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길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5.08.05 17:0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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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안보법제 강행이 원인입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유모차 부대까지 등장했습니다. 엄마들은 아이를 안고 나와 “전쟁터에서 내 아이를 죽게 할 순 없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베는 폭주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의 안하무인은 당 내외에 적수가 없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민당엔 감히 그의 코털을 건드릴 자가 없습니다. 제1야당 민주당은 어디서 뭘 하는지 보이지도 않습니

 

다. 아베는 이런 판세를 읽고 거침없이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습니다.

 집권당 독주와 야당의 지리멸렬. 정치적 상황만 보면 우리와 비슷합니다. 청와대와 여당에 야당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집안싸움에 골몰하느라 비실비실한 야당을 얕잡아보는 것입니다. 딱하게도 국민 눈엔 콩가루 집안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민간인 사찰 논란에서 야당의 무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까지 만들어 의혹 규명에 나섰으나 소득이 없습니다. 국정원 주장대로 민간인 사찰이 없었을 수도 있다고 웬만하면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개운치가 않습니다. 국정원은 ‘셀프 조사’ ‘셀프 복구’를 믿어달라고만 합니다.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삭제한 자료에 민간인 사찰 내용은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가 왜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국정원은 야당이 요구하는 자료 중 한 건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방패 삼아 깔아뭉개도 된다는 심산입니다. 새누리당의 태도는 볼썽사납습니다. 큰 사건이 터지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의 호위무사인 양 두둔하기 바쁩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회는 바람 빠진 풍선이 돼버렸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침몰,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성완종 리스트 등 큰 사건이 연이어 터졌지만 뭐 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습니다. 검찰이 대충 알아서 기거나 정부·여당이 훼방을 놓은 게 주된 원인입니다.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도 새누리당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뒤집어버렸습니다. 야당을 졸로 보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회의원 130명을 거느린 거

대 야당이 힘 한번 못 쓰고 당하는데 믿음이 가겠습니까. 국민이 기대를 접고 있다는 것은 몇 년째 고착화되고 있는 바닥을 기는 지지율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장외투쟁을 하면 민생 내팽개친다고 두들겨 맞고, 원내투쟁을 하면 야성이 약하다고 깨지니 곱사등이 신세입니다. 그럼에도 야당은 야당의 길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정부·여당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야당은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전열을 정비해 야무지게 감시견 역할을 한다면 국민은 새정치연합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게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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