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존엄’, 비키니 여성들 품에 안기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12.3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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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뷰> 직접 보니…전형적인 미국인용 코미디물

핵폭탄으로 미국을 수시로 위협하는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동지’가 알고 보니 미국 팝스타 케이트 페리의 <파이어 워크(fire work)>를 들으며 눈물짓고, 달콤한 마르가리타 칵테일을 즐기면서도 이걸 즐기면 게이인 줄 알고 있는 소심남이고,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랑코)가 진행하는 <스카이라크 투나잇>쇼의 열렬한 시청자였다. 영화 <인터뷰>는 미국의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북한이라는 극단적으로 폐쇄적이고 위협적인 나라와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한 지도자를 갖고 노는 판타지 코미디물이다. 북한의 실상이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할리우드의 백인 루저 코미디의 무대로 북한이 선택된 것이다. 이는 몇 년 전 미국에서 크게 히트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의 공동 감독인 에반 골드버그와 세스 로건, 주연 배우인 제임스 프랑코는 요나 힐과 함께 최근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끄는 백인 루저 코미디물의 핵심 사단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즐겨 다루는 농담은 똥과 정액, 항문 파열, 마약, 게이 등 점잖은 자리에서 언급하기 곤란한 자극적인 것들이다.

<인터뷰>에서도 항문에 딜도처럼 생긴 비밀 무기를 숨긴다거나, 약물중독에 걸린 북한 장교가 숨이 넘어가는 순간 똥을 싸며 총을 발사해 또 다른 북한 장교의 후두부를 관통시켜 뇌 파편이 흥건히 고이는 식의 유머가 이어진다.

영화
윤미래 측 삽입곡 무단 사용 소송 예고

영화 끝머리에 제작진은 이 영화가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픽션이라고 못 박지만 김정은이라는 현직 국가수반을 확실히 연상시키는 인물이 포탄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은 논란이 되고 있다. 극 중 김정은은 자신을 속이고 인터뷰한 스카이라크를 헬기를 타고 추적하며 기총 사격을 가하지만 스카이라크는 김정은이 <파이어 워크>를 들으며 드라이빙을 즐기던(?) 탱크에서 헬기를 정조준해 김정은을 태워버린다. 김정은 가슴 쪽에서부터 불이 타오르고 머리카락에 불이 붙으며 페이드 아웃된다. 애초에는 이 영화의 다른 피 튀기는 장면처럼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됐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논란 이후 페이드 아웃으로 순화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미술 요소로 한글 글자체가 주요 소재로 활용되고 대사에 한국어가 자주 등장하는 만큼 한국계 배우가 많이 출연했고 미술 쪽 제작 스태프 명단에 한국계 이름도 보인다. 다만 영화에 등장한 한글 글자체가 북한식이라기보다는 한국식 글자체에 가까워 이 영화가 고증에 방점을 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정은 역의 한국계 배우인 랜달 박도 한국어보다는 영어에 더 능통한 것으로 들리고, 나머지 한국인으로 설정된 한국계 또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한국어 발음도 외워서 발음하는 티가 난다. 다만 북한 사투리의 큰 특징은 나타나고 있어 한국계 인물이 언어 코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는 윤미래의 <페이 데이>(feat. 타이거JK)가 중요 삽입곡으로 쓰인다. 김정은과 스카이라크가 은밀한 공간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동무들과 위스키와 당구, 환락을 즐길 때 배경음악으로 이 노래가 나온다. 윤미래 소속사에서는 제작사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설정은 세스 로건이 참여한 코미디물에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판타지다. 결국 <인터뷰>는 서방에 알려진 김정은에 관한 단편적인 정보를 꿰맞춰 만든 전형적인 미국 내수용 코미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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