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 지도’ 없다는 건 창피한 일”
  • 감명국 기자·정리 김지영 인턴기자 ()
  • 승인 2015.03.26 15: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 “제2롯데월드 등 안전 문제 관심”

시사저널 취재진이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시의회를 찾은 3월11일 오전 11시. 마침 그 시간, 경남도청에서는 홍준표 지사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만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등 영·유아와 청소년 복지 예산 문제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의 원조는 서울시다. 2011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이 문제를 제기했고, 급기야 시장직을 도중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현장에 당시 3선 시의원이었던 박 의장도 있었다. 새정치연합 소속 4선 시의원으로 서울시의회를 이끌고 있는 박 의장은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위해서는 지방 재정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시사저널 최준필
각 지자체에서 지금의 2 대 8 구조로 되어 있는 지방세와 국세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 대 8 비율은 대한민국이 처한 불행한 현실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지방자치제가 잘 정착된 나라가 잘산다. 유럽 선진국들은 6 대 4의 비율이다. 지방이 4가 아니라 6이다. 우리 지방자치 현실은 중앙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뭐 하나도 맞출 수가 없다.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창의력을 가지고 주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호흡하면서 이뤄지는 지방자치여야 한다. 그래서 어느 시·도는 잘살고 어느 시·도는 못살고 하는 경쟁, 이게 지방자치 아니겠는가. 그나마 서울은 재정자립도가 꽤 높다고 하지만, 과거 90%가 넘던 게 지금 80%까지 떨어졌다. 점점 자립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지방자치제가 잘못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로 인해 무상급식 논쟁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 역시 예산 문제가 관건인데.

4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 때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서울시의회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건데, 이제 와서 (중앙정부가) 누리과정을 만들어서 첨부하다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 된 것이다. 이미 시행된 것(무상급식)을 거꾸로 되돌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홍 지사는) 차별 복지를 하겠다는 취지인데,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남다른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들이 곧고 바르게 자라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인데, 그 아이들에게 차별을 준다? 그것도 밥 먹는 문제로? (가난한) 어른들은 차별적으로 도와줘도 되지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친구들 사이에서 ‘쟤는 밥을 공짜로 먹고, 우리는 돈 내고 먹는다’는 위화감 조성은 우리 사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점을 봐서라도 보편적 복지가 맞다. 이제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갖고 정치적으로 장난치는 시절은 지났다.  

지방선거가 기초·광역단체장과 의원 동시 선거로 치러지다 보니,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당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정부에 대해 제대로 견제가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 시의원들의 수준이 과거와 같지 않다. 특히 40·50대 젊은 의원이 많은데, 열의가 엄청나다. 서울시의 세목이 2700여 개  되는데, 최선을 다해 파고들어 배우려고 한다. 그런 의원들이 단순히 박원순 시장이랑 같은 당이라고 슬쩍 봐주고 할 것이라는 걱정은 천만의 말씀이다. 직접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시정질문을 하는 것 한번 보시라. 의회는 기본적으로 견제와 감시가 기능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하고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중앙과 지방(서울)은 의회 문화가 다르다. 같은 당이라고 봐주는 것 없다. 그렇게 되면 의회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서울시의원 4선을 하면서 이명박·오세훈·박원순 등 세 시장을 겪었다. 시정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예전(이명박·오세훈)에는 재정 여건이 좋아서도 그랬겠지만, 5000억원짜리 사업도 장기가 아닌 단기로 뚝딱 하고 그랬다. 지금(박원순)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부채 탕감 이런 쪽으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빚도 많이 갚았다. 스타일이 다르다. 전임 시장들은 일을 좀 벌이는 스타일이라면, 지금 시장은 거꾸로다. 다 장단점이 있다.

서울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꽤 많다. 인사 문제에서 박 시장 측근 기용설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렇다. 서울시 공기업이 17개 정도 된다. 옛날과 달리 업무 영역과 중요도가 광범위해 청문회 도입은 꼭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국회와 같은 청문회를 원하지는 않는다. 사생활 뒤지는 청문회보다는 그 사람의 역량을 검증하는 차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서울시 공기업 사장으로 오는 분들도 비전과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까지 검증해 청문회다운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지금 의회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4월7일 상정할 예정이다. 실행 가능성 있는 방안을 연구하려고 TF팀도 구성했다.  

얼마 전 서울시향 사태가 불거지면서 공기업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감시와 견제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인사권은 모두 서울시장에게 있다. 그 문제가 언론에서 터지기 전에 제가 어느 인터뷰에서 서울시향 문제를 강력하게 거론한 바 있다. 결정은 그쪽(시청) 소관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올해 20년째를 맞지만 지방정부·지방의회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지방자치제를 축소해야 한다’ ‘기초단체는 광역단체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연히 그 (비리) 부분은 지적 대상이다. 그렇다고 기초단체를 폐지하니 마니 하는 것은 올바른 논쟁의 길이 아니다. 광역의회에서 시·군·구 마을 구석구석까지 어떻게 다 챙기나. 과거와 다르게 지금 우리 서울시의회만 해도 석·박사 학위자들이 50%가 넘는다. 주먹구구식이 통하지 않는다. 자기 일 보면서 의회 일을 볼 수 없다. 국회와 달리 지방의원은 보좌관 한 명도 없지 않은가. 혼자 다 한다. 오로지 의회에만 집중한다. 제대로 된 시정 견제를 위해 시의원에게 보좌관을 한 명씩 두게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자체의 부패와 비리 부분은 어떻게 보는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사가 실질적으로 짧다. 그렇다 보니 아직 지방이라는 의미와 개념이 정확히 안 잡혀 있다. 지방정부 단체장과 의원들부터 노력해야 한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의회개혁’을 9대 시의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의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했고, 구금상태에 있을 경우 의정활동비와 수당, 여비 지급을 모두 제한하는 내용의 서울시의원 무노동·무임금 조례를 지난해 말 처리했다.

제2롯데월드와 용산 싱크홀 등 안전사고 문제가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세월호가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갖게 해준 것 같다. 우리가 고도성장을 하다 보니까,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1000만 시민이 살고 있는 수도 서울에 제대로 된 ‘지하 지도’가 없다. 일본에는 지하 지도가 50년 전부터 있었다. 서울은 올해 도입하도록 되어 있다. 솔직히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창피하게 생각한다. 지하를 팔 때 문제가 있는 것은 앞으로 더 점검을 하겠다. 제2롯데월드 문제도 계속 지적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