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동생 회사에 갑자기 세무조사 통보, 왜?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6.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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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모범 납세자로 선정된 건설사…검찰은 ‘리스트 수사’ 본질 피하고 곁다리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사건 발생 3개월이 가까워지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시사저널이 발생 직후 예측한 대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금 수수 전말을 구체적으로 밝힌 일부를 기소하고 기타 주변의 여야 정치인 몇몇 정도를 ‘거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짓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정치인으로 검찰 특별수사팀의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정도다. 핵심 증인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한 데다 성 전 회장 가족들이나 경남기업 전·현 임직원들로부터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들먹이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거둔 ‘실적’의 초라함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구속자는 성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보좌관이다. 그 밖에 경남기업 비자금 조성의 주역인 한 아무개 부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정도다. 국민은 불법 자금 수수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기대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사실을 폭로한 성 전 회장의 측근들만 잡아넣은 셈이다. 그나마 구속된 박 전 상무와 이 보좌관 등 두 사람에 대해서도 ‘무엇과 관련된 증거를 어떻게 인멸했느냐’는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 수사팀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비판적 시선을 의식한 듯, 특별수사팀이 수사 반경을 넓히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과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에 대한 수사 착수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 과정에서 추가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야권 쪽 인사들이어서 ‘본질을 피해가는 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성완종 사면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노건평씨. 사진은 2012년 5일15일 피의자 신분으로 창원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 뉴시스

노건평씨 사면로비 수사만 가속 페달 

세 사람은 각기 성 전 회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들과 얽혀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의 경우, 경남기업 고문을 지낸 박 아무개씨와 연결된다. 박씨는 이 최고위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검찰은 박씨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그중 일부가 이 최고위원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추적해왔다. 또 경남기업 관계자로부터 2012년 총선 무렵 이 최고위원의 최측근인 류승규 전 의원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 최고위원은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2000만원은 류 전 의원이 박씨에게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과 동시에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김한길 전 대표 역시 경남기업 관계자 수사 과정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확보된 경우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소환에 불응함으로써 검찰의 강제 수사 여부가 주목되는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특별수사팀도 그런 한계를 알고 있지만 일단 시도하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검에 대비해 노력했다는 명분 축적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방침에 따라 검찰의 부당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

노건평씨 부분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이 최고위원, 김 전 대표와는 경우가 다르다.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의혹을 받는 노씨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할 만한 ‘소재’여서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데다 현역 의원인 이 최고위원과 김 전 대표와는 달리 신분도 취약한 형편이어서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김 아무개 전 경남기업 상무를 통해 노씨에게 사면을 부탁하고 돈을 건넸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노씨는 지난 6월24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특별사면을 부탁받은 것은 맞지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남기업 전 임원들로부터 “성 전 회장이 2008년 무렵 측근을 통해 노씨 측에 억대 금품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에 기소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24일 이뤄질 것으로 예고됐던 박 전 상무와 이 보좌관에 대한 검찰 구형이 7월 초로 미뤄지는 것도 검찰의 수사 확대에 따른 것인데, 이와 맞물려 주목되는 게 성 전 회장 주변에 대한 ‘조사 확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하루 전날인 4월8일 자원외교 비리 등 검찰 조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 뉴시스

충남 태안 회사 세무조사를 서울에서 담당  

국세청이 최근 성완종 전 회장의 동생인 성우종 사장이 경영하는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파장이 예상된다. 이 세무조사는 성완종 게이트 관련 수사가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성 사장의 경우 검찰 수사 당시 성 전 회장의 행보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선상에서 일단 배제된 바 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세무 당국은 최근 성 사장이 대주주인 D사에 “7월 초부터 세무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D기업은 충남 태안에 위치한 건설업체로 대표이사인 성 사장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단순 세무조사로 보기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충남에 위치한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관할이 아닌 서울 쪽에서 담당한다는 점이다. 이따금 필요에 의해 다른 관할에서 교차 조사를 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으나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관할 세무서가 아닌, 서울에서 조사가 들어가면 어김없이 표적 조사 논란이 일곤 했다. 지난 2009년 경남 김해에 위치한 태광실업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구나 성 사장은 2009년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 국세청으로부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고, D사는 각종 건설 부문 윤리경영 및 우수기업을 뽑을 때마다 이름을 올리던 곳이어서 이래저래 이번 세무조사는 범상치 않다. 이에 대해 D사 측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구속 중인 박 전 상무와 이 보좌관에 대한 최종 심리와 공판은 7월1일로 예정돼 있다. 검찰이 지난 6월24일 공판 때 재판부에 “아직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기 어려우니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인데, 이 조차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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