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도중 화장실에서 피를 토했다”
  • 이지호│일본 통신원 (.)
  • 승인 2015.09.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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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건강 이상설 확산…일본 잡지들 잇따라 보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슈칸분(週刊文春)’은 8월19일자에서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특집 기사를 총 4쪽에 걸쳐 실었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지난 6월30일 도쿄의 한 호텔 객실에서 아베 총리는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조회장과 도미타 데쓰로 JR동일본 사장, 오쓰카 무쓰타케 JR동일본 상담역과 함께 식사를 했다. 회식 도중 아베 총리가 갑자기 화장실에 들어가 피를 토했다고 한다. 관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마이 다카야 비서관이 당황하며 의사를 불렀고 총리는 별실에서 진찰을 받았다는 것이다. 슈칸분측은 이마이 비서관에게 사실 확인을 했고, 비서관 측은 “가래에 피가 섞여 있었을 뿐, 피를 토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나다 정조회장 또한 주위에 “단순히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은 피를

아베 일본 총리가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8월10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고민하는 모습. ⓒ AFP 연합

토한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이날 맥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하고 사저로 귀가하던 도중 달리는 차 안에서 복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지만, 경호상의 문제로 도중에 차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에 사저로 가는 길에 있는 신호등 신호를 모두 파란불로 조정했다고 한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에 시달려

아베 총리는 18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난치병을 앓아왔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질환이기 때문에 이 병이 원인이 돼 하혈을 할 수는 있어도 피를 토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에 슈칸분 측은 병 악화로 강한 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총리실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잡지가 발매되고 하루가 지난 8월20일, 아베 총리는 슈칸분을 발행하는 출판사 ‘분게이주(文藝春秋)’에 기사 철회 및 수정을 요구하는 항의문을 보냈다. 총리실에서 신타니 마나부 슈칸분 편집장과 마쓰이 기요토 분게이주 사장 앞으로 보낸 문서에는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이 섞여 있으며, 개인을 중상(中傷)하고 독자에게 현저히 오해를 주는 지극히 악질적인 기사”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슈칸분 측은 “기사 내용 그대로”라며 기사 철회 및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본 언론의 한 기자는 “슈칸분은 근거 없는 보도를 하는 주간지가 아니다. 영향력과 신뢰성을 인정받는 잡지”라고 말했다. 그는 “슈칸분은 일본의 대표 시사주간지로 장차관급 인사나 간부들을 수시로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기사화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특히 슈칸분은 일본의 논픽션 대가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의 록히드 사건을 파헤쳐 현역 총리를 형사 입건되게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슈칸분이 다나카 총리를 현직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그만큼 슈칸분의 기사는 일본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슈칸분 편집장은 아베 총리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2006년)의 편집 담당자였다. 또한 언론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편집장으로 오면서 관저 관계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기사가 슈칸분에 일상적으로 보도될 만큼 밀착 관계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이번 건강 이상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은 관저를 드나드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한 시사주간지 편집장은 “총리의 건강이 극단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회식 동석자인 이마이 비서관과 이나다 정조회장 역시 ‘피를 토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회식 도중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고 가래에서 피가 나왔다는 사실만은 인정했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에 대한 보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아베 내각 발족 이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베 총리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탓에 2007년 9월, 임기 1년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은 적이 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상황을 2008년 ‘분게이주’ 2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격한 복통에 휩싸여 화장실에 달려갔더니 엄청난 양의 하혈이 있었고, 변기가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중략) 자기면역질환으로 자신의 면역이 장벽을 이물질로 착각해 공격하는데, 그 결과 장벽이 벗겨져 궤양이 생기고 짓물러 출혈이 되는 것입니다. 장벽이 자극받을 때마다,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고 싶어집니다. 밤에도 침대와 화장실을 오가야 해서 도저히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일본 야당 “총리 건강 문제 집중 추궁할 것”

이 정도면 공무를 볼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신약 개발 등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고, 관련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총리의 건강 이상설에 대한 보도가 집중되고 있다. ‘슈칸포스트(週刊ポスト)’는 8월21·28일 합병호 기사에서, 6월30일과 7월30일에 아베 총리가 점심 먹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구토 증상을 보여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슈칸겐다이(週刊現代)’도 8월29일자 보도에서 아베 총리의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나 자택에 귀가하면 ‘일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아베 총리의 모친이 ‘화장실 가는 시간이 길어지는 아들이 또 하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자신의 남편이자 아베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아들의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관계자는 “참의원에서 안보 관련 법안 집중 심의가 이뤄지는 와중에 일국의 총리대신 건강 문제가 보도되는 것은 중대 사안이다. 야당은 향후 심의 중에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야당이 건강 문제를 제기하면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베 총리의 건강은 현재 일본 정국에서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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