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이 봄바람과 함께 성큼 다가왔다
  • 조용신│뮤지컬 평론가 ()
  • 승인 2015.04.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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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합작 <데스노트>, 요절한 인디 뮤지션에 바치는 헌사 <달빛요정>

봄이 활짝 열렸다. 공연계도 뮤지컬을 필두로 따끈따끈한 신작이 기지개를 펴고 저마다 개성 있는 무대로 관객을 유혹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좋은 계절에 볼 만한 좋은 작품을 대극장과 소극장으로 나누어 대표작 한 편씩을 미리 살펴본다.

한국과 일본의 합작 <데스노트>

뮤지컬계는 6월에 개막할 <데스노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작품의 원작은 2003년부터 일본 슈에이샤의 ‘주간소년 점프’ 연재 후 12권의 단행본으로 발행돼 국내외에서 무려 3000만부가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다.

일본 프로덕션 초연 장면. ⓒ Horiproduction 제공
내용은 2000년대 초반 일본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잿빛 정서로 가득하다. 전교 1위인 천재 고교생 야가미 라이토는 어느 날 학교에서 사신(死神) 루크가 인간 세계에 우연히 빠뜨린 ‘데스노트’를 습득한다. 그 안에 적힌 ‘이름이 적힌 자는 죽는다’는 문구를 본 라이토는 TV 뉴스에 나온 유괴범의 이름을 적는다. 40초 후 그가 심장마비로 죽는 것을 본 다음 데스노트를 이용해 세상에 존재하는 범죄자를 모조리 죽이고자 한다. 이 세상에 진정한 정의는 없다고 생각하는 라이토는 데스노트가 범죄율이 제로인 이상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연이어 심장마비로 죽자 인터폴은 신비한 존재 ‘엘’을 탐정으로 투입하고, 이때부터 데스노트를 사이에 두고 라이토의 무모한 살인 행위를 제지하기 위해 그를 쫓는 엘과 라이토 사이에 팽팽한 대결이 펼쳐진다.

2006년에는 만화 연재가 끝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권에서 큰 히트를 쳤다. 8년 후, 무대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연출은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구리야마 다미야와, 작곡은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몬테 크리스토> <보니 앤 클라이드> 등 국내에 소개된 많은 작품으로 친숙한 미국의 프랭크 와일드혼, 각본은 <보니 앤 클라이드>의 이반 멘첼, 가사는 <몬테 크리스토>의 잭 머피가 맡았으며 한국 배우들도 출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지난 4월15일 일본 도쿄 닛세이 극장에서 일본 배우들로 초연을 가졌으며 한국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일본의 호리프로 공동 제작으로 한국 시장에 맞게 수정·보완해 한·일 합작 뮤지컬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 뮤지컬 시장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 중에서는 한류 배우가 출연해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었고 창작 뮤지컬이 라이선스 형태로 수출된 사례도 있었지만, 창작 단계부터 협업을 통해 양국에서 순차적으로 개막하는 대극장 규모의 신작 뮤지컬의 출현은 처음이다.

실제 인디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공연 장면. ⓒ 이다 엔터테인먼트 제공
소극장에서 즐기는 <달빛요정과 소녀>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킬 투톱 남자 주연 배우로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미스 사이공>에 지난 1년 동안 출연하면서 큰 활약을 보여준 홍광호와 한국 최고의 뮤지컬 티켓파워를 가진 JYJ의 김준수가 각각 라이토와 엘을 맡았다.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뮤지컬이 원작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의 모사를 통해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면, <데스노트>에서는 오리지널 창작자들(원작 오바 쓰구미, 작화 오바타 다케시)의 상상 속에 존재했었을 바로 그 캐릭터의 원형과도 같은 캐스팅이 이루어졌다고 할 정도로 가창력·비주얼 모든 면에서 최적의 조합이다. 두 사람의 다른 보이스컬러와 감성은 무대 위에서 라이토와 엘이 시종일관 만들어낼 극적 긴장감을 무대 언어로 치환해 원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두 배우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공연 기간 내내 원 캐스트로 함께 오를 예정인데, 관객 입장에서 막이 오르는 날이면 항상 두 사람의 조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마다 출연 배우가 다른 멀티 캐스팅 스케줄을 챙겨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또한 얼마 전 막을 내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 부츠>에서 인상 깊은 연기와 노래로 스타성을 인정받았던 강홍석이 드라마의 중심을 이어가는 사신 ‘야가미 루크’를 맡았다. 또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와 엘파바로 호흡을 맞췄던 정선아와 박혜나가 각각 라이토의 여자친구 ‘아마네 미사’와 사신 ‘야가미 렘’으로 출연하는 등 조연진도 막강하다. 6월20일?8월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홍대 앞 인디 음악 씬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요절한 인디 가수 이진원(1973~2010년)의 1인 프로젝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노래로 엮은 특별한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가 지난 1월 초연 성공에 힘입어 5월에 다시 관객을 맞는다. 이 작품은 기존의 상업적인 주크박스 뮤지컬 기획과는 다르게 뮤지션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트리뷰트 뮤지컬’이다. 구성은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소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진원의 대표곡과 그의 노랫말에 공감할 만한 사람들이 라디오(DJ 캐준이 진행하는 관악FM)에 보낸 사연들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천 과장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끈 박해준이 초연에 이어 라디오 DJ 캐준 역을 맡는다. 얼마 전에 끝난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왕자 역할로 많은 재미를 주었던 우찬이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달빛요정 역에는 초연 배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박훈과 <킹키 부츠>로 호평을 받고 6월 <데스노트>에 출연할 예정인 강홍석이 더블 캐스팅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SOS 상담원 은주 역에는 김소진과 박민정. 여고생 아리영 역은 정가희가 맡는다. 민복기 작·연출. 극단 차이무 제작. 5월8~3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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