

12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 입법대상을 수상한 김정록·전정희·안홍준 의원, 한국입법학회 최대권 명예회장, 홍완식 회장. ⓒ 시사저널 구윤성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및 통과 건수를 기초로 하는 기존의 정량적 의정 평가 방식을 뜯어고치고 대안적인 입법 활동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자, 지난해 처음으로 정성적 평가 방식을 채택한 ‘대한민국 입법대상’을 제정해 시상했다. 의원 입법의 주된 평가 방식인 양적 평가를 개선하고 질적 평가를 통해 ‘좋은 법률’을 선별하고, 우수 법률의 제·개정에 공헌도가 높은 국회의원을 선정해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 발전을 꾀하고자 한 것으로 국회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2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시사저널 권대우 대표이사, 한국입법학회 홍완식 회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과 최대권 명예회장(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을 비롯한 학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법률안 제·개정 과정에서 모범적인 입법 활동을 한 새누리당 안홍준·김정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 등 3명이 입법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정의화 의장 “정성 평가 도입 시의적절”

이날 시상식에서 의원들과 법률 전문가 및 참석자들은 정성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입법대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런 평가 방식의 확산에 공감을 표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입법 활동이지만 그동안 누가 법안을 많이 제출했는지 양만을 가지고 평가를 해온 관행이 있었다”며 “국회가 자체적으로 의정 활동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양적 평가에 그치는 한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이제는 법률의 양보다는 좋은 법률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집중해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입법대상의 취지처럼 정성적인 평가를 국회의 의정 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홍준 의원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 등 10대 우수 입법 사례 중 2건의 좋은 법률을 대표 발의해 우수 의원으로 선정됐다. 안 의원도 수상 소감을 통해 “개정 법률안의 경우 기존 법안에서 자구 하나, 숫자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발의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런 개정 법안은 자구나 숫자를 고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과도 어렵지 않다”며 “그렇게 하다 보면 10개 이상의 법률안을 만들 수도 있고, 큰 의미가 없는 법률안이 본회의 통과 건수에 포함되기도 한다”고 기존 입법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2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한국입법학회의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 12명이 2013년 7월12일부터 2014년 6월11일까지 공포된 총 564개의 법률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올해 10대 우수 입법으로 선정된 법안 가운데 제정 법률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 총 5건이다. 일부 개정 법률 중 우수 입법 사례로 선정된 법률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공익신고자 보호법 △인체 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5건이다(53쪽 표 참조).

이번에 10대 우수 입법 사례로 선정된 법률들은 아동과 청소년, 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거나 배려하기 위한 법률이 많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좋은 법률로 평가받은 제정 법률 5건 중 4건은 청소년·아동·발달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한 법률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탈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상담 및 교육, 자립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평가를 받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률로 인정받았다.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발달장애인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 겪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구체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의 경우, 기존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공포돼 있지만 어린이가 많이 사용하는 공산품과 전기용품 등에 대해서는 안전 관련 법률이 미비한 점을 보완하면서, 어린이 안전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입법대상 의정평가위원장을 맡은 최대권 명예교수는 심사평을 통해 “법률 제·개정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절실하고 사회적 수요를 충족하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고려해 10대 우수 입법을 선정했다”며 “우수 입법으로 선정된 법률은 법률로서의 완성도에서도 흠잡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법률안 부풀리기 줄일 대안 마련해야 


‘제2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이 열린 12월15일,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는 지난해에 이어 법률안 제출과 심사 과정 등에 대한 문제점과 그 대안을 ‘입법 발전을 위한 권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의원 발의 법률안의 양적 증가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난해에 이어 재차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부 제출 법률안의 입안 절차처럼 의원 발의 법률안의 입안 절차에도 별도의 ‘규제심사제도’나 ‘입법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국회법은 발의 의원과 찬성 의원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는데, 18대 국회 이후 법안의 공동 발의자가 너무 많은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법안을 공동으로 발의하는 등 공동 발의 남발 현상은 실적 부풀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률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함에도 발의되거나, 법령의 수직적 체계 내지 수평적 체계를 결여한 법률도 이번 입법대상 심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입법대상 평가 과정에서 법률안 문구나 형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는 입법 사례와 명확성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법률도 눈에 띄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사항을 규율하고자 하는 법률도 여전히 많았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과 한국입법학회는 이런 문제가 걸러질 수 있도록 법률안 입안이나 심의·의결 과정에 전문가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법률 재·개정에 따른 효과를 사전에 예측하는 ‘입법영향분석제도’의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 확보 및 재난 예방 관련 법령의 정비와 보완이 여러 차례 검토되고 있지만, 이에 관한 법 정비는 해당 법률만이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과 고시·훈령 등이 보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련 법령만이 아니라 관련 훈령과 매뉴얼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대형 재난에 적절한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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