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들이 우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5.01.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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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핵심 지지층 ‘영남권-보수층-50대 이상’의 이탈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지난해 12월15일이었다. 대선 승리 2주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최 아무개 경위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자살하고, 박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사건에도 50% 선을 지키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었는데, 그간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어왔던 인사 문제로 40%대가 붕괴된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리얼미터 주간 집계로 2014년 12월 2주 차에서, 일주일 전 대비 6.6%포인트 하락한 39.7%를 기록했고,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포인트 상승한 52.1%를 기록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12.4%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가장 크게 앞섰던 때는,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문창극 총리 지명자 사퇴 파동이 있었던 지난 6월 4주 차의 6.6%포인트였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식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비선 실세의 핵심으로 지목된 정윤회씨, 그리고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가 기각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최 경위 자살 사건, 그리고 유진룡 전 장관의 문화체육관광부 코드 인사 폭로 발언은 박근혜정부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이른바 ‘집토끼’의 이탈을 초래하면서, 콘크리트 지지율의 저항선인 40%대를 붕괴시켰다.

PK 지역에서 지지율 50% 선 붕괴

일간 지지율로는 박지만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고 난 직후인 12월17일 37.8%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통합진보당이 해산 여부 결정을 앞두고 국회 농성에 돌입한 18일 38.3%로 반등하기 시작했고,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선고가 내려진 19일에는 42.6%로 다시 40%대를 회복했다. ‘찌라시 문건 유출’ 태풍이 ‘통진당 해산 명령’이라는 또 다른 태풍에 의해 세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통진당 해산 결정 시점이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 붕괴 직후였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헌재의 기막힌 ‘택일’에 의구심을 가졌고, 그래서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야권 인사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여느 때처럼 연말연시 각 언론사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된 박 대통령 지지율의 대략적인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전히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다는 점이다. 둘째, 40%대 이하로 떨어진 지지율은 통진당 해산 결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40%대로 다시 회복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의 이번 위기는 비선권력 파동에 따른 ‘반짝 위기’였던 것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반등으로 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인가.

집토끼의 이탈로 대변되는 영남권, 보수층, 5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 하락 추세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2.3%로 비교적 높았던 지난해 8월 4주 차와 40%대가 붕괴된 12월 2주 차를 비교해보면, 대구·경북(TK)에서는 69.3%에서 59.3%로 10%포인트 하락했고,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54.8%에서 44.7%로 역시 10%포인트가량 하락했다. TK 지역에서의 60%대 붕괴, PK에서의 50%대 붕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10명 중 7명 이상 ‘인적 쇄신 필요’ 꼽아

연령대별로도 전통적 보수층인 60대 이상 층은 79.5%에서 68.8%로 역시 1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50대 층에서도 67%에서 55.3%로 1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특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79.5%에서 66.7%로 13%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연시를 거치며 회복된 지지도 조사에서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집토끼’ 계층에서의 지지율은 원래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소폭 반등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인적 쇄신이 뒤따르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인적 쇄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리얼미터의 12월18일 조사에서 ‘인적 쇄신 필요’ 의견이 69.9%로 나타났고, SBS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인적 쇄신 필요’ 응답이 무려 74.5%로 높아졌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전통적 지지층이 우려하는 것은, 비선 실세 의혹도 의혹이지만 공직 기강 해이로 청와대 내부에서 집권 2년 차에 기밀문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것일 테다. 더욱이 공직 기강과 관련된 바로 그 업무를 담당했던 직전 비서관, 각료가 대통령 곁을 떠나면서 대통령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인데,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정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없으며, 대통령도 책임을 물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물론 법적으로 아직 ‘비리’나 ‘비위’ 사실이 드러난 현직 비서진과 각료가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무적’인 판단은 달라야 한다. 그리고 정무적 결단을 기대하는 국민들, 특히 ‘집토끼’라 불리는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권, 50·60대 이상 지지층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원칙이 없고 너무 빈번한 인사 교체 스타일도 문제겠지만, 너무 무감각하고 무대응하는 스타일도 국민 입장에서는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최근 지지율이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많고, 콘크리트 지지율의 균열, 레임덕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다. 때문에 취임 2주년이 되는 2월 말의 인적 쇄신, 개각 폭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한겨울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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