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 김병윤 기자 · 황건강 기자 (yoon@sisabiz.com)
  • 승인 2015.10.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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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처럼 들어오는 중국 자본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중국과 공조할 수 제도 개선 필요“ 강조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본부장 / 사진=김병윤

"중국과 한국 경제는 동조화(coupling)가 심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서로 윈-윈 할 수 있도록 국내 자본시장은 현명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사진)는 5일 시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자본의 국내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전략을 제시했다.

글로벌 M&A 전문가인 유 부대표는 처음 중국에서 받은 인상을 소개했다.

"중국 가보셨습니까? 중국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짝퉁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온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24시간 내내 치열하게 회의하는 중국인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이제는 중국이라고 하면 텐센트(tencent), 샤오미(xiaomi) 등 거대 기업을 연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2020년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대 도시 중 7곳이 중국 도시라고 하면 아시겠죠."

유 부대표는 중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서도 진실을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최근 중국 증시가 크게 폭락하면서 여기저기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은 실물 경기와 증시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습니다. 증시가 폭락했다고 해서 경제에 대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성장방식을 바꾸면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어머어마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국가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그는 중국이 그 동안 쌓은 자본을 가지고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의 한국기업 M&A는 2011년까지 피혁, 섬유 등 전통 제조업에 중점을 뒀지만 이후 업종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했다. 동종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소비가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바를 뜻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에 소비할 여력이 된다는 말이죠. 그 현상은 한류와도 크게 연관될 겁니다. 자본시장 측면으로 접근하면 자본 투자·회수가 자유롭다는 점이 한국 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라고 판단합니다.  명심해야할 점은 중국을 과거 우리가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유 부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지금이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중국의 우량한 기업들이 느끼는 한국 투자 매력도가 점점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텐센트만 봐도 다수의 주요 게임회사를 이미 검토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정도 규모의 회사들은 한국 회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 한국기업에 관심을 갖는 회사들은 중국에서 중간 정도 규모의 회사들입니다. 3년 또는 그 이상이 지나면, 이 회사들도 한국기업에 관심을 줄일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 중국 기업들이 더 이상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적극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중국과 동반자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중국 자본에 우리 기업들이 팔려나간다는 감정적 접근 대신에 한국의 코스닥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세계 최고 벤처기업들이 모이는 시장이 코스닥이 된다면 중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게 됩니다.”

유 부대표는 지금 중국기업들은 한국기업을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국과는 기업가치 계산 방식이 다릅니다. 중국 사람들은 본인들이 한국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기업가치 증가분) 중 일부를 나눌 용의가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한국기업을 인수한 후에도 한국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경영진을 믿고 맡기는 편입니다.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을 인수해 한국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으로 세계시장에 나가는 전초기지를 마련하려 합니다.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유 부대표는 중국 시장 변화를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과거 중국은 '만만디'(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일컫는 중국어)로 묘사됐지만 더는 아닙니다. 빠르고 국제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내 진출 역시 단순 지분투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경영권 인수,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는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인수한 첫 사례입니다. 보험업은 고객이 가장 중시되는 업종입니다. 어떻게 보면 보수적 업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은 보험사 경영자가 누구인지 보고 돈을 맡긴다는 건데 그러한 점에서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는 큰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외에도 배우 배용준이 대주주로 참여해 유명세를 탄 문화콘텐츠 기업 키이스트, 유아용품 브랜드 아가방, 모바일 게임업체 로코조이 등이 중국 자본의 투자 사례로 꼽았다.

유 부대표는 관련해 제도적 설명을 이어나갔다.

"중국 진출과 관련해 국내 제도는 잘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55개 부문 핵심기술을 지정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제도를 구축했습니다. 또 금융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 금융업 진입 때 금융위원회가 사전 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내 제도는 잘 발달돼 있지만 중국 제도는 해외 직접 투자가 더 용이하고 빠르도록 완화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국 기업이 해외투자를 하려고 하면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 등록이나 허가 심사가 필요하다. 또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에 사업정보보고서를 제출하고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밖에 상무부, 관할 외환관리부서, 성·직할시·자치구 등의 심사허가도 필요한데 이 역시 국내 기업들이 준비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유 부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중국 시장은 굉장히 빨라졌고 국제화됐습니다. 때문에 투자 과정이 늘어질 경우 한국은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코스닥은 중국 자본을 끌어들일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합니다. 코스닥 시장 규정 중 일부 합병 등 우회상장 부분과 과도한 세무조사 등을 완화한다면 국내 시장 역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국 자본을 받아들일 자세를 재차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 중국 자본의 유입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화장품, 게임, 유아, 바이오 등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방금 언급한 제도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좋은 성장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와 중국은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때문에 윈-윈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규제나 인식에 있어 적대적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현상을 직시하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향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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