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 대령의 끝없는 ‘수난’
  • 이규대 기자·신중섭 인턴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5.08.19 15:42
  • 호수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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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PX 납품 비리 공익제보 후 계속 불이익 받아

부당 거래였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꼼수였다. 2012년 국군복지단 고위 실무자로 근무하던 민진식 대령은 군 영내매점(PX) 운영 등을 둘러싼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 평소 규정과 절차에 맞는 업무 처리를 중시하던 그는 군 내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합당한 조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진상 파악 및 개선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공익제보’에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 등 외부 기관을 통해 PX 납품 비리 의혹 등을 고발한 것이다.

민 대령의 공익제보는 감춰져 있던 군 내부의 부패 구조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민 대령이 내부 고발 이후 강제 보직 전환, 개인 비리를 둘러싼 음해, 국방부의 거듭된 징계 시도 등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겪어왔다는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사자 및 시민사회 쪽에서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군의 보복성 징계라고 항변한다. 반면 국방부에서는 내부 고발과는 무관하게 합당하고 적법한 절차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제보 이후 약 3년의 시간 동안 민 대령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던 것일까.

ⓒ 시사저널 포토

“비리 없다” 국방부 발표, 검찰 수사로 뒤집혀

민 대령이 고발한 주요 납품 비리 의혹은 이랬다. 국군복지단은 PX 신규 납품 품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판매가 최고 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일반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 대비 PX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할인 비율이 높은 품목이 낙찰되는 방식이다. 군납업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게 민 대령의 주장이었다. 대다수 군납업체들이 시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품목을 중심으로 판매가를 부풀린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낙찰을 따냈으며, 이에 대한 국군복지단의 관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민 대령은 이러한 의혹을 2012년 11월 국방부 검찰단과 감사관실에 제보했다. 결과는 무혐의 처분이었다. 납득할 수 없었던 민 대령은 시민단체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는 한편, 서울서부지검에 별도의 형사 고발을 했다. 2013년 이후 언론 등을 통해 PX 납품 비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2014년 2월 국방부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군 PX 상품 고가 판매, 납품 비리’ 등의 제하로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2013년 군 마트에서 판매한 물품은 2012년에 선정한 것으로 국군복지단 자체 가격 조사를 통해 판매가격 조작이 의심되는 품목은 사전에 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국방부와 달랐다. 2014년 10월 서울서부지검은 판매가를 부풀린 허위 영수증 등을 국군복지단에 제출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비리 관련자 11명을 기소했다. 예비역 중령인 국군복지단 근무원은 입찰 관련 정보 등 편의 제공 명목으로 3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상당수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2012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스낵·떡·만두·드링크·육포·양갱·문구류 등의 품목에 대해 가격을 부풀린 허위 영수증과 거래 실적 자료를 제출한 사실도 적발됐다. 불과 8개월 전 국방부 발표와는 상반되는 수사 결과였다.

이에 민 대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복지단 납품 비리에 대한 국방부의 묵인 규명’ 민원을 제기하면서 “별도의 사법권이 존재하고, 특별 권력관계가 중요시되는 국방부의 내부 고발에 대응하는 부정적인 반응 및 분위기로 인해 국방부 조치의 부당성과 위법성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건 발생 2년여가 지나면서 국방부의 불법적인 조치들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내부 고발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사저널이 최근까지 민 대령이 작성한 각종 민원·법정 서류 등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민 대령은 내부 고발 이후 국방부로부터 보복성 대응으로 의심할 만한 여러 처사를 겪으며 심리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호소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민 대령의 한 지인은 “앞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그 이상으로 암담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 민 대령의 반응이었다. 국방부가 내부 고발된 비리 의혹의 진상규명보다 민 대령 개인을 향한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면서 당사자가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의 ‘징계 무효’ 판결 이후에도 ‘재징계’

국군복지단에서 근무하던 민 대령은 2012년 11월 국방부에 무보직으로 파견됐다. 민 대령이 납품 비리 관계자들을 형사 고소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의 일이다. 사실상 ‘강제 전출’이라는 것이 민 대령 측 주장이다.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복지단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해 예정된 보직 기간이 되기도 전에 자신을 강제로 발령했다는 것이다. 2013년 5월까지 4~5차례에 걸쳐 무보직 파견 기한이 연장됐다.

