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 등식 ‘kt 위즈=승리 자판기’
  •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15.05.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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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투자·함량 미달 선수 영입 등으로 1할대 승률

스포츠 세계는 냉정하다. 일등이 있으면 꼴찌도 존재한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우승팀 뒤편엔 승수 쌓기의 재물이 된 팀들이 항상 있다. 올 시즌 꼴찌의 바통을 전해 받은 팀이 있다. 제10구단 kt 위즈다. kt는 역대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1할 언저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패배가 너무 많다 보니 ‘승리 자판기’ ‘프로야구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 ‘민폐 구단’이란 낯 뜨거운 소리를 듣고 있다. kt는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그리고 역대 꼴찌 팀들은 왜 최하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33년 역사의 KBO리그에서 최저 승률을 기록한 팀은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다. 삼미는 15승65패로 승률 0.188을 기록해 유일무이의 1할대 승률을 기록한 팀이다. 최다 패 기록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가 갖고 있다. 28승97패7무다. 현재 상황으로선 kt가 삼미의 최저 승률, 쌍방울의 최다 패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현재 kt의 승률은 삼미보다 낮다. 현재 승률을 유지한다면 약 14승130패라는 믿기지 않는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올 시즌 kt는 개막 후 11연패를 당한 다음 2승을 거뒀지만 다시 5연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1승을 추가한 후 다시 10연패에 몰렸다.

5월5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kt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에서 kt 1루 주자 송민섭이 마르테의 안타 때 홈에서 태그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삼미 슈퍼스타즈 승률 0.188로 역대 최저

비교 대상을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확장해도 kt의 성적은 민망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한 팀은 1899년 클리블랜드 스파이어스로 20승134패, 승률 0.130을 기록했다. kt는 19세기에 기록된 ML 최약체 팀의 승률보다 낮은 승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들은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삼미는 모기업 삼미그룹이 프로야구 홍보 효과를 누릴 만한 소비재 분야 계열사를 갖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스포츠를 좋아하던 삼미그룹 김현철 회장이 야구팀 창단을 지시했고, 우여곡절 끝에 아무런 준비 없이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국가대표 선수는커녕, 직장인 동호회 수준의 선수들로 팀을 꾸린 탓에 삼미는 추락을 거듭했다.

쌍방울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모기업이 쓰러지면서 전력이 떨어진 경우다. 당시 쌍방울 선수들은 원정 경기 때 당일치기로 이동하거나 모텔 방을 전전하는 등 최악의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주요 선수들도 현금 트레이드되면서 전력은 급감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힘든 사회상과 맞물려 쌍방울의 성적은 많은 사람의 동정을 자아냈다.

1983년 6월1일 삼미-MBC 경기에서 MBC 이해창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범현 감독 “KIA 때 16연패보다 더 힘들다”

kt는 다르다. kt는 굴지의 대기업이지만 인색한 투자로 최저 승률을 자초했다. kt는 신생팀 특혜로 네 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지만 앤디 시스코, 필 어윈 등 함량 미달 선수를 영입해 기존 팀들과의 전력 차가 더 벌어졌다.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도 kt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김사율·박기혁·박경수 등 FA 세 명의 총액은 4년 34억1000만원, 다른 구단의 대어급 FA 한 명 몸값에 불과하다. 돈을 풀어 확실히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두 차례 기회에서 kt는 모두 소극적이었다. 결국 kt는 최근 롯데와 4 대 5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전력난 해소에 나섰다. 하지만 그 출혈은 너무 뼈아팠다. 간판 신예 투수 박세웅을 트레이드 명단에 포함시켜 팬들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미래와 팬심을 동시에 잃어버린 꼴이다.

kt는 재계 순위 11위의 기업이다. kt는 제10구단 창단 당시만 해도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며 거액의 KBO 가입금을 내고 수원구장 리모델링 투자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야구단 창단 이후 모그룹의 지원은 매우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1군 투자도 문제지만, 야구단의 뿌리라 할 수 있는 2군 상황은 눈물겹도록 열악하다. kt는 지난해부터 성균관대 야구장을 빌려 2군 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프로팀 전용구장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시설이다. 비가 오면 물이 안 빠져 훈련을 하기 힘들고, 실내연습장도 매우 좁다. 물리치료를 받을 만한 시설이 없어 부상 선수들의 재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kt가 야구단 운영에 소홀하게 된 것은 오너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kt는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의사결정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많다. kt의 야구단 창단은 전임 이석채 회장이 진두지휘한 사업인데, 경영진이 바뀌면서 프로야구단 운영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kt는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각종 홍보, 광고비엔 적잖은 투자를 하면서도 야구단 투자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구인들은 kt의 현실에 애를 태우고 있다. 야구계 원로인 박영길 전 삼성·롯데 감독은 “기업은 프로스포츠단을 운영하면서 홍보 효과를 누리지만, 스포츠단 운영이 삐걱거릴 경우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기업인들은 스포츠계의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방울의 쇠락 과정을 함께했던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지원을 받지 못하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kt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t 조범현 감독은 애써 표정을 숨기고 있다. 조 감독은 2010년 KIA 사령탑 당시 16연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그때(16연패 당시)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며 빛이 보이지 않는 팀의 미래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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