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어라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5.07.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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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투자 열기 뜨거워…하반기 70여 곳 증시 입성

모바일 보안 서비스업체인 민앤지는 6월30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11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중소기업의 청약에 4조4000억원이 몰렸다. 주당 2만8000원(공모가)인 이 회사 주식 1000주를 청약해 봤자 한 주도 받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준금리 연 1.5%의 초저금리 시대. 투자할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쏟아지지만 공모주에 관한 한 완전히 딴 얘기다. 공모주 청약을 받을 때마다 수조 원의 투자금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투자 수익률도 짭짤하다. 상장 당일 100% 안팎의 고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이 많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SDS 기업공개(IPO) 이후 공모주 투자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공모주 불패 신화’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1~6월 진행된 8개 공모 기업의 청약 경쟁률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할 때 평균 567 대 1이었다. 자동차 부품업체 세화아이엠씨(경쟁률 732 대 1), 효소 개발업체 제노포커스(1207 대 1) 등 1조원 넘는 증거금이 쏠린 기업이 많다. NS쇼핑(4조9000억원), SK D&D(4조4000억원) 등에는 5조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초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014년 말 진행된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현장. ⓒ 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 대안은 공모주 투자

공모 기업들의 주가가 상장 후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이다. 예컨대 제노포커스의 공모가는 1만1000원이었는데, 상장 후 11거래일 동안 다섯 차례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은 연말 종가 기준 코스피 상승률보다 평균 42.8%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4분기에 상장한 8개 관련 기업의 수익률(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상승률)은 평균 70.3%에 달했다.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으로 옮긴 의료기기 업체 메디아나만 해도 지난해 상장 후 주가 상승률이 400%에 육박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공모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청약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다. 특히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 물량이 적은 편이다. 증권사들은 공모 물량의 60~80%를 기관투자가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 지난해 청약 경쟁률이 130 대 1을 넘었던 삼성SDS의 경우 개인이 1000주를 청약해도 1인당 7주만 배정받을 수 있었다. 만약 1000 대 1을 초과한다면 ‘수고비’도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청약 증거금이 적다면 배정 물량이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우선 한국거래소가 적극적이다. 증시 활성화를 목표로 연내 170개 업체를 상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증시 안팎의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화려한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증시 입성 시기를 저울질하던 곳들이 기업공개 쪽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하반기에만 70곳 넘는 기업이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7월엔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가장 먼저 미래에셋생명이 포문을 연다.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은 2010년 삼성생명 이후 5년 만이다. 이후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화장품업체 토니모리,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이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이노션의 경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40%)과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0%)이 구주 매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상장 후 정 고문 지분은 28%, 정 부회장 지분은 2%로 각각 낮아진다.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역시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경보제약·롯데정보통신·제주항공·용평리조트·코오롱워터앤에너지 등을 비롯해 장외 시장에서 주당 600만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더블유게임즈도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펩트론·안트로젠·안국바이오진단·나노바이오시스 등 상장 대기 중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만 해도 30여 곳에 달한다.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헝성그룹·차이나크리스탈·로스웰전기 등 중국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포함해 국내 입성을 노리는 외국 기업이 20곳 정도다. 국내 공모 금액은 하반기에만 2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비해 10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배정 물량 적다면 펀드 투자가 대안

개인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은 증권사 창구나 온라인으로 직접 청약하는 것이다. 공모주를 취급하는 증권사가 제각각인 만큼 청약 전 해당 증권사가 실제 청약을 받는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목돈을 확보해놓은 다음 본격적인 공모주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면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터놓는 게 좋은 방법이다.

실제 청약 땐 신청하는 주식 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청약 증거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경쟁률과 청약금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추후 정산 과정을 통해 남는 증거금을 돌려받거나 모자라는 증거금을 더 내면 된다.

공모주 관련 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저금리 시대의 대안 투자 중 하나다. 공모주의 투자 수익률이 짭짤한 만큼 일반 채권형 펀드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편이다. 다만 정통 공모주 펀드에 투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무늬만 공모주 펀드’일 뿐 실제로는 채권 혼합형 펀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공모주 펀드는 60~70%의 자산을 채권에 투자한다. 공모주에 투입되는 자산은 일부에 불과하다. 채권 금리가 낮은 데다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실수익률이 높지 않다.

대안 중 하나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다. 이 펀드는 ‘공모주 10% 우선 배정권’을 갖고 있다. 총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에 투자하지만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는 게 다른 펀드와 다른 점이다. 분리과세 혜택도 있다. 연내 가입해 1년 이상 투자하면 1인당 5000만원 한도로 이자·배당 차익에 대해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최장 3년간 최고 41.8%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신 원천세율(15.4%)만 내면 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진정한 공모주 펀드’라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다만 이 펀드 역시 기대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신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많아지면서 이들 펀드 간 ‘공모주 잡기’ 경쟁도 심화됐다. 올 상반기에는 대어급 공모주가 적었던 탓에 국내 16개 공모형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 선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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