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카드발급으로 1억7000만원 피해 봤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5.02.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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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롯데카드의 중대 과실 인정된다”며 피해자 손 들어줘

카드사가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를 발급해 1억7000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여성이 롯데카드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롯데카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피해 여성은 3년 가까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신용등급이 악화돼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했다.

50대 여성 사업가인 황 아무개씨 명의로 카드 발급이 신청된 것은 2011년 5월8일이었다. 별거 상태에 있던 남편 정 아무개씨(2012년 7월 이혼)가 황씨 이름으로 롯데카드에 가족카드를 신청한 것이다. 신청인 본인란에는 황씨의 한글 이름과 영문 이름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가족1란에 자신의 한글 이름과 영문 이름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했다.

정씨는 이 카드로 카지노를 이용하는 등 1년여 동안 1억700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업 관계로 입출금이 잦았던 황씨 계좌에서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돈이 결제 대금으로 빠져나갔다. 카드 발급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황씨는 2012년 4월 롯데카드에 해당 카드 발급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자 롯데카드는 오히려 황씨에게 미납된 이용대금 8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중구 남창동 롯데카드 본사 ⓒ 시사저널 구윤성
남성 목소리 의심하고도 여성 본인으로 처리

카드 발급 신청서부터 한마디로 엉터리였다. 롯데카드 측은 신청인 본인란에 기재된 황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가족1란에 기재된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똑같았는데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본인란에 기재된 번호도 황씨의 전화가 아닌 남편 정씨의 것이었다. 황씨가 2009년 4월 하이패스 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있어 롯데카드는 황씨의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롯데카드는 황씨의 휴대전화로 전화해 본인 확인을 한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2009년 하이패스 카드 발급 당시 통화한 내용이었다. 문제의 가족카드 발급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롯데카드는 재심에서 법원으로부터 제출 명령을 받고 나서야 해당 통화 녹음 파일을 제출했다. 그런데 롯데카드의 당초 주장과 달리 황씨가 아닌 정씨와 통화한 것이었다.

법원이 녹음 파일을 검증한 결과 당시 롯데카드 담당 직원은 가족카드를 신청한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지금 전화 받는 사람이 황씨가 맞느냐, 혹시 정씨 본인 아니냐고 묻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여성인 황씨 본인이라고 하는데 음성이 남성인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데도 황씨 본인 확인을 마친 것으로 끝냈다. 다음 날 같은 번호로 전화해 이번에는 정씨의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면서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고객정보 유출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카드 직원들이 영업정지 하루 전인 2014년 2월16일 소공동센터에서 고객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송은 3년 가까이 진행됐다. 1심에서는 황씨가 이겼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롯데카드가 승소했는데 황씨의 상고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재심을 진행한 대전지방법원은 2014년 11월7일 재판에서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롯데카드의 중대한 과실로 인해 해당 카드가 발급됐다고 본 것이다.

소송에서 패소한 롯데카드는 29%에 이르는 연체 이자까지 붙여서 받아간 1200만원을 황씨에게 돌려줬다. 하지만 이전에 황씨 통장에서 빠져나간 결제 금액은 반환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소송에서 최종 결론이 났기 때문에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부분은 다 돌려줘서 마무리가 됐다”며 “다른 문제제기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간에 입장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반칙왕’에 오른 롯데카드 


지난해 국내 7대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회사는 롯데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4년 카드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전체 제재 건수는 13건이었고 연루된 인원은 모두 81명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한 해 동안 카드사와 임직원에게 부과된 과징금 및 과태료는 1억5480만원이다.

2013년과 비교하면 건수는 15건에서 13건으로 2건 줄었지만 인원은 5명에서 81명으로 76명이나 늘어났다. 과징금 및 과태료 금액도 3120만원에서 1억5480만원으로 5배나 증가했다. 제재 건수가 소폭 줄어든 반면 제재 강도는 더 높아진 셈이다. 제재 내용을 보면 카드사 자체에 가해지는 기관 주의 및 경고가 20건이나 됐다. 2013년에는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 롯데카드·KB국민카드·농협카드의 고객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면서 제재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카드는 3건의 제재를 받아 카드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8명에 직원 22명으로 인원도 30명이나 됐다. 기관 경고와 기관 주의 각각 한 차례, 경영 유의와 개선 각각 3차례 등 8건의 주의 및 경고를 받았다. 과태료도 8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카드와 마찬가지로 정보 유출로 물의를 일으킨 KB국민카드의 경우 2건의 제재로 한 명이 처벌받고 과태료도 900만원에 불과했다.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 그리고 농협(카드 부문)은 정보 유출로 인해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삼성카드는 1건의 제재를 받았는데 인원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6명은 현금 지급 등을 조건으로 카드 회원을 모집해 과태료를 물었다. 신용카드 발급 시 연회비의 10% 이상 이익을 대가로 주는 조건으로 회원을 모집하면 처벌을 받는다. 삼성카드는 기관 주의 1건을 받고 2200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이 밖에 신한카드는 2건의 제재로 4명이 적발돼 기관 경고를 한 차례 받고 과태료 1480만원을 냈으며, 현대카드는 2건의 제재로 9명이 적발돼 1600만원의 과태료를 냈다. 하나SK카드는 2건의 제재로 유의 사항 3차례, 개선 사항 2차례를 받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냈으며, 우리카드는 1건의 제재로 개선 사항 5차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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