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재판]① 효성 총수 일가 탈세·횡령 재판 결판 임박
  • 유재철 기자 (yjc@sisabiz.com)
  • 승인 2015.09.10 17:23
  • 호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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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 사장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대기업 오너가 라면을 훔쳐 잡혀온 범인보다 짧은 형을 살고 출소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횡령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닐 정도로 흔하게 일어 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회삿돈을 자기 돈처럼 주무른다. 수법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2년 전 한 때 재계 서열 5위였던 효성 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로펌을 내세워 완벽에 가깝게 대응하고 있다.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탈세와 관련해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을 2편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2년째 지루한 공방이 계속됐던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및 횡령 사건이 연내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29차까지 이어진 공판에서 조 회장은 검찰이 주장한 수천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대해 일부 부인하면서도 “회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조석래 회장이 수년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세금을 포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조 회장 일가가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이전가격 조작, 가공 기계장치, 해외BW(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을 이용해 천문학적 재산을 숨겨왔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  ‘기술료’ 가격조작에 쓰였나

여러 나라에 자회사를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 사이에서 원재료·제품 등을 공급하면서 이전가격을 조작하곤 한다. 이는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익을 집중시켜 법인세 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시도인데 우리나라 세무당국은 이런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익을 이전하는 행위가 높은 법인세를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대주주의 탈세에도 종종 이용되기 때문이다.

효성은 지난 1990년대 중국에 공장을 증설하면서 이 곳에 기계설비를 수출했다. 이 때 중간 단계로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은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기계설비에 20~180%까지 마진을 붙여 가격을 조작, 부당한 이득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남긴 이익이 1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수천만달러 가량이 조 회장 수중으로 들어갔다고 추정하고 있다.
 

시사비즈 작성

◇ 수천억 원 분식에 이용된 ‘가짜 기계장치’

효성은 수년간 법인세를 탈루하는 과정에서 6400억원 짜리 가짜 기계장치를 설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효성이 가짜 기계장치를 허위로 설정하기 위해 수년간 여러 중간 계정을 이용해 기계장치를 허위로 설정·상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또 효성이 수년간 외상매출금, 미착품, 원재료, 재공품 등 중간계정을 사용해 가짜 기계장치를 설정했고 자금도 집행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한다. 효성 세무조사를 진행했던 이모 조사관은 효성이 기계장치가 실제 공장에 있는 것처럼 코드번호까지 부여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공자산을 이용해 비용을 조작하는 분식회계는 매우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가짜 자산을 설정하면 먼저 회사 외부로 돈이 유출된 것처럼 꾸며야 하고 그 자산을 감가상각해 세금을 탈루한다”면서 “ 너무 흔하고 적발이 용이해 간이 웬만큼 크지 않고선 쓰지 않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 주테크로 통하는 ‘해외 BW’

재벌 오너가족들은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 파는데 제한이 많다. 차명거래가 아니면 일일이 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 주식거래로 차익이 남으면 6개월 이내 회사에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신종수법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BW다.

BW는 새로운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부여된 사채(본드)다. 회사는 비교적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투자자는 주가가 당초 약정한 매입가를 웃돌면 권리를 행사해 차익을 얻고 그렇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하면 된다.

해외BW는 종종 대주주의 재산을 증식 수단으로 이용된다. 외자유치란 명목으로 해외에서 발행하지만 일부 대기업 오너들은 검은머리 외국인을 내세워 해외 BW를 사들여 주식가격이 오를 때 주식으로 전환,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효성이 1999~2000년 2차례에 걸쳐 5000만 달러 규모의 리픽싱(주식가격이 떨어질 때 행사가격 조정)옵션이 붙어 있는 해외BW를 발행했을 때 페이퍼컴퍼니로 이 중 일부를 매입해 100억원대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효성은 해외BW를 매입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되자 전량 소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당국에 소각하겠다고 속인 것 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 그리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조세포탈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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