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커미션 30억은 어디로?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3.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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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자산운용, 미국 라발로 리조트 개발 사업 관련 수상한 자금 흐름

대신증권 자회사인 대신자산운용은 2011년 국내 기관투자가로부터 무더기 소송을 당했다. 이 회사가 2008년 전후로 투자를 담당한 미국 라발로 리조트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4400만 달러(약 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소송에 참가한 기관은 건설근로자공제회·IBK기업은행(1차 펀드), 공무원연금공단·메리츠종금증권·더케이손해보험(2차 펀드) 등이다. 이들은 법정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이 대신자산운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자산운용은 펀드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에게 위험성을 공지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기관투자가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2012년 3월 “대신자산운용이 부당한 투자 권유를 했고, 사업이 무산될 때도 투자 유치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판단도 비슷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들 역시 기관투자가로 해외 투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손해액을 각각 25%(1차 펀드)와 40%(2차 펀드)로 제한했다. 양측은 모두 항소했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신협도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60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신자산운용 사옥. ⓒ 시사저널 최준필
라발로 사업 투자 과정서 70억원 커미션

시사저널은 그동안 라발로 사업이 좌초된 배경과 이후 진행된 법정 다툼을 취재해왔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급됐고, 이 자금이 여러 차례의 세탁을 거쳐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투자를 유치하고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대신자산운용은 수상한 뭉칫돈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 묵인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라발로 리조트 개발과 투자 유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김 아무개씨가 2013년 동업자였던 이 아무개씨와 대신자산운용 간부 양 아무개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뒤늦게 밝혀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김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대신자산운용은 2007년 11월 라발로 사업을 위해 SPC(특수목적회사)인 대신라발로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을 총괄했던 양 아무개씨가 대표를 맡았다. 대신라발로는 2007년 12월 페이퍼컴퍼니인 미국의 R사와 6억원 상당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대신자산운용 간부가 이 페이퍼컴퍼니의 공동 대표를 맡았다는 점이다. R사가 설립될 당시 관련 부처에 제출한 서류에도 이씨와 양씨가 R사의 ‘MGRM(경영위원)’으로 표기돼 있다. 고소인 김씨는 “미국의 경영위원은 우리나라의 공동대표를 의미한다”며 “기관투자가로부터 거액을 유치한 대신자산운용 간부가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자문료 6억원을 따로 챙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 돈이 대신자산운용으로 다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사를 둘러싼 수상한 거래는 이뿐만이 아니다. R사는 투자가 마무리되자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키프로스공화국과 홍콩에 페이퍼컴퍼니인 F사와 P사를 차명으로 설립한다. 이후 라발로 사업 시행사로부터 각각 415만 달러(약 45억원)와 250만 달러(약 25억원)를 유치한 데 따른 커미션을 받는다. 이 중 일부인 130만 달러(약 15억원)는 한국 하나은행에 개설된 R사의 임시 계좌로 송금됐다.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지만, 이들은 투자금액 대비 15%에 달하는 커미션을 챙긴 것이다.

검찰은 2013년 R사의 공동대표였던 이 아무개씨를 특경법상 알선수재와 범죄 수익 은닉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2월5일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36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씨와 함께 검찰에 고소된 대신자산운용의 양 아무개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씨 또한 거액의 커미션과 자문료를 챙긴 R사의 공동대표였다. 하지만 양씨는 검찰에서 커미션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구속된 이씨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씨가 높은 이율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사실을 알았다면 (라발로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자산운용의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 결과는 양씨의 주장과 달랐다. 라발로 사업 시행사 대표는 2007년 12월 양씨에게 펀드 자금 사용 내역을 작성해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668만 달러의 커미션이 지급됐다고 명시돼 있고, 자료 하단에는 시행사 대표와 함께 양씨의 서명도 표시돼 있다. 서명이 위조되지 않았다면 커미션의 존재를 몰랐다는 양씨의 법정 진술은 거짓이 되는 것이다.

라발로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 아무개씨가 3월20일 대신자산운용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은행서 인 출한 돈 쇼핑백 담아 전달”

2008년 11월 커미션 일부인 13억원을 R사의 한국 계좌에 송금하는 과정에도 양씨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 이 자금은 한국법인의 운영을 위한 차입 용도였지만, 실상은 커미션 자금의 일부로 추정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R사 관계자들의 이메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한국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한국 법인의 계좌가 아닌 임시 계좌를 준비하기도 했다. 양씨는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수신 참조인’으로 표시돼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양씨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양씨의 변호인은 검찰총장 출신인 A씨로 알려졌다. 양씨를 고소한 김 아무개씨는 “R사의 한국 계좌에 입금된 돈을 직접 찾아 양씨에게 전달했다”며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적은 수첩까지 검찰에 제출했지만, 사라진 커미션 30억원 상당의 용처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조만간 양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향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신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대법원에 투자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이라며 “우리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커미션에 대해서도 “개인의 문제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관계자는 “(양 아무개씨는) 현재 퇴사한 상태로 회사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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