민 대령은 국민권익위 등에 제출한 민원 등에서 자신의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으로 군의 ‘표적 감사 및 수사 의뢰’가 진행됐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내부 고발 이후 민 대령을 대상으로 4건의 징계 요구, 3건의 뇌물 수사 의뢰가 갑자기 쏟아졌다. 내부 고발로 인해 위기의식을 느낀 복지단 내 고위 간부가 자신에 대한 음해성 보고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방부의 표적 감사가 진행된 결과라는 것이 민 대령의 입장이다. 민 대령 자신이 뇌물 수수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문이 스스로의 내부 고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전파됐고, 다수의 사람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는 것이다. 민 대령은 국방부 회의록 등을 근거로 군 내부에서 자신이 ‘하극상, 군 기강 문란 행위자’로 지목돼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 대령을 둘러싼 징계 요구 및 뇌물 수사 의뢰는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다. 단 하나 ‘상관 복종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 요구가 인정돼 2013년 5월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2012년 7월 민 대령이 상관인 국군복지단장이 최종 결재한 보고서의 지시 사항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보고서에는 경남의 한 군인아파트 쇼핑타운 내에 한 대기업 계열의 마트 입점을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민 대령은 이것이 국유재산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우려해 수의계약 대신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국방부는 이것을 국군복지단장의 지시 사항을 불이행한 것으로 본 것이다.

민진식 대령은 자신의 업무 처리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징계 처분이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성 대응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보았다.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민 대령이 승소했다. 민 대령에 대한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민 대령의 복종 의무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업무 처리의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점 등을 참작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징계 처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재판부가 징계 처분 전후의 사정을 검토해 ‘보복성 징계’에 대한 의심을 판결 근거로 포함시킨 점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국군복지단장이 2012년 8월 민 대령에 대한 징계 처분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음에도 2012년 11월 내부 고발이 본격화된 이후 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근거로 “이 사건 징계 처분의 동기가 원고(민 대령)의 이 사건 지시만을 문책하려는 것인지에 관하여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3월 민 대령에게 다시 징계가 떨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의 징계 취소 처분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 국방부가 다시 ‘근신 10일’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행정법원의 징계 취소 판결은 징계 사유는 인정하나 양형 기준이 과하다는 내용이었다. 군 인사법의 관련 규정에 의거해 (형량을 줄인) 조치를 다시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민 대령의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성 징계 차원이 아니냐는 질의에는 “내부 고발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상관인 국군복지단장의 지시 복종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 대령은 재징계 처분 역시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서울행정법원에 ‘행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강제 전보, 내부 음해, 하극상, 군기 문란자라는 비난, 표적 수사에 이은 징계와 재징계까지. 민진식 대령이 내부 고발 이후 시달려왔다고 주장하는 군의 ‘보복성 대응’들이다. 국방부 측은 내부 고발에 대한 보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부 고발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군 특유의 비합리적 처사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 대령의 내부 고발 이후 상황이 2009년 해군 납품 비리를 고발했다가 곤경에 처해야 했던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의 경우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민진식 대령이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한 ‘행정처분 집행정지신청’. 올해 3월 내려진 ‘근신 10일’의 재징계 처분을 정지시켜달라는 신청 내용 및 주요 불이익 내용이 언급돼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제2의 김영수 전 소령’ 될까

김 전 소령은 계룡대 근무지원과장으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해군 납품 비리를 해군 헌병대와 해군본부, 국방부 검찰단 등에 공익제보했다. 하지만 비리는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고, 김 전 소령이 언론을 통한 양심선언에 나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된 이후에야 겨우 재수사를 통해 비리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소령은 한직을 전전하다 끝내 군복을 벗어야 했다.

2011년에는 헌병 비리 사건을 공익제보한 황 아무개 중령이 ‘언론 접촉과 보안규정 위반 등’의 사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방산 비리 등 군 내부의 각종 부패 행위가 근절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미흡한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태환 시민권익센터 간사는 “군은 특유의 수직적 구조상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특히 취약한 실정이다. 공익제보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때, 이들을 보호해줄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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