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의 이면
  • 김인숙 소설가 ()
  • 승인 2015.05.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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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몇 달 정도를 머무른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골든게이트 브리지, 즉 금문교다. 이름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는 대신 붉은색 자태를 뽐내는 이 다리는 거센 조류와 안개로 인해 건축 당시부터 과연 완공이 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냈었다. 4년여의 건축 기간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 특히나 중국인 노동자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다리는 역사를 품고 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구름 위쪽으로 슬며시 붉은색의 자태를 아끼듯 보여주기도 한다.

1년 내내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이 다리에는 그만큼의,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 터인데, 그중에서도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것은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사람들 이야기다.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다리들이 그렇듯 골든게이트 브리지 역시 자살자의 다리로 유명하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누군가는 투신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다 시도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골든게이트 브리지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에릭 스틸이라는 감독이 2006년 발표한 <더 브리지>라는 필름인데, 그는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다리를 촬영했다. 그리고 23명의 자살자를 촬영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과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것의 한계치가 어디까지인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나로서는 이 논쟁에 참여하기가 어려운데, 이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율이라고 말하기도, 고통이라고 말하기도, 혹은 슬픔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혹은 그 모든 것을 합쳐놓은 감정 때문에 30분을 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토록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필름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욱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름다운 가정의 달에 이렇게 어두운 화제를 꺼내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의 이면에는 항상 소외받는 무언가,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 누군가가 절대적인 고독, 절대적인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가족이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 가족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런 가족을 갖지 못할 터인데, 그때는 사회라도 그들을 보듬어주어야 할 터이다.

<더 브리지>에서 촬영된 장면 중 하나의 마지막 목격자는 하필이면 가족 나들이로 관광을 나왔던 일가족이었다. 그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앉아 인터뷰에 응했다. 이 무고한 목격자가 받았을 충격은 그 장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한 개인의 아픔은 절대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이면서 또한 수없이 많은 갈래로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으로부터도 완전히 무관할 수 없는 시대와 사회에 살고 있는 셈이다. 가정의 달에 사회의 책임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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