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차녀, 내부 정보 이용해 거액 챙겼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1.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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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민, 대상홀딩스 주식 3400원대 매입…고점에 팔아 110억대 시세 차익 논란

대상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상(주)은 지난해 11월28일 금요일 장이 마감되자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매출(692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325억원)은 36%나 감소했다. 다음 거래일 대상(주)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52주 신저가도 경신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대상(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매출 원가가 상승하면서 대상(주)의 본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부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회사의 수익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임상민 상무 ⓒ 시사저널 포토임세령 상무 ⓒ 시사저널 포토
대상(주)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2개월 정도 전이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대상홀딩스 주식 60만주(1.65%)를 장내 매도했다. 대상홀딩스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다. 대상(주)의 지분 39.5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회사인 대상(주)의 실적이 하락하면 대상홀딩스의 주식 가치 또한 떨어지게 된다. 임 상무는 대상홀딩스의 주가가 최고점일 때 지분을 매각해 130억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금융 당국, 내부 정보 이용 거래 가능성 주시

당시 증권가에서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임 상무를 ‘신의 손’에 빗댈 정도였다. 임 상무는 2001년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대상홀딩스 주식 12%를 증여받았다. 임 상무가 22세 때였다. 2005년 대상그룹은 대상홀딩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임 상무는 직후인 2006년 5월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상홀딩스 지분을 30.36%까지 끌어올렸다. 장녀인 임세령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도 10.22%에서 20.79%로 지분율을 높였지만, 동생과는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임세령 상무는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했다. 간접적으로 대상그룹 경영에도 참여했다. 이때도 임창욱 명예회장 부부는 차녀인 임상민 상무에게 대상홀딩스 지분 6.73%를 양도했다. 2009년 11월에는 대상(주)이 보유하고 있던 대상홀딩스 지분 60만주(1.65%)까지 장외에서 매수했다. 당시 주가는 3400원 수준이었다. 임 상무가 투자한 돈은 20억원 정도였다. 임 상무는 최근 이 지분을 주당 2만1400원에 되팔아 큰 수익을 남겼다. 2009년 대상(주)으로부터 매입한 지분을 5년간 보유하다가 고점에 되팔면서 11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낸 셈이다.

대상그룹 측은 “상장 주식에 대한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강조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 상무가) 개인적인 이유로 매도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대상(주)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고 5년 정도가 흐른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대상그룹의 후계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해 10월 임상민 상무가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대상홀딩스의 지분은 38.36%에 이르렀다. 최근 대상홀딩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35.80%로 낮아졌고, 언니와의 격차도 좁혀졌지만 아직까지 누가 경영권을 물려받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임세령 상무가 최근 대상(주)과 초록마을의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임상민 상무가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임 상무는 3분기가 끝나고 4분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지분을 매각했다. 내부적으로 3분기 실적에 대해 잠정적으로 집계를 마쳤을 시기다. 임 상무가 대상홀딩스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에 앞서 대상(주)의 3분기 실적을 미리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당국에서도 현재 임 상무가 주식을 매각했을 당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임 상무는) 대상홀딩스 최대주주로 그룹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을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상홀딩스 주가는 최근 1년간 8300원에서 1만6800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임 상무가 주식을 매각할 때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최고점에 달했다. 당시 주가는 2만2000원으로 연초 대비 164.42%나 올랐다. 2009년말 임 상무가 60만주를 추가 매입했을 때에 비해 560% 이상 뛰었다. 하지만 임 상무가 지분을 매각했다고 공시한 후 2개월 만에 주가가 60% 이상 하락했다.

대상그룹 “상장 주3식 정상적인 거래”

계열사인 대상(주)의 주가는 연초 3만7500원에서 연말 5만7300원으로 42.13% 올랐다. 대상(주)은 2분기에 전년 대비 5% 하락한 2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인건비와 광고비 등 일회성 비용이 크게 증가한 탓이었다. 3분기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본사 실적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원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1일 보고서에서 “소재와 식품의 마진 개선세가 하반기에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이 전망한 2014년 3분기와 4분기 대상(주)의 영업이익은 437억원과 266억원이다. 전년 대비 18.4%,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 상무가 지주회사 주식을 매각하자 대상(주)의 주가도 50% 이상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30일 현재 대상(주)의 주가는 3만3400원을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해도 10%나 하락한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임 상무가 대상홀딩스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주가가 동반 하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상그룹 측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임 상무가 주식을 매각한 시점이 10월2일이다”며 “결산 마감일 바로 다음 날 회사의 구체적인 실적을 알 수 있는 회사는 대한민국에 없다. (임 상무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임세령-이정재 열애, 대상그룹 경영권에는? 



대상그룹 3세들의 지분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차기 후계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에는 차녀인 임상민 상무가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었다.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이 언니인 임세령 상무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보유한 지주회사의 지분 격차는 현재 15%에 이른다. 임상민 상무는 지난해 초 전략기획본부 상무로도 승진했다. 2012년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을 맡은 지 2년여 만이어서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최근 임세령 상무가 대상(주)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세령 상무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11일까지 대상(주) 주식 15만9000주(0.44%)를 장내에서 매입했다. 취득가는 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임세령 상무는 대상홀딩스(39.53%), 대상문화재단(3.85%), 임창욱 명예회장(1.19%)에 이어 대상(주)의 지분을 네 번째로 많이 보유한 주주가 됐다.

임세령 상무는 최근 친환경·유기농 전문 매장인 초록마을의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2013년까지 초록마을 대주주는 대상홀딩스(69.31%), 임세령(22.69), 임창욱(7.51%) 순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자매가 나란히 초록마을의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대상홀딩스는 보유 중인 초록마을 지분 48만7660주(16.58%)를 임창욱 회장의 두 딸에게 넘겼다. 임세령 상무의 지분은 30.2%까지 늘어났다. 재계에서는 대상가 자매들의 후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임세령 상무는 최근 영화배우 이정재씨와의 열애 사실이 보도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디스패치는 1월1일 임 상무와 이정재의 열애 사실을 보도했다. 이정재의 소속사는 두 사람이 연인 감정으로 발전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결합할 경우 임세령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2005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대상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의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너를 통한 책임 경영이 어떤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며 “임상민 상무가 예상을 깨고 일찍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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