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 뭘 믿고 ‘250억원 리스크’ 떠안았나
  • 김병윤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09.09 13:47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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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채권 매입확약으로 채무자 파산 때 대신 빚 갚아야
메리츠종금이 250억원 대출해 준 명동AMC가 유치권 분쟁 중이다. 이 부동산은 유치권 분쟁에 따라 가치가 크게 변동될 리스크가 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메리츠종금증권)이 채무자 신용리스크를 떠안는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250억원이다. 채무자 신용에 중대한 리스크가 있는 상태라 대규모 대출채권 매입확약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9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하이퍼스트 제5차(하이퍼스트)는 명동에이엠씨(AMC)와 지난 3월19일 대출약정서를 체결하고 250억원을 대출해줬다.

하이퍼스트는 명동AMC로부터 돈 받을 권리(대출채권)를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ABCP는 매출채권·부동산·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명동AMC가 하이퍼스트에게 돈을 갚아야 어음 투자자 수익이 보장된다.

이 ABCP상품은 NICE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 A1을 받았다. NICE신용평가사 신용등급 체계를 보면 A1은 상환능력이 최고 수준이다.

ABCP가 최고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메리츠종금이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했기 때문이다. 명동AMC가 하이퍼스트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메리츠종금이 대신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메리츠종금은 이 ABCP 주관회사를 맡았다. 주관회사는 상품 구조화, 주선, 인수 등 업무 전반을 주관한다. 하이퍼스트는 ABCP를 발행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다.

SPC는 보통 주관사 임직원 명의로 설립되는 등 주관회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번 ABCP 발행은 메리츠종금과 명동AMC 간 대출거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메리츠證, 2순위 우선수익권..1순위 비해 리스크 커

업계에 따르면 명동AMC가 대출을 일으킨 이유는 부동산 낙찰가격을 지불하기 위해서다. 낙찰가는 280여억원이고 감정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명동AMC는 이 부동산을 담보로 아시아신탁과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부동산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명동AMC는 이와 관련해 하이퍼스트 외에 오에스비(OSB)저축은행에서도 80억원을 대출 받았다.

OSB저축은행과 메리츠종금은 대출 조건으로 각각 1순위, 2순위 우선수익권을 발행받았다. 우선수익권은 채무불이행 때 신탁부동산 처분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OSB저축은행과 메리츠종금은 명동AMC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신탁부동산을 처분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OSB저축은행이 1순위라서  2순위인 메리츠종금보다  돈을 먼저 돌려받게 된다.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OBS저축은행과 메리츠종금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2순위며 대출 규모가 큰 메리츠종금의 리스크가 더 크다.

◇담보 부동산 가치 하락 가능성 커

문제는 이 부동산이 현재 200억원 상당 유치권과 임차권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서 값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유치권은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주체가 채권 변제를 받을 때까지 건물을 유치하는 권리다. 임차권은 임대차계약에 의해 임차인이 임차물을 사용·수익하는 권리다.

한 법률 전문가는 “유치권이나 임차권 다툼이 발생할 경우 건물 소유 주체가 불투명해져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그래서 건물 매매가치를 산정할 때 유치권이나 임차권 규모만큼 제외시킨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명동AMC가 낙찰 받은 가격 280여억원 중 유치권과 임차권 200여억원을 제외한 80여억원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1순위 우선수익권을 지닌 OSB저축은행은 대출금 80억원을 회수할 수 있지만 메리츠종금은 대출금을 전혀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이 부동산 유치권은 본래 효성캐피탈과 디오리지날호텔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당시 유치권 소송에선 효성캐피탈 측이 승소했다. 하지만 명동AMC가 부동산을 낙찰 받은 뒤 벌어진 항소심에서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고, 유치권 소송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명동AMC는 유치권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명동AMC가 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동AMC의 불안정한 신용도 메리츠종금 입장에선 부담요인이다. NICE신용평가는 ABCP 위험 요소로 명동AMC 신용도와 대출채권 상환 여부를 들었다.

하지만 메리츠종금은 명동AMC 신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과거 명동AMC와 거래한 적이 있어 신용이 확인된 상태고, 명동AMC가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은 이번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실사와 감정 작업을 하지 않아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대출채권과 그 자산을 기초로 한 유동화상품 부실화의 대표 사례”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금융사는 기초자산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건의 경우 메리츠종금이 직접 부동산 유치권 등 소송을 확인하고 감정하는 작업을 꼼꼼히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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