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부자 구본호 ‘왜 자꾸…’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5.03.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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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물류회사 범한판토스 대주주…2008년엔 주가 조작으로 실형

종합물류업체 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40)이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업체 임원 이 아무개씨는 3월2일 구 부사장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씨는 고소장에서 “구 부사장은 내 회사에 50억원을 투자해주겠다고 속인 뒤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가고서 갚지 않았다”며 “내 부친이 이사장인 재단에 회사 명의로 10억원을 기부한 후 비자금 형식으로 7억원을 받아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구 부사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오히려 구 부사장이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이씨는 2013년 초부터 구 부사장에게 (고소장 내용과) 비슷한 허위 주장을 하며 금전을 요구해왔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에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과거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던 데다 재벌가 3세라는 점 때문에 이를 교묘하게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구 부사장은 이씨와 얽힌 또 다른 소송에서 지난해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한판토스 구본호 부사장 ⓒ 연합뉴스
구본호, LG 창업주 동생의 손자

구 부사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 부사장은 재미사업가 고(故) 조풍언씨의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주가를 조작해 165억원의 부당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구 부사장과 관련한 이런저런 송사들이 자꾸 언론에 언급되는 것은 그가 재벌가 3세라는 점 때문이다. 구 부사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정회씨의 손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그가 부사장으로 있는 범한판토스는 구정회씨 일가가 1977년부터 40년 가까이 운영해온 물류회사다. 현재는 구정회씨의 3남인 고 구자현씨의 부인 조원희씨와 아들 구본호씨가 각각 50.9%와 4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에서 조원희씨는 회장, 구씨는 부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구 부사장의 재산은 범한판토스 지분 가치만 해도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LG 측에서는 구 부사장이 자꾸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다 보니 ‘LG가(家) 3세’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요즘 LG그룹 홍보실은 구본호 부사장 기사가 나올 때마다 기자에게 ‘LG가 3세’라는 말을 빼달라고 하는 것이 일”이라며 “‘방계’라는 것 외에는 회사와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 측의 설명처럼 구 부사장이 LG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점 외에도 범한판토스의 매출 대부분이 LG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범한판토스는 2013년 매출 2조400억원에 영업이익 592억원으로 물류업계의 ‘알짜 기업’으로 통한다. 2조원 매출 중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LG와의 거래에 힘입어 범한판토스는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40개국에 진출해 있다. 범한판토스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여행사인 레드캡투어의 경우 여의도 LG그룹 지하에 여행사로서는 유일하게 입점해 있다. 레드캡투어는 국내 여행업계 매출 순위 7위 기업이다.

다만 최근 LG그룹이 범한판토스를 인수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20일 LG그룹 계열사인 LG상사는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했다. LG 측은 장기적으로는 구 부사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범한판토스 지분 인수에 대해 LG 측은 지분을 인수할 경우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LG상사의 주요 사업인 자원 개발과 범한판토스의 물류 부문이 합쳐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사업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2008년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은 구본호 부사장이 검찰청사를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LG, 범한판토스 인수 과정 불협화음

실제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종합상사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LG상사의 주가는 최근까지 고공비행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한목소리로 “범한판토스 인수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수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양측 간에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 측이 범한판토스가 지분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LG 측 물량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조 회장과 구 부사장이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모두 처음에는 지분 매각에 반대했지만, 이런 LG 측의 입장을 전달받고 조 회장은 지분 매각 쪽으로 생각을 바꿨고 구 부사장은 계속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LG상사가 인수한 지분 역시 조 회장이 가지고 있던 지분이다.

LG 안팎에서는 LG 측의 범한판토스 인수 작업이 사실상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포함된 계열사 간 거래는 구 회장의 지시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LG 측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범한판토스 인수를 주도한 인물은 구본무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조준호 LG전자 사장이었다. 하지만 여러 불미스러운 일로 LG 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구 부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인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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