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와 중소기업 ‘수상한 5억 거래’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01.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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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대금 반환 놓고 소송전…허위 매출 거래 의혹도

CJ그룹 계열사가 지방의 한 중소기업과 5억원대의 물품대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계열사가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명목으로 선(先)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자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통상 원·하청 거래가 빈번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행상 법적 분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 간의 돈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불거져 의혹을 낳고 있다. 양측이 허위 매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가압류 대상이 된 중소기업은 CJ그룹 계열사로부터 허위 매출 거래를 조건으로 ‘대여금’ 명목의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J그룹 측은 “회사 담당 직원과 중소기업의 사기 행각에 오히려 우리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CJ그룹 계열사로 IT 분야 전문 기업인 CJ시스템즈(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으로 합병)는 지난해 10월1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의 결정에 따라 충남 보령에 있는 LED 등 생산업체인 ㅇ사의 공장 부지와 건물을 가압류했다.

ⓒ 시사저널 포토
납품 거래 계약, 알고 봤더니 돈 거래만

ㅇ사의 건물 및 토지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청구금액은 5억3000여 만원이다. 현재 ㅇ사가 가압류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어 양측은 본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ㅇ사 측 법률대리인은 “의뢰인의 이익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소송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현재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담은) 서면을 주고받은 정도”라고 말했다.

ㅇ사는 조달청 입찰을 통해 충남개발공사의 LED 가로등 납품업체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개발공사 측 관계자는 “ㅇ사가 내포신도시 개발 사업의 LED 가로등 납품업체로 선정됐고, 지난해 6월 말까지 8억원 상당의 LED 가로등 제품을 납품해 대금 지급까지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 ㅇ사는 LED 가로등 납품을 앞두고, 관련 사업 분야의 경험이 전혀 없는 CJ시스템즈와 별도의 납품 계약을 맺었다. 이후 CJ시스템즈는 협력업체인 A사와 별도의 납품 공급 계약을 또 맺었다. CJ시스템즈가 LED 가로등을 납품하는 ㅇ사와 생산업체 A사의 중간에서 거래 계약을 주선한 셈이 된다. CJ시스템즈에 따르면, 당시 CJ시스템즈는 A사와 납품대금 5억원에 계약을 맺고, ㅇ사와는 5억원에 2000만원을 더해 총 5억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후 CJ시스템즈는 A사에 납품을 조건으로 선급금 5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 당시 거래는 허위 매출 거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ㅇ사와 A사 간에는 별도의 납품 과정 없이 돈 거래만 이뤄진 것이다. CJ시스템즈가 A사에 지급한 5억원 중 2억원은 A사를 통해 ㅇ사로 전달됐고, 나머지 3억원은 또 다른 LED 관련 업체인 F사로 흘러들어갔다. F사는 이후 ㅇ사에 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실제 물건의 납품 거래가 없었음에도 여러 중소기업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5억원이 CJ시스템즈에서 ㅇ사로 전달된 것이다.

CJ시스템즈에 따르면, ㅇ사는 LED 가로등을 납품한 이후 충남개발공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았지만, CJ시스템즈에는 납품계약서에 따른 5억7000만원(부가세 포함) 중 5500만원 정도만 주고 나머지는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CJ시스템즈가 거액의 선급금을 떼일 상황이 되자, ㅇ사에 대한 가압류 조치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CJ “담당 직원의 일탈…우리도 피해자”

 

현재 양측 간에 벌이는 가압류 관련 소송전 외에도 경찰이 관련 사안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다. ㅇ사가 CJ시스템즈로부터 5억원을 대여금 형식으로 빌리는 조건으로 불법 허위 매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ㅇ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왜 CJ 측이 중소기업에 돈을 대여해줬는지 의문이 든다. ㅇ사 측 관계자는 “CJ시스템즈가 가압류해 공장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억울하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CJ시스템즈 측도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CJ시스템즈는 해당 사업의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 일했던 오 아무개 과장(현재 퇴사)이 중소기업들과 허위 매출 계약을 독단적으로 진행했으며, 허위 매출 계약에 회사 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CJ시스템즈 관계자는 “오 전 과장이 사업 진행 당시 회사에 보고한 내용과는 다르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불거진 문제”라며 “회사도 결국 (오 전 과장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CJ시스템즈 측은 오 전 과장의 사업 진행 과정에서 문제를 인지한 후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당시 오 전 과장이 회사 측에 허위 보고를 했다는 정황과 본인의 확인서도 갖고 있다고 했다. CJ 측은 “오 전 과장이 감사를 진행하려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사표를 냈고, 무단결근을 했다”며 “회사는 감사 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오 전 과장에 대한 징계해직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오 전 과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오 전 과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사업은 나 혼자만 한 것이 아니다. 물어볼 내용이 있으면 CJ시스템즈 쪽에 물어봐라.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돈 거래 진실은 무엇일까. 피해를 당했다는 ㅇ사는 왜 언론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일까. CJ 측의 주장에 오 전 과장은 왜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일까. 관계자들이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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