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는 국회의원 퇴출시켜라
  • 권상집 |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 승인 2015.08.27 10:55
  • 호수 13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 평가, 도덕성 더욱 엄격히 반영해야

대한민국에 있는 4년제 대학은 200여 개, 2년제 대학은 대략 150여 개다. 이들 대학에서 한 해 배출되는 졸업생은 줄잡아 50만명에 이른다. 졸업생들의 최우선 관심사이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언컨대 취업이고,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뉴스 역시 정부와 국회에서 부르짖는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상당수 대학의 교수들은 지금도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을’의 입장에서 기업에 진심 어린 호소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사저널 보도로 불거진 국회의원 자녀의 ‘취업 특혜’ 논란은 진로 고민에 밤잠을 설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시크릿 채용’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딸에 이어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회의원 자녀와 관련된 취업 청탁 문제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실 윤 의원의 자녀 취업 특혜는 공기업 또는 대기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수십 년간 관행처럼 굳어진 그들만의 조용한 일자리 창출이 어쩌다 언론의 감시에 잡혔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채용 담당자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대기업 및 공기업의 채용 시즌에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갑질’과 ‘압력’이 비밀리에 행사되고 있으며 전에 없던 일자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채용 시즌에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른바 추천 인력 명단이 형성된다. 추천 인력을 밀어넣는 곳은 전 방위에 걸쳐 있다. 정부 및 주요 부처 고위 공직자부터 대학교수, 법조계 및 경찰 관련 고위직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경쟁 기업의 임원까지 자신의 자녀 취업을 위해 읍소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인 추천 인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전문경영인 및 해당 기업 임원 등을 통해 자신의 자녀·조카·친척 등을 추천하면 대체적으로 서류를 통과시켜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후 전형 과정은 대기업 및 공기업도 공정하게 심사하는 편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이 아닌 이른바 오너 및 오너의 최측근을 통해 추천이 들어오는 인력은 그 어떤 전형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최종 합격자에 포함된다. 심지어 없던 직무가 갑작스럽게 추가되기도 하고 자격 요건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비밀리에 수십 년째 이루어지고 있기에 ‘아빠 빽이 약해서 여기까지밖에 못 올라갔다’는 말이 기업 채용 시즌에 비일비재하게 들리는 것이다.

정치인 평가에 도덕성 엄격히 반영해야

예전에 한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자녀가 불합격하자 이에 반발한 유력 인사의 항의로 인해 불합격이 합격으로 뒤바뀌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기에 채용 담당자들은 오히려 ‘윤후덕 의원이 어쩌다 걸렸을까’라며 그에게 측은지심을 보낼지도 모른다.

국회의원 자녀가 지원할 때 이를 마다할 기업은 사실 없다. 로펌 및 컨설팅업계에서는 최종 선발자의 집안 배경을 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원 및 고위 공직자 등의 압력을 받아 비밀리에 채용을 성사시키기도 하지만, 압력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른바 ‘알아서’ 바짝 엎드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직 총리나 전직 의원이라고 하더라도 언제 이들이 다시 권력을 쥐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대다수 국내 기업은 청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현직 의원의 전화 한 통화는 요청이 아니라 협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 학술지인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올해 초 게재된 논문 ‘사회적 지위, 권력과 이기심(Social Class, Power and Selfishness)’은 국회의원과 같은 권력자들의 갑질과 부패한 행동이 왜 습관처럼, 그리고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연구 결과를 간략히 소개하면, 사회적 지위(Social Class)와 비윤리적 행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비윤리적 행위 역시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자신의 이익과 연관성이 클 때 그 연결 고리가 강하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반면 타인의 이익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회의원과 같은 권력층이 스스로 자정되길 바라거나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호 견제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효과적인 조언이 아닐지 모른다. 과거에 비해 정보가 많이 공개되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회 곳곳의 소식이 전달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부패와 갑질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좀 더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부패한 기업과 경영자는 시장의 외면과 법의 심판을 받아 상당 부분 퇴출되고 있다. 국내외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과 공유 가치 창출을 화두로 윤리의식과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자는 성직자와 같은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들의 윤리의식과 윤리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두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의 비윤리적 갑질과 압력이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경영자보다 더 준엄한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국회 차원에서 정책 세미나가 아닌 윤리 세미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윤리 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이 권력을 남용해 비윤리적 행위를 할 경우 그 강도를 떠나 국회 차원에서 현실 정치로부터 퇴출시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정치인 평가에서 도덕성을 좀 더 엄격하게 반영해야 국회의원들의 언행을 국민이 그나마 믿고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