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재 집중 육성하는 현대제철, 약 될까 독 될까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0.07 17:45
  • 호수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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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 한계 넘어서야”
자동차 판재로 쓰이는 냉연강판/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종합 소재 기반의 가치 창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직 계열화 및 캡티브마켓(Captive market·계열사 간 내부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방문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준공한 특수강 공장과 냉연강판 생산공장, 현대제철기술연구소 등을 둘러봤다. 주말 방문은 올해 처음으로 자동차 소재에 대한 정 회장의 애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의 의중대로 현대제철은 자동차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쇳물에서부터 자동차’까지 수직 계열화로 생산 전반에 효율성을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 2013년 말 현대하이스코 냉연강판 부문을 합병했고, 지난 2월에는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을 인수했다.

내년 2월 당진 특수강 공장이 가동되면 자동차 특수강 사업도 일원화된다.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 공장에서 봉강과 선재를 생산하고 현대종합특수강에서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등 부품 소재로 가공할 계획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판재뿐만 아니라 엔진 부품 재료를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이 이처럼 자동차 소재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연간 800만대를 생산하는 현대·기아 자동차라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허덕이는 철강 시장에서 캡티브마켓은 그나마 버틸 힘이 되고 있다. 계열사 수요처가 없어 마케팅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포스코와는 다른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수직 계열화에는 한계가 있다. 업황이 좋지 않으면 같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효과는 자동차라는 수요 산업이 호황일 때 가능하다. 자동차 부문 실적이 좋지 않을 때 다른 철강 제품에서 실적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자동차 소재 경쟁력만 챙기다면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힘들다.

현대제철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가 낮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6일 현대제철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줄어든 34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에 따라 차량용 강판 가격이 떨어졌고 자동차 업황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자체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완성차 회사들은 현대제철 자동차 강판을 사용할 이유가 많지 않다. 기술력이 타 철강 제조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뛰어나지 않을 뿐더러 자칫 견제를 받을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처 다각화는 현대제철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난 7월에 합병한 현대하이스코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하이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중국·인도 등 9개국에 위치한 13개(준공 예정 및 계획 포함) 스틸서비스센터(SSC)의 영업망을 활용해 자동차 강판의 해외 판매를 강화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2020년에 매출 26조원을 달성하고 2025년에는 매출 31조원대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또 철강 분야뿐만 아니라 비철 부분에도 진출해 '종합 소재 기반의 가치 창출 기업'으로 진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는 현대제철의 성장 기반은 탄탄하지만 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봉형강과 후판, 강관 등 다양한 분야에도 꾸준하게 투자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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