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에 굴러도 영혼은 팔지 않는다
  • 김지영(女)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5.06.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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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천재’ 이제석이 말하는 윤리경영

똥밭.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그렇게 말했다. 똥밭에서 구르는 자신을 ‘미친 놈’ ‘또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대표 카피라이터 이제석씨(32) 얘기다. 이씨는 시사저널이 주최한 ‘제3회 굿 컴퍼니 컨퍼런스’의 마지막 특별 세션을 맡았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한국 사회에 울림을 주는 그의 광고처럼 강의 역시 강렬했다. 지방대 출신, 성공한 광고인. 이씨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이씨는 “지방대 미대 출신이다”는 말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다. 이씨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그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뉴욕원쇼페스티벌 최우수상, 미국 애디어워드 수상, 2011년 올해의 광고인 등. 그는 굴지의 상을 휩쓴 ‘광고 천재’다. 그의 표현대로, 광고계의 메카인 뉴욕에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보수와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멋진 명함’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기업이 계열 광고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 거래, 갑을 관계가 ‘당연시되는’ 한국 광고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공익 광고라는 돈 안 되는 ‘꿈’을 위해서다.

이제석씨가 ‘2015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특별 세션을 맡아 강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영혼 존중이 윤리경영이자 생존 전략

“처음에는 ‘광고 천재 왔습니까?’ 하던 분들도 막상 저와 계약을 하면 ‘가격을 깎아주세요’라고 합니다. 공정 경쟁, 윤리를 얘기하면 ‘미친 놈, 네가 혁명가야?’라는 비아냥을 들었죠. 하지만 이걸 지키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거세하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당연하게 윤리,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게 사실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이죠.”

이씨가 생각하는 윤리경영이자 생존 전략은 사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영혼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그는 영혼 없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혼 있는 승부를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계약서에도 없는 ‘미친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 돈을 들여서라도. 설치할 광고판 위치에 있는 나무를 남들처럼 베지 않고 옮겨 심고, 광고를 좀 더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굴착기 끌고 와 땅을 파고…. 모두 계약서에는 없는 일들이다. 대기업 광고회사가 거액을 들여 방송국의 광고 시간을 산다면, 그는 계단과 건물 외벽, 차와 쓰레기통 등 주변 공간을 하나의 광고 작품으로 만든다. 기발한 그의 광고는 방송사 저녁 9시 뉴스에 보도된다.

“할 수만 있다면 이제석 영혼은 얼마라고 쓰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계약서에 필요한 타일 몇 개, 벽돌 몇 개를 적죠. 양이 아니라 질이 필요한 업무에서는 사람의 영혼이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의 영혼, 그 사람을 존중한다면, 윤리경영이라는 거창한 표현 없이도 충분히 윤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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