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측근들과 회동설 드디어 움직이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6.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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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동안 지방 잠행…최근 서울 올라와 활동 재개 알려져

2013년 9월30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서 살아왔다”는 퇴임사를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혼외자 논란’ 파문 속에 25년 검사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검찰총장에 오른 지 약 6개월 만이었다. 그 후 채 전 총장은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개월 동안 철저하게 잠행을 계속했다. 취재진 사이에서 “과연 특수통 검사답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그랬던 채 전 총장이 최근 지방 생활을 접고 서울로 돌아와 최측근들과 회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마침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뉴스의 초점이 되면서 두 사람의 ‘악연’이 오버랩되고 있다.

2013년 3월11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채동욱 서울고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3년 3월11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채동욱 서울고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3년 3월11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채동욱 서울고검장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교안과 채동욱의 ‘악연’

황교안과 채동욱.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한민국 사정기관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위상은 2년여 만에 천양지차가 됐다. 황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실력자로 부상하면서 국무총리로 지명받았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사 참사로 곤욕을 치렀던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를 놓고 청와대와 ‘척’을 지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사퇴의 배경이 된 것은 ‘혼외자 논란’이었다. 언론 보도로 촉발됐지만,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지배적이었다.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난 채 전 총장은 사퇴 후에도 두문불출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다시는 만날 일이 없어 보였던 황 총리 후보자와 채 전 총장이 조우할 수 있는 자리가 최근 마련됐다. 국무총리 인사청문회가 바로 그곳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황 후보자가 2013년 법무부장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장선에서 황 후보자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감찰을 벌였고, 결국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언을 듣기 위해 채 전 총장을 청문회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채 전 총장이 청문회에 나온다면 총리로 지명된 법무부장관과 전임 검찰총장이 외풍 의혹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나게 된다. 올 초에 끝난 드라마 <펀치>의 한 장면이 실제로 재연되는 셈이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은 청문회 마지막 날인 6월10일 “검찰총장 재직 중의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청문회에서 진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사료된다”면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황 후보자와 채 전 총장의 악연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로 시작됐다. 사실 채 전 총장은 박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100% 박근혜 정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채 전 총장은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추천위원회(추천위)’를 통해 검찰총장에 올랐는데, 추천위가 구성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1월이었다. 같은 해 2월 당시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으로 후보가 압축됐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채 전 총장을 제청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때 박 대통령의 의중은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에게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채 전 총장도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었다. 검찰총장 취임 2개월 후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의 상견례 자리가 만들어졌는데, 이때 채 전 총장이 처음 꺼낸 인사말은 “제가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었다. 이에 화답하듯이 상견례 자리가 있은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동욱 총장은 MB(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김윤상·윤석열 등과 자리한 것으로 안다”

이런 상황에서 ‘채동욱 총장’과 ‘황교안 장관’의 충돌과 대립은 필연적이었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원세훈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의견을 2주 가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인 2012년 6월19일까지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결국 채 전 총장의 뜻대로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대신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수사 기록이 통째로 언론에 유출된 것이다. 채 전 총장은 대검 감찰본부에 특별감찰을 지시할 정도로 격분했다. 그러나 유출 경로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로부터 수사 기록이 유출된 것은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관련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는 바보짓을 하겠는가. 수사 보고를 받은 법무부 쪽에서 자료가 유출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황 (장관)이 채 (전 총장)의 뒤통수를 친 것 아니겠는가”라고 풀이했다.

채 전 총장이 법무부장관의 뜻을 어겨가면서 원 전 원장을 기어코 선거법으로 기소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조기에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결국 혼외자 논란이 터졌고, 황 후보자는 “검찰 총수의 부도덕성이 검찰 조직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지시했다. 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채 전 총장은 사표를 내고 옷을 벗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9월27일 저녁 6시가 다 돼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진술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황 후보자의 채 전 총장에 대한 최후의 일격이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승자로 보인다. 채동욱 전 총장은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 자리도 마다하고 아직은 침묵 모드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이 언제까지 입을 닫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실제로 최근 채 전 총장은 지방 생활을 접고 서울로 복귀해 최측근들과 회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이 사퇴 후 지방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최근 서울 자택으로 돌아온 것으로 안다”며 “총장 시절 함께 근무했던 후배들과 자주 만나고 있다고 들었다.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 등과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과장은 ‘채동욱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자진 사퇴했다. 그는 당시 검찰 내부 통신망에 “본인은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황교안)과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황교안)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채동욱)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온 선혈 낭자한 내 행적 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면서 황 후보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사는 당시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수사의 TF팀장을 맡았는데, 2013년 국감에서 수사에 외풍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윤 검사는 당시 “초기부터 외압이 많았다. (황교안 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폭로했다. 윤 검사는 이후 항명에 대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김윤상 전 대검 감찰1과장(왼쪽)과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 ⓒ 연합뉴스

검찰 내 남은 지지 세력 무시 못해

검찰 내에는 아직도 채 전 총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무시 못할 만큼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 전 총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은 긴급회의를 개최해 “일부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그 진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는 것은 이제 막 조직의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감찰을 지시한 황 후보자를 겨냥해 “법무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한 이후 곧바로 검찰총장이 사퇴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으로 비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채 전 총장 사퇴 후 법무부가 감찰을 통해 혼외자 논란이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며 “설령 혼외자 논란이 사실이라도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아야 할 만큼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었고,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채 전 총장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채 전 총장은 원래 서울 출생이지만 청와대가 인선 배경으로 전북 군산 출신이라고 밝혀 친야 성향을 가진 인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채 전 총장이 매력적인 카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하고 ‘광주의 딸’이라는 별칭과 함께 국회에 입성한 권은희 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법사위 소속의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에 현 정부가 어떤 식으로 개입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그의 입은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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