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대세론 흔들리니 ‘바이든’ 카드 만지작
  • 김원식│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 승인 2015.09.09 16:46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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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부통령 “내가 무소속 반란을 평정하겠다”…오바마 대통령 지원 여부가 관건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소속의 반란으로 공화당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제는 민주당이 더 급하게 됐다.” 최근 미국 대선판에 휘몰아치고 있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의 ‘무소속 돌풍’에 관해 전직 민주당 대선 전략가가 던진 말이다. 실제로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당내에 대적할 주자가 없는 것은 물론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예비 잠룡들과 현격한 차이를 벌려 자칫 2016년 미국 대선이 싱겁게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일 정도였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바이든 부통령이 6월24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성소수자 자존심의 달’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AP 연합

“이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 급하게 됐다”

하지만 공화·민주 양당은 모두 무소속 돌풍에 휘청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돌풍이 대세론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고,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힐러리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힐러리 대세론’을 상쇄하고 말았다. 사실 초비상이 걸린 것은 민주당이다. 트럼프 돌풍으로 인해 언론을 포함한 대다수 시선이 공화당으로 향하고 있음은 물론, 트럼프가 대선 본선에서 힐러리를 이길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마저 일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무장관 시절의 개인 메일 서버 사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힐러리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조 바이든 현 부통령의 대선 출마 카드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더 급하게 됐다”고 언급한 전 민주당 대선 전략가는 이에 관해 “이제 민주당과 백악관은 바이든 부통령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며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칭하면서 여러 급진적인 개혁안을 내세우고 있는 샌더스를 대선 후보로 내세울 수는 없다는 민주당의 절박함이 표출된 셈이다. 최근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주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37%를 얻은 힐러리를 샌더스가 30%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율도 14%를 기록했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이라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평가다.

9월1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바이든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만약 힐러리가 공화당 후보에 패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조사에서 바이든을 선택한 민주당원은 38%였다. 샌더스는 30%를 획득했고, 그래도 여전히 힐러리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는 25%였다.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힐러리의 가장 큰 위협 상대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대선 출마를 향한 바이든의 행보도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이 지난 8월22일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 잠룡이자 힐러리의 대항마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주)과 비밀 회동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양측은 회동 사실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바이든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파다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이미 대선 자금 조달을 위해 몇몇 ‘큰손’들을 만났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기부자 중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주로 과거 오바마를 지원한 주요 기부자들과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75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던 한 인사는 바이든과의 회동 사실을 확인해주며 “바이든이 대선 출마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힐러리 대세론이 굳건할 때, 대선 출마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침묵을 지키던 때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바뀌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지난 5월 뇌암으로 사망한 아들 보 바이든이 마지막 유언으로 ‘아버지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민들의 감성적인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힐러리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월27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 연합

준비 안된 바이든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아

올해로 72세인 바이든이 이번에 다시 대선 도전에 나선다면 그는 삼수가 된다. 바이든은 지난 1988년과 2004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나, 민주당 예비선거 단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힐러리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결국 민주당 대선 레이스는 힐러리-바이든-샌더스의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직 부통령인 바이든이 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은 이미 백악관(오바마)의 승인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 그 파괴력은 더할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예측한다. 오바마가 아직도 정확한 속내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권 재창출이 절실한 그가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8월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또 그동안 대선 출마 준비를 치밀하게 하지 않은 바이든이 과연 출마 선언에 이어 민주당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선거자금 조달 문제를 바이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가 큰 문제다. 최근 몇몇 큰손들과 비밀 접촉을 하고는 있지만, 이미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놓은 힐러리와는 비교도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잇따른 외교적 말실수 논란에서 드러나듯이 그가 과연 민주당 경선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돌파해나갈 수 있는 배짱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약점을 그나마 보완해줄 수 있는 해결사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어차피 판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승부수를 던지자는 것이 오바마 측근들의 계산이다. 결국 남은 문제는 올해로 정치판에 뛰어든 지 43년째 되는 노장 정치인 바이든 부통령의 조련사 역할을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맡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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