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피서를 떠나자
  • 정준모│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시협력감독 (.)
  • 승인 2015.08.12 19:51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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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자녀들과 꼭 봐야 할 전시 7선

피서철이다. ‘더위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일’을 뜻하는 피서는 요즘 바캉스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그래도 왠지 ‘피서’라는 말을 쓰면 운치가 있고 더 시원해 보인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집을 나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광고처럼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몸소 확인하는 고행길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미술관·박물관으로 피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미술관·박물관은 소장 또는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의 보호를 위해 대개 실내온도를 18~20도로 유지하고 있다. 습도도 55% 정도를 지키고 있어 피서지로는 최적이다.

게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블록버스터형 전시가 홍수를 이룬다. 자녀들의 체험학습을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기회다. 1990년대 말 교육정책이 바뀌면서 한반도에도 ‘수행평가제도’와 이를 위한 ‘체험학습’이 시험적으로 도입됐다. 오늘날에는 하나의 산업, 즉 체험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체험을 권고하는 방학 숙제 때문에 이 체험산업은 제법 호황이다.

때로는 전시 내용이 부실한 것도 있고, 겉과 속이 다른 전시도 있지만 식구들과 반나절을 함께 보내고 시내에서 외식이라도 할 수 있는 ‘피서지’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요즘 열리는 전시 중 장삿속을 앞세우지 않는 ‘볼 만한 전시’ 7개를 추천한다.

 

 

프리다 칼로,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전시 기간: 9월4일까지

전시 장소: 소마미술관(올림픽조각공원 내)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6000원

‘이열치열’이라고 할까. 인생을 뜨겁게 살다간 화가 프리다 칼로(1907~54년)의 전시다. 그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와 동시대를 살았던 멕시코 작가들의 작품까지 보면서 칼로와 멕시코를 이해할 수 있다. 잘 그리려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채운 투박한 건강미가 그림에서 묻어난다. 신체적 고통에 마음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안고 그것을 그림을 통해 삭여야 했던 프리다 칼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의 자랑

전시 기간: 8월16일까지

전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30분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한국에 박수근·이중섭이 있다면 멕시코에는 디에고 리베라(1896~1957년)가 있다. 벽화운동을 통해 화가로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냈던 프리다 칼로 남편의 전시회. 그의 초기 회화를 중심으로 멕시코 사람들의 기질과 역사와 전통 그리고 신화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멕시코의 전설이 된 화가 리베라의 무엇이 멕시코 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을까.

 

앤디 워홀 라이브 전

전시기간: 9월27일까지 

전시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이른바 팝아트의 열풍을 업고 또다시 열리는 워홀 전. 일상을 예술로 만든, 그래서 숭고한 예술이 아니라 주변의 예술, 삶 자체와 생활 자체가 예술이 되어버린 남자 워홀(1928~87년)의 전시. 초기 쇼윈도 장식을 위해 제작한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일가를 이룬 다음 통쾌하게 예술의 위선을 드러낸 사업가로서의 예술가 면모를 보여준다.

 

페르난도 보테로 전

전시 기간: 10월4일까지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2009년 덕수궁미술관에서 20만명이 찾았던 아름다운 뚱보를 그린 화가 보테로(1932년~)가 6년 만에 다시 왔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주제인 패러디 또는 차용이라는 방법을 통해 미술사적으로 고전이 된 그림들을 재해석해 생동감 넘치는 해학 또는 풍자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뚱뚱하고 풍만한 인물들은 우스꽝스럽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전시 기간: 10월4일까지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2008년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에서 열렸던 모딜리아니(1884~1920년)의 아내 에뷔테른의 전시 이후 다시 서울을 찾은 모딜리아니 전시. 원래 조각가로 출발했으나 건강과 생계를 위해 그림에 전념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조각적이다. 슬픈 눈망울과 길고 갸름한 얼굴이 특징인 모딜리아니의 인물상은 파리의 우울과 슬픈 샹송의 멜로디를 닮아 애수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녔다. 탁월한 데생을 바탕으로 리드미컬하면서도 힘찬 선은 생명력이 넘친다.

 

우리 문화의 멋과 민화

전시 기간: 9월20일까지

전시 장소: 고양 아람누리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성인 5000원, 학생 4000원

우리 그림은 어떤 것일까. 사실 민화는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 민초들이 그린 그림이다. 민화는 벽을 장식하거나 복을 기원하는 예배 또는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금 촌스러우며 세련된 맛은 없지만 표현 형식이나 색채의 조화는 시대를 앞서 전위적이기까지 하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고 싶다면 이 전시가 제격이다.

 

산드로 키아, 환상과 신화, 아방가르드를 넘어서

전시 기간: 10월4일까지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

로마·그리스 신화를 연상시키는 영웅이나 거인 같은 소재를 가지고 희망과 고통을 지닌 인간의 존재를 초현실주의적 유머로 그려내 신비하고 매혹적 분위기를 풍기는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작가 키아(1946년~)의 전시. 구상회화임에도 추상적인 상상력의 깊이와 색채의 풍성함이 조화를 이루어 그림이 왜 심리적인 예술이 되는가를 일깨워준다.

 

이외에도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전시’(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1월1일까지), 간송문화전 제4부인 ‘매난국죽-선비의 향기’(동대문디자인프라자, 8월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폴란드, 천년의 예술’(8월30일까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자 이제 가벼운 복장으로 시원한 미술관·박물관으로 예술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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