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변은 없었다. 올해에도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제 인물’ 1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75.4%)이 선정됐다.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 국제 인물 분야가 포함된 2003년 이후 미국 대통령은 항상 1위를 도맡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에도 2009년 취임 이후 7년 연속 맨 앞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에는 뭔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한·중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무려 6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지난 9월3일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이후 양국 관계는 최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대약진, 나아가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성(牙城)을 넘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국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시 주석은 이번에도 2위에 그쳤고, 지목률은 오히려 지난해(59.5%)보다 더 낮아진 47.4%였다.
그 뒤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25.1%),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10.6%),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7.5%) 등이 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지난 3월 불의의 피습을 당한 리퍼트 대사의 깜짝 등장이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4위로 깜짝 등장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결코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올 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법안 처리 등 우경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북 관계 역시 8·25 합의로 진정되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다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시사 발언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한반도 주변 4대 열강인 미·중·일·러와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 부문 조사에서 매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조사에서 8위(1.4%)에 올랐다.
그 밖에 최근 그리스 부채 논란과 난민 문제 등으로 세계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3.4%)가 6위에 올랐고, 지난해 깜짝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3.2%)이 7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1.3%)이 공동 9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에 이어 경제인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올랐고,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1.2%)가 11위로 그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9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반면 지난해 9, 10위였던 성김 전 주한 미국대사와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0위권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