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폴크스바겐]④ 독일發 ‘폴크스바겐 역병’ 전염성 높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02 08:13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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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등도 연비 허위 기재 사실 포착

폴크스바겐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달 21일, 1개 회사의 대규모 리콜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사태는 가을날 산불처럼 번졌다. 한국에서는 독일 4대 자동차 브랜드 사장이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고 국제 사회에서 독일차 주가는 일제히 떨어졌다.

이번 사태가 일개 기업의 비리를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폴크스바겐 역병’은 디젤 엔진과 독일차를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다. 폴크스바겐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도 스프트웨어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BMW와 벤츠 등도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BMW와 벤츠 대표는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독일차에 대한 일제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 몇몇 차종들이 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환경단체 '교통과 환경'(T&E)에 따르면 벤츠 승용차는 실제 주행시 연료가 발표 수치보다 평균 48% 더 많이 소모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벤츠 신형 A·C·E 클래스 모델은 50% 이상 소모됐다.

BMW 5시리즈와 푸조 308, 르노 메간 등도 발표 연비와 실주행 연비가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차종들의 연비 차이가 폴크스바겐 같이 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비리인지 부실한 검사가 나은 오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사태의 시발점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업계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T&E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외 차량들도 연비 실험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자동차업계와 가솔린 자동차 등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E 관계자 말대로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디젤 엔진을 넘어 가솔린 엔진으로 번질 경우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신뢰도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체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P씨는 “이번 사태로 자동차 기술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제일 두려운 것은 연구원들 스스로가 기술에 대해 불신을 갖고 한계에 봉착하는 것이다. 사태가 더 커질 경우 연구진 동기부여가 떨어져 기술 발전 속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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