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에서 ‘한 지붕 세 가족’으로?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5.08.05 17:34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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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상곤·이종걸 ‘3두마차’ 간 복잡한 관계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가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주류(친노)’와 ‘비주류(비노)’ 모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혁신위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며 ‘390명(지역구 260명, 비례대표 130명)’ 안(案)을 거론한 것이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표는 “의원 정수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을 차단하는 데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야당 일각에선 문 대표와 김 위원장 간 갈등설마저 나돌고 있다. 여기에 이 원내대표까지 더해 세 사람 간 미묘한 삼각관계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7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부터)와 이종걸 원내대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표 발표 보류 요청에도 김 위원장 강행”

그동안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위원장은 비교적 순탄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터다. 두 사람은 최고위원회 폐지 및 선출직 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안 등이 당내 비주류 측으로부터 반발을 사자, 이를 제외하고 사무총장직 폐지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의결을 이끌어내는 등 무난한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직후 한목소리로 당내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원 정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둘의 관계가 삐걱대는 듯한 기류가 엿보인다. 당내에선 당초 문 대표가 의원 정수와 관련한 혁신안 발표를 만류했지만 김 위원장이 강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내의 한 핵심 인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원 정수 혁신안 발표 일주일 전에 문 대표가 발표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김 위원장이 그대로 발표해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친노 진영을 비롯한 주류 측에서 김상곤 혁신위의 ‘월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김광진 의원은 7월29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아니라 당 혁신위다. 우리 당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에 조금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 일단은 당내 개혁에 조금 더 집중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범주류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번지수를 못 찾아도 이렇게 못 찾을 수가 없다. 잿밥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당직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의원 정수 문제는 혁신위가 굳이 얘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며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여야 간 협상에서 따낼 수 있는 전략적 목표가 흐트러졌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대표 측과 김 위원장 측은 불화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간에 문제는 전혀 없다”며 “혁신위가 당내에서 이건 거부하면 안 될 정도로 혁신이 절박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안착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측 역시 “문 대표를 종종 곤란하게 하고 당황하게 하는 점이 없진 않지만, 두 사람 간 트러블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문 대표만이 아니라 최고위 자체가 혁신위와 한배를 탄 상황 아니냐. 혁신위가 실패하면 최고위도 재신임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또 혁신안 발표에 대해 문 대표가 만류했다는 데 대해서도 “사전에 상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이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 추천한 것 아니다”

일각에선 비주류를 대표하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도 소원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이 원내대표가 문 대표에게 김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두 사람의 친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사람 간 접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엔 거의 전화통화나 만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두 사람이 거리가 멀어졌다고 할 순 없지만, 긴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의원 정수와 관련해 390명을 얘기했던 것은 일부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려는 측면이 작용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과 별다른 교감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 원내대표와 가까운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그것은 이 원내대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 문 대표가 얘기할 사안인데, (이 원내대표가) 괜히 중간에 왜 끼어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추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최근 들어 이 원내대표 주변 측근들은 부정하고 있다. “원래 문 대표가 김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이 원내대표가 여러 사람을 얘기하던 도중 김 위원장 이름을 말하니 문 대표가 오케이를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김상곤 혁신위’가 당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내 주류나 비주류 어느 쪽에서도 김상곤 혁신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오는 9월 발표될 혁신안이 당내 분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혁신위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 비주류 측에선 “혁신위가 이런 식으로 헛발질을 계속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문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주류 측에선 비주류 측 반응에 “과도한 얘기”라며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혁신위가 오는 9월 혁신안을 처리해낼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주류 측의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 9월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가 조만간 내놓을 ‘공천 혁신안’이 혁신위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공천 혁신안은 당내 개별 의원들은 물론 제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것이어서 자칫 당내 계파 갈등이 재연되는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호남 지역 재선 의원은 “결국 혁신위가 어떤 공천 혁신안을 내놓느냐가 혁신위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혁신위에 대한 비주류 측의 불신이 그대로 드러날 공천 혁신안을 내놓는다면 혁신위가 당내 단합을 이끌기는커녕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공천 혁신안은 반드시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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